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커튼'의 시리지만 따뜻한 노래
'수상한 커튼'의 시리지만 따뜻한 노래
  • 월간토마토 성수진
  • 승인 2012.02.17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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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은 여고생 넷의 밴드로 시작해 1인 밴드로의 성장기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수상한 커튼의 음악을 처음 듣고,
이 시가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듣고는 괜한 청승이었단 걸 깨달았다.
수상한 커튼의 음악은 낙엽보다는 하얀 눈을 담고 있었다.
바스락 부스러지는 낙엽 소리의 황량함이 아닌,
하얗게 쌓인 눈을 밟을 때 나는 뽀드득 소리가 주는 묘한 설렘.
시리지만 따뜻한 겨울 말이다.

수상한 커튼

수상한 커튼. 혼자 노랠 만들고 부르는 1인 밴드다. ‘수상한 커튼’은 ‘열려 있는’ 이름이다. 이름을 들었을 때 연상할 수 있는 것을 없앴다. “듣는 사람들이 어떠한 정보 없이 음악만 듣고 여러 상상을 했으면 좋겠어요. 자칫 이름에 음악이 갇힐 수도 있잖아요. 그걸 탈피하고 싶었어요. 신비감을 주려고 지은 이름은 아니에요.”

본래 이름은 뭔지, 올해 몇 살이 되었는지, 이러한 것들은 아무 필요 없었다. 그런 질문들은 원래 생각지
도 않았던 것처럼 자취를 감췄다.

2009년 1월부터 수상한 커튼을 시작했다. 수상한 커튼을 하기 전에는 음악을 업으로 삼는 것에 갈등하기도, 방황하기도 했다. 음악이 적성에 맞는지, 잘하고 있는 것인지…. 여러 고민이 그녀를 괴롭혔다. 이상하게도 수상한 커튼으로 음악을 시작하고부터 이런고민이 사라졌다. 하지만, 고민 아닌 고민은 있었다.

취미를 직업으로 갖게 된 것에서 오는 헛헛함. 취미가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지금은 달리 취미라 할 것이 없단다.

커튼을 치기 전에

수상한 커튼을 시작하기 전, 갈등하고 방황하던 때에도 늘 음악과 함께였다. 영화 연출을 공부하는 친구들 소개로, 학생·단편 영화에 음악 작업을 했다. 만든 노래를 가이드 녹음한 것을 들은 사람들이 ‘네가 만든 노래니, 네가 직접 부르는 것이 좋겠다.’라는 말을 해왔다. 이를 계기로 직접 노래까지 하게 되었다.

“노래를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밴드에서 기타를 쳤고, 기타 연주에 욕심이 많았거든요. 밴드를 그만 두고 자연스레 혼자 음악을 시작했어요.”

리더십 없고, 세심한 성격 때문에 밴드를 그만두게 되었다. 드럼, 베이스 소리가 없어야 더 좋을 노래에, 드럼, 베이스 연주자에게 잠시 쉬고 있으라고 하기가 미안하다고 말하는 수상한 커튼. 혼자 수상한 커튼을 시작하고 나서 편안한 마음으로 더 많은 시도를 할 수 있어 좋단다. 혼자 기타 치며 노래하기도, 첼로와 편성하기도, 풀 밴드로 연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외롭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이다.

과거에서, 과거로 보내는 노래

여고생 넷이 무턱대고 만든 밴드, 무작정 기타를 맡았다. 수상한 커튼이 아닌, 어린 ‘김은희’였다. 악기를사러 간 낙원 상가에서 서로 “네가 먼저 들어가.”라며 쭈뼛거렸다니…. 얼굴도 짐작할 수 없는 풋풋한 소녀 넷의 웃음소리가 빠르게 스쳤다.

한겨레 훅 사이트에 글을 연재했던 수상한 커튼. 그녀가 구슬처럼 간직했던 추억들을 엿볼 수 있다. 수상한 커튼의 음악이 지향하는 바도 바로 이것이다. “지나간 추억을 생각하며 쓴 가사가 많아요.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듣고, 잊고 있던 아련한 추억의 한 장면을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수상한 커튼은 하나의 장면, 이미지를 떠올리며 노래를 만든다. 이번 앨범 ‘겨울의 끝’은 겨울 이미지를 떠올리며 만들었다. 눈이 쌓인 길, 하지만 햇볕이 잘 들어 포근한 길을 생각했다. ‘따뜻한 겨울’을 생각하며 만든 노래들은 쓸쓸함과 포근함을 모두 지니고 있었다.

커튼을 열고

클럽 공연을 자주 하던 어느 날, 하나의 레퍼토리로 공연을 거듭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제대로 된 공연을 하고 싶단 생각에, 지난해 부터는 공연을 자주 하지 않았다. 공연 성격, 장소에 맞게 팀을 꾸려 제대로 준비한 공연을 펼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제대로 준비해 올해는 자주 공연하는 것이 목표다. 다루어 보지 않은 악기도 편곡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레이블을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녀가 소속된 레이블은 산타뮤직. 브라운아이드소울, 에코브릿지가 속한 레이블이다. 인디레이블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고정된 생각이 없어, 더 나은 환경에서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는 소속사를 찾던 중 들른 곳이 산타뮤직이었고, 마침 산타뮤직에서도 인디밴드를 찾고 있었다.

“올가을에는 정규 2집을 내고 싶어요. 부지런히 해야 가을에 낼 수 있어요. 특별하게 마감일이 없는 일은 한없이 느슨해지기 마련이어서, 더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해요.”

평소 게으른 성격이라는 그녀, 음악 앞에서는 게으름을 다잡고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단다.
많은 시간이 흘러도, 멈춰 있지 않은 그런 음악을 하고 싶다며, 고루한 음악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수상한 커튼.

처음 수상한 커튼이라는 이름을 지었을 때,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었다. 어떠한 것도 연상할 수 없는 그런 이름으로 말이다. 언제나 열어 두고,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 이것이 수상한 커튼의 정체다. 어떤 음악으로 어떻게 활동하더라도 수상한 커튼이란 이름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눈이 반짝, 했다.

수상한 커튼 음악의 고향은 서울이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서울에서 노래한다. 대전에는 친구 결혼식 때 한 번 와 봤다고. 대전 느낌이 어떠냐고 물으니 “뭐, 서울이나 대전이나 똑같죠.”라며 웃는다. 대전에서 수상한 커튼이 공연할 어느 날을 기다리며, 흰 눈 쌓인 햇볕이 잘 드는 거리를 떠올리며, 수상한 커튼의 노랠 듣는다. ‘흩날리는 꽃잎들이 고요히 이 길에 앉아 오래도록 바라본다. 길 위에 쌓인 꽃잎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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