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린 술 마시는 거 빼곤 즐길 거리가 없는 걸까?”에서시작했다.
술 마시는 게 전부인 유흥문화, 그리고 퇴색한 클럽문화를 보며 김태림(31) 씨는 젊은이들이 제대로 못 논다고 생각했다. 거기서 출발한 하울앳더문. 대전에서 공연 좀 본다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그곳은 인디밴드 공연으로 이름을 알렸다.
9월에 있었던 ‘좋아서 하는 밴드’ 공연은 20명의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성황리였다. 그리고 지난 궁민대잔치에서는 가장 화려한 무대를 장식하기도 했다. 대전밴드 ‘버닝햅번’, ‘자판기커피숍’, ‘메카니컬 사슴벌레’가 선보인 공연에 관객들은 열정적으로 화답했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이 모르는 음악, 모르는 공연 문화를 알 수 있게 길을 열어주고 싶다. 밴드나 인디음악은 찾아서 들어야 하는 데 관심도 부족하고바빠서 접하기가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요즘 보면 획일화되고 집약된 문화에 갇혀 있는데, 다른 문화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다른 문화 상자를 열 수 있게 길을 열어주고 싶어요.”
이러한 생각을 담은 하울앳더문이기에 신청곡 하나도 까다롭다. 신청곡이라고 해도 아무 음악이나 틀어주진 않는다.
“하울 음악에 대해서는 주관적이에요. ‘음악가가 음악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보다 외모나 다른 부분에 투자하는 음악은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생각해요. 처음엔 트러블도 있었는데 이제는 손님도 이해해주세요.”
이런 고집은 기획공연에서도 엿볼 수 있다. 기획공연은 수요하울링과 달리 앨범이나 음원, 혹은 오디션을 통해 하울앳더문에서 검증한 밴드만이 무대에 선다. 그가 중요하다 말하는 ‘3윈’ 때문이다.
“늘 중요시하는 게 관객, 공연팀, 저희 세 그룹이 항상 윈이 되게 하자는 거에요. 공연에서 어느 한 팀이라도 손해를 입는다면 결코 공연을 오래 할 수 없는 게 분명하거든요. 공연팀이 다음을 준비할 수 있게끔 저희도 준비해야 하고, 공연하는 사람도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공연을 해야 한다고 봐요. 관객이 좋은 건 물론이고요.”
“수요하울링은 뮤지션이 될 수 있다는 꿈을 이루는 수단이에요.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기쁘잖아요. 다른 현실에 맞닿아 있어 묻어두었던 꿈이 무대에서 빛날 수 있게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요.”
그런 의미를 잘 담은 게 11월 2일 공연이었다. 그래서 수요 하울링 최고의 무대라고 말한다.
“가야금으로 학창시절 음악 영재라는 소리를 들었던 분이 연주하셨어요. 근데 대학에 가면서 현실적인 부분 때문에 가야금을 포기했죠. 그리고 다시 가야금을 잡고 연주한 무대가 바로 지난 수요하울링이었어요.”
공연은 아르바이트생이 따르는 물소리마저 시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모두가 숨죽이고 경청했다. 잊었던 꿈이 되살아난 무대. 이렇게 그는 하울앳더문이 누군가에게 잊었던 꿈을, 그리고 본능을 깨우는 곳이었으면 한다. 이름을 하울앳더문으로 지은 이유도 그래서다.
“글자 그대로 늑대가 달을 보며 울부짖는다는 뜻이에요. 그건 본능적인 거잖아요. 그것처럼 우리 내면 안에도 소리를 내지르고, 외치는 본능이 숨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울앳더문에서 소리 지르고, 외치고 일상으로 돌아가시라는 의미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