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 도서관이 그렇게 귀찮은 존재인가요?
언덕 위 도서관이 그렇게 귀찮은 존재인가요?
  • 김선정
  • 승인 2012.07.27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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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원도심 속 테미도서관 해결방안

테미공원으로 가는 골목길은 적당히 가파르다.

걸어 올라가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고 골목길을 올라가면서 만나는 동네의 모습이 한적하고 여유로워 산책하듯 오를 수 있다. 올라가다 보면 오래된 건물을 하나 볼 수 있는데 그게 바로 테미 도서관이다.

▲ 테미도서관

아이보리 색이라고 할지, 아니면 흰색 페인트가 시간이 흘러 변색이 된 것인지 촌스러운 외벽과, 크지 않은 외관을 갖췄다. 단순히 눈으로만 봤을 때는 말이다

◇ 땅 주인, 건물주인, 건물 관리인

테미공원 바로 아래 언덕 위, 국가가 소유한 땅에 대전시는 테미도서관을 지었다. 대전시는 도서관을 자치구에서 관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 중구청에 공유재산관리권을 넘겼고, 중구청은 도서관 운영을 대전교육청에 맡겼다. 대전교육청이 도서관 실질적인 건물 관리인이 된 것이다. 과거 무상으로 사용하던 땅은 토지 담당 기관이 기획재정부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로 바뀌면서 토지 사용료를 내게 됐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재산관리권자인 중구청에 토지 대여료를 내도록 요청했고, 중구청은 교육청에서 실제로 사용하고 있으니 토지 대여료를 내라고 요청한다. 교육청은 자신들의 인력과 예산을 들여 운영하는 곳에 토지 대여료까지 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해 거절한다. 결국 토지 대여료를 서로 내지 않고 있다가 토지 대여료에 변상금까지 가산됐다. (밀린 토지 대여료와 쌓인 변상금은 대전시가 지불한 상태다. 토지 대여료는 년 간 1,500만 원이다.)

테미도서관은 정상적으로 운영은 됐지만 정작 책임지려는 주인은 없었던 것이다.

2010년 ‘토지 대여료와 변상금’ 문제로 불거진 테미도서관은 대전시교육청이 2012년 12월 도서관을 시에 반환할 것이라 결정하면서 ‘도서관 운영’과 관련한 문제로 대전시의회 회의에서 자주 거론됐다. (중구청은 이때부터 이 사안에 대해 논외 대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거나 묻는 이도 없었다.)

하지만 2012년 현재 그때 상황과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교육청이 테미도서관 운영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지만 아직 어떠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시에서 이 사안에 대해 검토한다고 밝힌 것이 2년이 넘어가지만 도서관 기능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대전시교육청은 테미도서관이 접근성이 어렵고 시설이 많이 낡은 점 등을 이유로 시청에 반납하기로 결정한 후 별도로 도서관 시설 신축을 계획했다. 올해 8월 공사에 들어가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가칭 ‘사정도서관’을 세울 예정이다.

누가 토지 사용료를 낼 것인가로 시작한 문제는 이제, 곧 관리인을 잃을 테미도서관이 어떻게 될 것인지로 넘어왔다.

전화 인터뷰에서 대전시 관계자는 아직 이 사안에 대해 다룰 시기가 아니라며 ‘내년 도서관이 준공된다고는 하지만, 바로 들어갈 수 있겠느냐, 그때 상황을 봐서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시에서 종합적으로 내부적 협의를 하고 있는 상태니 테미도서관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한에서 활용방법을 찾고 시행할 것’이라고 말이다.

테미도서관 관계자는 ‘12월말에 계약이 완료되긴 하지만, 그 후에 어떻게 될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도서관 완공에 대해서는 답변해 줄 수 없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 테미도서관

◇ 원도심 속 테미도서관

테미도서관을 서로 떠 맡지 않으려는 세 기관의 입장에는 그럴싸한 이유가 있다.

특히 중구는 ‘한밭도서관은 우리 구에 있는 도서관이다. 게다가 우리는 청소년문화회관 시설에도 투자 하고 있고 우리 구 각 동마다 작은 도서관이 많다.’ 등의 이유로 테미도서관 운영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관심도 없이 지켜만 보고 있다.

중구에 있는 테미도서관이 문을 닫는다 하더라도 같은 중구인 사정동에 도서관이 생기니 문제될 것 없다는 식의 태도도 보인다. (정작 중구는 구도서관을 가지고 있지 않다.)

테미도서관을 그저 노후된 건물, 빨리 처리해야할 눈엣가시로 보는 이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 같다. 테미도서관 주변을 둘러보자. 주변 환경이 어떤지. 뒤편에는 봄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공원이 있고, 테미도서관으로 오르는 곳에는 좁은 골목이 몇 개씩 이어져있다. 그렇게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 하면서 뭐 떠오르는 게 없을까.

테미도서관은 지난 50년 넘게 동네 주민 생활 터전 아주 가까이에서 소중한 문화공간 역할을 해오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 사업 중심에 서있는 충남도청과 관사 촌 가까이에 자리 잡고 있어 그와 연계해 보더라도 테미도서관은 원도심 주요 건축물이자 공간이라 볼 수 있다.

원도심 속 근대 건축물이 가지는 의미는 몸뚱아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속을 들여다봐야 알 수 있다. 원도심 근대 건축물 정체성은 누가 소유하고 있으며 누가 관리했는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누가 있었으며 어떤 활동이 이루어졌는지에 있기 때문이다. 노후된 건물이다 뭐다를 이유로 서로 운영을 꺼려하는 상황에서 테미도서관은 오히려 원도심 활성화 역할을 톡톡히 하는 자원이 될지도 모른다.

대전시 원도심 활성화 정책에 빠져 있는 건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다. 사람을 모으기 위해 그럴싸한 모습으로 치장하고 프로그램을 돌린다 하더라도 그 안에 사는 사람에게 환영받지 못하면 진정한 원도심 활성화가 아니다.

만약 교육청 계획대로 12월 계약이 끝나고 도서관으로 계속 활용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원도심 주민이 사용할 수 있는 대안공간을 새롭게 제시하고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테미도서관을 이용하던 시민들이 발걸음을 돌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니 말이다.

지난 6월 대전시청에서 열린 원도심 활성화 방안 시민 토론회에 발표자로 나온 대구 중구 도시만들기지원센터 권상구 국장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대구 원도심 살리기 일환으로 시작한 대구 골목 투어는 시민들 발걸음에 의해 시작했다. 지금도 도시 만들기와 관련해 건물 활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의논할 때는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기 위해 타운미팅을 통한 합의를 한다.”고 말이다.

“시민을 위한 공간이 될 것이다. 잘 검토하겠다. 시정하겠다. 시민의견을 수렴하겠다. 이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라는 말은 식상하고 공허하다. 진짜 시민의 뜻이 궁금하고 시민을 위한 원도심을 만들고자 한다면, 시민과 처음부터 끝을 함께해야 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시는 그 과정에서 나온 방안이나 계획을 구체화하고 실행해 예산을 마련해두면 된다.

원도심 활성화 정책에 눈에 불을 키고 달려드는 대전시가 원도심 속 테미도서관에는 어떤 해결방안을 내놓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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