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기획 인터뷰> 대전 문화를 말하다2
<토마토 기획 인터뷰> 대전 문화를 말하다2
  • 월간토마토 송주홍
  • 승인 2012.08.10 1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년들이 도전해볼 수 있는 다양한 문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문화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요즘처럼 많이 오간 적이 또 있을까 싶다. 문화가 우리 삶의 모든 산물이니 당연할 수도 있으나 이것이 ‘경제’에 우선할 날을 기대하기에 살짝 흥분한 것도 사실이다.

▲ 월간토마토 이용원 실장과 조선그루브 이수관 대표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이에 월간 토마토는 이번 호부터 <대전, 문화를 말하다>라는 특집 대담을 진행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 예술 활동을 펼치는 사람을 만나 대전 문화예술계에 관한 조금은 폭넓은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편집자 주>

인터뷰 전문은 다음과 같다.

이용원 실장
조선그루브에 대한 이야기부터 간략하게 들어볼게요. 조선그루브가 대전광역시 마을기업에 선정되었지요? 이수관 대표
올해 3기로 선정됐어요. 직원은 저를 포함해서 3명인데요. 사실 직원이라는 개념보다는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형식만 제가 대표일 뿐 어떠한 사안에 대한 결정 구조를 비롯해 모든 권한을 똑같이 갖죠.

이용원 실장
그렇다면 조선그루브는 미래에 대한 전망을 사회적 기업에 두고 있는 건가요?
이수관 대표
꼭 사회적 기업을 목표로 하는 건 아니에요. 사회적 기업도 그렇고, 비영리 단체도 그렇고 모두 어떠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어떠한 수단이 적절하냐에 대해서 현재는 고민 중이에요. 현재로선 그나마 사회적 기업이 가장 가까워요.

이용원 실장
조선그루브는 버스킹인 즐길거리, 궁민대축제, 안die 등의 사업을 주로 하고 계신 데요. 이 사업의 공통적 특징을 살펴보면 대학로라는 공간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학로의 공간적 특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이수관 대표
청년층이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에요. 어떤 동네를 가도 80~90%가 청년층인 곳은 대학로밖에 없어요. 특히, 지역은 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어르신들을 봐도 여가 활동을 위해 궁동에 오는 일은 거의 없어요. 간혹 오시면 어색해하시죠. 그런 특성이 가장 강한 것 같아요. 연령층이 정해져 있다는 것.

이용원 실장
조선그루브가 꿈꾸는 세상에 마케팅적 개념의 고객이 주로 모여 있는 곳이 대학로라고 보면 되는 건가요?
이수관 대표
현재 단계에서 꿈꾸는 세상은 대학로가 맞지만, 장기적으로 저희는 지역 전체를 바라보고 있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전체를 바라보고 일을 할 수 없어서 소통이 가장 잘되는 사람이 청년층이고, 청년층이 가장 많이 모인 대학로를 타깃으로 활동한 거예요.

이용원 실장
조선그루브 홈페이지에 보니 ‘수도권을 부러워하지 않겠다.’라는 선언을 했는데, 이 얘기는 그간 수도권에 대한 부러움이 있었다는 것인데, 어떤 부분이 부러웠나요?
이수관 대표
이 문구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에서 시작한 건데, 일반적인 대학생이면 한 번쯤 느끼지만, 서울은 공연, 연극 등 볼거리가 많아요. 그것 자체가 부러워요. 지역보다 기회 자체가 풍요로운 거죠. 저도 밴드 동아리를 했었지만, 동아리 하는 친구들은 매일 열심히 연습해요. 학기 중에는 6시부터 밤늦게까지 하죠. 하지만, 그 친구들이 연습만 하러 동아리에 들어온 게 아니에요. 공연하려고 들어온 건데 대전에는 공연할 곳이 없다는 거죠. 저의 경우, 대학교 때 동아리에서 일 년에 14번 정도 공연했어요. 한 달에 한 번 이상 한 건데 타 동아리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이 한 거예요. 그런데 공연했던 곳이 삼성생명 연수원, 원자력 발전소 세미나 등, 페이 공연이었어요. 정작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곳에서는 못했죠. 서울은 홍대에 가면 놀이터에서도 공연해요. 그런데 우리가 놀이터에서 하면 이상하잖아요. 그런 것들이 부러웠어요. 그래서 조선그루브를 시작한 거예요.

