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닿아'가 선물하는 슬픔의 시간
'달에닿아'가 선물하는 슬픔의 시간
  • 월간토마토 성수진
  • 승인 2011.11.04 1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집 한권 가방에 넣고 다니며 틈날때마다 꺼내 감상에 젖는 느낌

슬픔을 간직하고 싶을 때가 있다. 자신만의 세계에 깊이 침잠하고 싶을 때, 더는 지속할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떠올리며 눈을 감고 바람을 맞고 싶을 때, ‘달에닿아’ 음악은 오롯이 슬픔뿐인 시간을 선물한다. 괜찮다고 힘내라고는 하지 않는다. 울고 싶을 때엔 울어, 그냥 울어….


오랜 기다림의 끝, 음악

보컬과 기타를 맡는 박시민과 건반의 강지연은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였다. 밴드부 활동을 같이 하면서 친해졌단다.

“좋아서요. 그냥 좋아서요.” 어떻게 밴드부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냐고 물으니 짧고 굵게 대답한다. 고등학생 때는 지금 하는 음악과는 다른, 강한 음악을 좋아했단다. 펑크를 좋아하는 여고생 둘은 함께 공연 보러 다니며, 노래 부르며, 연주하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펑크를 좋아하던 시절 느낌이 남아서일까, 둘이 만드는 음악은 여리지만 강하다. 기타와 건반, 보컬이 만드는 소리에 귀를 사로잡는 묘한 힘이 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팀을 만들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음악을 할 거라고 다짐해 왔던 것에 비하면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다.

언젠가 꼭 음악을 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지만, 지연은 취업을 준비하기도 했다. 지연이 토익 공부를 하며 취업 준비를 하는 동안에 시민은 “네가 무슨 취직이야. 너는 회사 못 다녀.”라며 만류했단다.

둘의 마음 깊은 바닥엔…

사랑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으니 둘 다 있단다. 어떻게 사랑에 관한 슬픈 노래를 부르느냐고 하니 “모르겠어요. 이상하게도 노래를 만들기만 하면 슬픈 느낌이에요.”라고 말한다. 아주 행복했을 때에 만든 ‘나는 네가 그립기만 해’도 슬픈 멜로디의 곡이다.

‘이렇게 따스하게 감싸 주는 네 안에 내가 있어도 나는 네가 그립기만 해’라는 노랫말이 슬픈 멜로디와 함께 귀에 박힌다. 곁에 있는 사람이 서운해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엔“음악은 음악으로 이해할 거예요.”며 웃는다.

인터뷰 동안 둘은 농담도 하고 웃기도 하고 밝은 모습이었다. 평소에는 장난기도 많고 재미있게 지낸단다. 잡지 읽는 것을 좋아하고, 미국 드라마에 빠져 지낸다는 평소의 생활과 음악이 부조화다. ‘달에닿아’ 음악과 잘 어울리는 것은 시집이나 일본 영화쯤이랄까. 시집 한 권 가방에 넣고 다니며 틈이 날때마다 꺼내 감상에 젖고, 시답잖은 것으로도 큰 슬픔을 만들어 내는 일본 영화를 보며 눈물 흘릴 것만 같다.

‘달에닿아’라는 이름을 만든 계기가 재미있다.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의 주인공이 떠오를 듯 말 듯 머리에 맴도는 노래를 생각해 내려고 노래 일부분을 부르는 장면에서 따온 것이다.“다레다 다레다”라고 주인공이 부르는 노래를 장난스럽게 따라 하다가 불현듯 ‘달에닿아’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든 이름인데, 아련한 느낌을 풍기는 게, 둘이 만드는 음악과 잘 어울렸다.

“아무래도 저희 마음의 근본을 이루는 것이 우울함, 슬픔 같은 것인가 봐요.”


아, 벅차오른다

시민은 스스로 벅차오르는 음악을 하고 싶단다. 자신이 하는 음악에 취해 벅차오르고, 자신이 그런 음악을 한다는 사실에 벅차오르는….

지연도 비슷한 꿈을 가졌다. “듣는 사람들이 ‘아….’하면서 감격, 어쩌면 한숨 섞인 탄식을 내뱉을 수 있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요.”

말랑말랑한 음악이 인기다. 말랑말랑한 감성을 지닌 음악이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뭘까 함께 생각해 봤다. 시민은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읊조리는 듯이 조용한 음악을 좋아하게 된다고 했다. 지연은 유행의 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단다.

하지만, ‘달에닿아’가 유행을 좇아 음악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달에닿아’의 고유한 색은, 요즘 사랑받는 다른 노래들과 분명하게 구별된다.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카모메 식당’에 모여 각자의 상처를 치유한다. ‘달에닿아’와 ‘카모메 식당’은 사람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준다는 점에서 같고도, 다르다. ‘카모메 식당’에서 사람들이 얻어 가는 것이 편안함과 따스함이라면, ‘달에닿아’ 음악에서 우리가 얻는 것은 오롯한 슬픔이다.

유난히 알싸한 ‘달에닿아’의 음악은 안개꽃을 닮았다. 달로 보내는 안개꽃 주파수. 닿을 듯 말 듯 아련하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충청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