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뭔가 예쁘고 분위기 좋은 게 생겼다고 학교에 소문이 났어요. 애들끼리 얼마 전부터 가보자고 했는데 오늘 오게 됐어요.” (김다슬, 김혜주)
그런가 하면 둔산동에서부터 닷찌플리마켓을 종종 들려 옷을 사갔다는 이경서, 김민정 양. 두 손엔 빵빵한 봉지가 들렸다. 옷을 샀다며 쑥스러운 듯 들어 보였다. 두 친구는 플리마켓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닷찌플리마켓이 ‘선화동 시대’를 맞이했다고 하면 너무 멀리 간 걸까. 둔산동 땐 의류 카테고리나 쉽게 팔릴만한 상품들이 상당수를 차지했다면, 다시 시작한 9월부터는 작가들의 창작품 비중을 늘렸다. 도예, 수제 액세서리, 아마추어 작가부터 전문 작가까지 15~20팀이 개성 넘치는 수공예품을 들고 나왔다. 물론 예전처럼 빈티지 의류나 소품도 취급한다. 단, 판매를 목적으로 산 물품은 플리마켓에서 팔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 창작품이 아니면 소장품만 판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닷찌플리마켓을 이끄는 안도현 씨는 “둔산동은 사람이 많아 판매 면에서는 수익이 지금보다 나았지만, 문화적으로 즐거운 일을 해보고 싶다.”라며 “수익을 중시하던 판매자들은 자연스럽게 빠졌다.”라고 전했다.
재개발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동네에 상업적 취지보다는 의미 있는 일을 벌여 주체자 스스로 즐겨보고 싶다는 안도현 씨. 그는 동료와 닷찌FM이라는 법인을 세워 개발논리에 밀려 쇠락하는 동네에 문화를 꿈틀거리게 하자는 심산으로 ‘새마을 프로젝트’라 이름 붙였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 가운데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았고 지난 9월 선화동에서 첫 플리마켓을 열었다.
커피 값 할인, 장소제공 등으로 조력자 역할을 하는 카페 안도르 주인장은 “카페 단골 여고생들이 칙칙했던 동네가 점점 밝아지는 것 같다며 좋아한다.”라며 골목 변화를 실감했다. 판매자들 역시 아직 사람은 적지만 동네 주민들 관심도 높고, 구경하러 오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가능성을 크게 평가했다.
오후 4시를 넘겨 카페 안도르 앞마당에서 밴드‘자판기 커피숍’이 공연준비를 한다. 구경하던 사람도 발길을 돌리고 "뭐 해요." 라며 카페 마당 안으로 들어선다. 이윽고 시작한 공연. 물건을 팔던 사람도, 구경하던 사람도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닷찌플리마켓은 매달 첫째, 셋째 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선화초등학교 골목 일대에서 열리며 참여 신청 및 문의는 닷찌FM블로그(http://fromdodgefm.blog.me)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