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동 문화 새마을프로젝트 '닷찌플리마켓'
선화동 문화 새마을프로젝트 '닷찌플리마켓'
  • 월간토마토 김의경
  • 승인 2011.11.25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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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공예품과, 문화의 어울림…새로운 문화 볼거리 매달 기회는 단 두 번

화창했던 10월 첫째 주 토요일 오후, 재개발구역 지정으로 텅 비었던 동네가 잠시 떠들썩해졌다. 선화초등학교 근처 일본식 가옥을 개조한 카페 ‘안도르’와 그 일대 골목이다. 서구 둔산동 광장에서 열리던 ‘닷찌플리마켓’이 선화동 일대로 옮겨온 것이다.
문 닫은 가게 셔터에 옷을 걸거나 바닥에 물건을 진열한 벼룩시장에 근처 학교 여고생부터 나이 지긋한 동네 주민까지 동네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들여다봤다.

“동네에 뭔가 예쁘고 분위기 좋은 게 생겼다고 학교에 소문이 났어요. 애들끼리 얼마 전부터 가보자고 했는데 오늘 오게 됐어요.” (김다슬, 김혜주)

플리마켓이 처음이라는 대전여자상업고등학교 2학년 김혜주 양은 친구 김다슬 양과 주로 휴대전화 줄 등 아기자기한 액세서리를 눈여겨보고 있단다.

그런가 하면 둔산동에서부터 닷찌플리마켓을 종종 들려 옷을 사갔다는 이경서, 김민정 양. 두 손엔 빵빵한 봉지가 들렸다. 옷을 샀다며 쑥스러운 듯 들어 보였다. 두 친구는 플리마켓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서구에서 했을 때랑은 파는 사람도 많이 바뀌었어요. 좀 더 옛날 스타일이 됐다고 할까요? 지금보다 파는 물건 종류와 구경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다채로워 질 것 같아요.”

닷찌플리마켓이 ‘선화동 시대’를 맞이했다고 하면 너무 멀리 간 걸까. 둔산동 땐 의류 카테고리나 쉽게 팔릴만한 상품들이 상당수를 차지했다면, 다시 시작한 9월부터는 작가들의 창작품 비중을 늘렸다. 도예, 수제 액세서리, 아마추어 작가부터 전문 작가까지 15~20팀이 개성 넘치는 수공예품을 들고 나왔다. 물론 예전처럼 빈티지 의류나 소품도 취급한다. 단, 판매를 목적으로 산 물품은 플리마켓에서 팔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 창작품이 아니면 소장품만 판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닷찌플리마켓을 이끄는 안도현 씨는 “둔산동은 사람이 많아 판매 면에서는 수익이 지금보다 나았지만, 문화적으로 즐거운 일을 해보고 싶다.”라며 “수익을 중시하던 판매자들은 자연스럽게 빠졌다.”라고 전했다.

재개발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동네에 상업적 취지보다는 의미 있는 일을 벌여 주체자 스스로 즐겨보고 싶다는 안도현 씨. 그는 동료와 닷찌FM이라는 법인을 세워 개발논리에 밀려 쇠락하는 동네에 문화를 꿈틀거리게 하자는 심산으로 ‘새마을 프로젝트’라 이름 붙였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 가운데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았고 지난 9월 선화동에서 첫 플리마켓을 열었다.

커피 값 할인, 장소제공 등으로 조력자 역할을 하는 카페 안도르 주인장은 “카페 단골 여고생들이 칙칙했던 동네가 점점 밝아지는 것 같다며 좋아한다.”라며 골목 변화를 실감했다. 판매자들 역시 아직 사람은 적지만 동네 주민들 관심도 높고, 구경하러 오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가능성을 크게 평가했다.

오후 4시를 넘겨 카페 안도르 앞마당에서 밴드‘자판기 커피숍’이 공연준비를 한다. 구경하던 사람도 발길을 돌리고 "뭐 해요." 라며 카페 마당 안으로 들어선다. 이윽고 시작한 공연. 물건을 팔던 사람도, 구경하던 사람도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자판기 커피숍 공연 뒤에는 이길승밴드, 이재복, MH스튜디오 등 지역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공연이 이어졌다. 플리마켓을 또 하나의 상업적 수단이 아닌, 즐거운 문화적 행위로 지역을 바꾸고 싶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닷찌플리마켓이 지속 가능하길 응원한다.

닷찌플리마켓은 매달 첫째, 셋째 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선화초등학교 골목 일대에서 열리며 참여 신청 및 문의는 닷찌FM블로그(http://fromdodgefm.blog.me)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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