관료들의 부정부패가 중국에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2002년까지 중국 최고 지도부였던 리루이환(李瑞環) 전 정치협상 부주석이 10년간 익명으로 가난한 대학생을 도와온 것으로 드러나 화제가 되고 있다.
텐진일보 등에 따르면 리루이환 전 정협 주석은 10년간 자신의 사비를 털어 148명의 가난한 대학생에게 53만 3천위안(한국돈 약 6천5백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특히 그는 수혜 학생들에게도 자신의 이름을 절대로 밝히지 않은 채 ‘한 늙은 공산당원’ 이라는 익명으로 도와온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도 리 전 정협 부주석은 자신의 원고료 등을 모아 앞으로 3년간 1백명의 가난한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도록 텐진시 교육위원회에 위탁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방팡이라는 리루이환의 측근이 그가 이미 은퇴했기 때문에 이제 밝혀도 될 것 같다며 언론에 공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방팡은 리루이환이 자신의 재임시에는 절대로 이같은 사실을 알리지 말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방팡에 따르면 리루이환은 1996년 봄 자신의 고향인 텐진을 방문했을 때 가난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뜻을 밝혔으며 조건은 절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는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방팡은 “당시 텐진시 교육위에 5만위안을 위탁했으며 간쑤성과 후난성 등 시골에서 올라온 가난한 대학생 12명에게 한 늙은 공산당원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장학금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이후 리루환의 익명의 선행은 그가 중국 최고 지도자로 있던 10년동안 계속됐다.
리루이환은 특히 1998년 자신의 유언장을 미리 작성해 텐진시 당 위원회에 위탁했다. 리루이환은 이 유언장에서 자신이 죽은 뒤 남겨진 재산은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않기로 가족들과 상의했다면서 자신이 죽게되면 남겨진 재산을 모두 가난한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하라고 밝혔다.
리루이환의 이같은 숨겨진 선행이 알려지면서 중국 언론과 인터넷에서 앞다퉈 그의 선행을 소개하고 있으며 인터넷상에는 네티즌들의 뜨거운 존경의 찬사를 담은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할 정도로 관료들의 부패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청백리같은 모습에 많은 중국인들이 감동하고 있다.
CBS국제부 김주명 기자 jmkim@cb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