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국악문화회관 헐어야만 하나?
연정국악문화회관 헐어야만 하나?
  • 월간토마토 김선정
  • 승인 2012.04.1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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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순자리에는 무엇이 들어서나?…넓게봐야 한다

 

대전광역시 중구 문화동에 있는 연정국악문화회관이 일부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오는 8월에 헐린다.
▲ 연정국악문화회관 전경

연정국악문화회관 건물은 1979년 지금 자리에 건립했다. 1979년 시민회관으로 문을 연 이곳이, 시립연정국악원이 입주하면서 2005년 연정국악문화회관으로 변신했다.

연정국악문화회관 건물은 공적 자금을 투입해 만든 대전의 첫 공연장이다. 공연뿐 아니라, 전시 공간이기도 했으며, 가르치며 배우는 공간이었다. 이렇게 공공 장소 역할을 하며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곳이, 헐린다.

대전시는 연정국악문화회관 자리에 280억 원(국비 20억 원, 시 예산 260억 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5층, 연면적 8,500㎡ 규모의 대전문화예술센터를 2014년까지 건립할 계획이다.

그리고 연정국악문화회관의 대체 시설로 둔산에 연면적 11,000㎡ 규모의 국악전용공연장을, 450억 원(국비 180억, 시 예산 270억 원)을 들여 2014년까지 짓는다. 이 두 건립사업에 투여하는 총 예산은 730억 원 규모다.

◆연정국악문화회관, 꼭 부숴야 할까
토마토 관심은 연정국악문화회관을 꼭 부수어야 하느냐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올해로 지은 지 33년 된 연정국악문화회관은 시설이 노후해, 2004년에 140억 원의 예산으로 리모델링을 시도하다, 구조안전의 부담과 공사비 부족 등을 이유로 입찰 참여업체가 없어 유찰된 바 있다.

연정국악문화회관은 안전등급 C등급 판정을 받았다. C등급은, 전체적인 안전과 사용에는 지장이 없지만, 보수와 보강이 필요한 상태다. 그리고 2011년 4월, 대전시는 연정국악문화회관을 부수고, 그 자리에 대전문화예술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짓는 것보다 고쳐 사용하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항상 새로 짓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편리성과 효율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문화·예술은 그런 잣대로 따져서는 안 돼요.” 대전문화연대 박은숙 사무국장은 안타까운 마음을 이야기했다. 오래된 건물에는 그에 따른 숨결과 냄새가 따로 있는 것이다.

옛 시민회관으로서 그 장소성과 역사성은 물론이고 공적 예산의 효율적 집행이라는 측면에서도 과연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타당한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애써 부순 자리에 무엇이 들어서나
현재로서는 대전문화예술센터와 국악전용공연장을 짓겠다는 대전시 계획에 변화가 생기기를 바라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과거 시민회관으로, 오랜 시간 원도심에서 자리를 지켰던 상징성을 지닌 연정국악문화회관을 애써 부수고 다시 지은 건물에 무엇이 들어서나. 토마토가 관심을 두는 두번째 이야기다.
대전시는 연정국악문화회관을 철거한 자리에, 대전문화예술센터를 복합시설로 건립한다. 이 센터에는 대전문화재단, 대전예총연합회 등 문화예술기관·단체가 입주할 수 있다. 설계 당선 업체에서는 사무실 면적 1,400㎡, 예술인 지원시설 1,400㎡, 300~500석 규모의 다목적 홀 800㎡, 전시실 5곳 900㎡로 공간 구성을 계획했다.

시청 관계자는 대전문화예술센터는 공연장, 전시실, 사무실이 중심이 된다고 밝혔다. 예술인 지원시설은 예술인들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시설로 다목적실, 창작실, 활동 공간 등으로 꾸며진다.

새로 짓는 건물에 들어서는 공연장과 전시장 시설이 지금보다 훨씬 깔끔하고 현대적이며 좋을 수 있다. 사무공간을 확보해 대전광역시 유관 기관과 민간 예술단체 공간으로 내준다니 관계자들 역시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찜찜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정이 영 찜찜하다
토마토는 730억 원의 공적예산을 투입하는 대규모 사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그 찜찜함의 근원을 찾았다.

대전시는 대전문화예술센터와 국악전용극장 모두 2014년 완공을 계획으로, 같은 시기에 공사한다. 그 사이 연정국악문화회관 전시실과, 공연장을 대체할 곳이 없어지는 것이다. 예술단체 등이 전시공간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를 내, 시는 4월 말까지 진행하기로 한 대관 전시를 6월 말까지로 연기한 바 있다.

건물 활용 주체였던 시립연정국악원이 이사 갈 공간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채 서둘러 철거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특히 눈여겨봐야 한다. 두 곳 공사를 동시에 진행해, 시립연정국악원은 둘로 나뉘어 더부살이를 해야한다. 공사가 끝날 때까지, 연습실은 서구 만년동 엑스포 시민광장 관리동으로, 사무실은 유성구 도룡동 대전교통문화센터로 옮긴다. 새집을 지을 때 까지 자신의 집을 두고 셋방살이하는 꼴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이렇게까지 해서, 두 곳 공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이유. 즉, 대전문화예술센터를 황급히 쌓아 올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두 공간 모두 시급성이 그리도 촌각을 다투는 정도인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설마, 현 시장이 임기 내 두 건물 앞에서 테이프 커팅을 직접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일까.

◆높은 곳에서 넓게 봐야 한다
이처럼 서두르는 것보다 더 찜찜한 것은 현 연정국악문화회관 자리에 대한 기능 설정이다. 우리는 서둘러 진행하는 사업이 얼마나 졸속으로 이뤄지고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남기는지 잘 알고 있다.

연정국악문화회관이 자리한 곳은 최근 지역 최대 이슈로 떠오른 충남도청과 걸어서도 얼마 걸리지 않는 지척이다. 이미 충남도청 터 활용 모색 과정에서도 도청 터를 툭 떨어뜨려 놓고 볼 것이 아니라, 주변 원도심 지역 일대를 조망하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현 연정국악문화회관 자리에 어떤 기능을 부여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도 다르지 않다. 도청터는 물론, 인근 원도심 전체를 놓고 연정국악문화회관 자리의 새로운 기능을 생각해야 한다.

현 시장은 원도심 빈 공간에 대한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것이 대전문화예술센터와 별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안타깝다. 한 달이 멀다하고 들어서는 원룸촌 대신, 문화예술기관·단체의 사무실이 원도심 빈 공간을 채우면 어떨까.

대전에 국악전용공연장이 필요하다면 지어야 한다. 그리고, 국악전용공연장을 다 짓고 나서 시립연정국악원이 옮겨가는 것이 순서다.

연정국악문화회관 터에 어떤 기능을 부여할 것인가는 장기적인 조사·연구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런 점에서라도 동시 신축은 무리가 있다. 국악전용공연장이 완공될 때까지 기다리면, 연정국악문화회관 터에 어떤 기능을 부여할 것인지 조사·연구, 논의할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래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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