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고교 흉기 피습 피의자, 제지 없이 학교 출입...지역교육계 ‘분통’
대전 고교 흉기 피습 피의자, 제지 없이 학교 출입...지역교육계 ‘분통’
  • 이성현 기자
  • 승인 2023.08.04 1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전지역 교사들 “학교 내 출입통제 규제 미흡” 분노
시교육청, 학교에 상황실 설치
대전교사노조(위)와 전교조대전지부 로고
대전교사노조(위)와 전교조대전지부 로고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4일 대전 대덕구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흉기에 피습된 사건과 관련 피의자가 출입구에서 별다른 제지 없이 학교에 출입한 것이 알려지며 지역 교사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간 학교 내 출입관리·통제에 대한 강화를 촉구했지만 지지부진했고, 결국 이런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경찰과 대전교육청 등에 따르면 피의자 20대 남성 A씨는 이날 오전 9시경 학교에 도착해 출입구에서 은사를 만나러 왔다며 별다른 제지 없이 통과했다.

대전교육청 '학교 출입증 및 출입에 관한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학교 공간에 외부인이 출입할 때는 신분을 확인하고 방문 목적과 연락처 등을 기록해야 하지만 A씨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A씨는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교사 B씨를 흉기로 찌르고 도주했다. A씨는 두 시간 뒤 경찰에 붙잡혀 살인미수 등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자 교사들은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며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그간 학교 내 외부인 출입을 인한 안전사고 문제는 오래 전부터 문제가 돼 왔던 부분인데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다.

대전교사노조는 “교직원들은 학생과 교직원 안전을 위해 교내 외부인 출입 규제 강화 및 수업 중 출입 금지에 대해 계속적으로 요구해왔으나 학교 자체 규정에만 의존, 이마저도 학부모들의 민원이 있으면 슬쩍 규제 완화가 되는 등 학교 외부인 출입에 대한 규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학교의 외부인 출입규제 문제는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권, 학교 구성원의 안전이 달린 중요한 문제”라며 “학교 재량 차원의 대책이 아닌 교육청 차원의 대대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윤경 위원장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人災)였다”며 “항상 문제가 발생한 뒤 대응을 논하는 지금의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교권은 무너졌고 학교는 안전하지 않다”며 교육청에 교권보호 및 교사 안전에 대한 보다 강력한 대책 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교조 대전지부도 이날 “그동안 교육활동 보호와 학교 구성원의 안전을 위해 ‘학교 전담 경찰관’ 배치를 요구해왔다”며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유럽이나 북미권의 학교들에는 경찰이 배치돼 있고 교문 역시 닫혀있다”며 “출입문에서 인터폰으로 방문 목적을 확인해야 건물 안으로 들어올 수 있고 학교 안으로 들어오더라도 방문자가 교실이나 교무실로 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지정된 장소에서 대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문객 확인 강화를 위한 출입로 통제, 학교 입구에 자동 잠금 장치 설치, 경찰관과 보안관 배치 등 학교 안전을 위한 예산과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도 했다.

또 “학교가 무분별하게 개방돼 있고 외부인이 침입해 안전을 위협하는 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전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상황실을 설치하고 사건 경위 파악과 대책 마련을 논의하고 있다. 휴가 중이던 설동호 교육감도 휴가를 반납하고 학교로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충청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