이용원 실장
그렇다면 조금 더 근원적으로 들어가서 지역 대학로를 중심으로 예술문화가 꽃피우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수관 대표
가장 큰 문제는 지속성이에요. 실례로 ‘즐길거리’가 2년째 공연을 하고 있는데 저희보다 앞서 선배들이 다 도전했던 부분이에요. 2~3년씩 하다가 없어진 거죠. 지속성 없이 매번 하다가 말다가 하니까 대학로가 바뀌지 않는 거예요. 누군가가 끈기 있게 5~10년씩 못해요. 도전하다가 취업할 때 되면 떠나는 거죠. 이런 게 반복되고 있어요. 홍대도 결국 청년들이 바꾼 게 아니라 예술가가 바꾼 거잖아요? 예술가들이 들어와 계속 활동하다 보니까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변화가 생기면서 홍대가 형성된 거거든요. 대전은 그런 게 부족한 것 같아요.

이용원 실장
지속성을 가지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그만두고, 그만두고 하는 이유가 있을 텐데,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이수관 대표
대학로는 크게 세 부류의 집단으로 구성돼요. 청년층, 주민과 상인, 관(官). 그런데 항상 도전하는 거 보면 다 따로따로 도전해요. 관에서 로데오거리를 은행동처럼 차 없는 거리로 만들겠다고 10억 원을 들였어요. 한 2년 시행을 하다가 다시 차가 다니고 있어요. 상가 분들도 지역 활성화를 위해 축제를 하자고 해요. 그런데 상가 분들이 하니까, 코드도 안 맞고 반응도 없으니까 금방 없어져요. 청년들도 또 따로 도전하지만, 주변 반발이 심하니까 좌절해요. 세 집단이 연합하고 힘을 합쳐서 도전해야 하는데 각자 따로 노니까 집중이 안 되는 거예요. 저희도 현재는관하고 상가 분들의 도움 없이 활동하고 있어요. 독자 노선을 걷는 거죠. 이유는 신뢰도 때문이에요. 어른들이 청년들을 봤을 때 저러다 말겠지, 투자해줘 봤자 금방 포기하니까, 라고 생각하니까 저희는 끝까지 할 거라는 걸 보여주자고 해서 독자 노선을 걷는 거예요. 처음에는 어른들이 시끄럽다고 뭐라고 했었는데 매주 금요일마다 공연하니까 점차 금요일은 시끄러운 날로 되어버린 거예요. 작년에는 민원 때문에 경찰분들을 자주 만났어요. 그런데 올해에는 경찰분들이 한 번 왔어요. 많이 좋아진 거죠.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을 가지고 상가 분들과 합의점을 찾다 보면 변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1, 2년이 아니라 5, 10년을 보면서 해야죠.

이용원 실장
그렇다면 원하는 것이 예술장르를 통한 즐길 수 있는 놀이를 만드는 것인가요?
이수관 대표
조금 더 다양한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대학생, 청년들을 비롯한 모든 분에게 “<대학 문화>하면 뭐가 생각나는가?” 했을 때 거의 100에 90은 “술”이라고 답해요. 그렇게 대학문화가 딱 하나라고 할 정도로 좁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죠. 특히나 청년들인데, 대학 하면 공연, 전시, 교육 등 별의별 대답이 나와야 하거든요. 술이라고 하는 게 싫었어요. 특정 분야의 전문성은 떨어지지만, 청년들이 도전해볼 수 있는 다양한 문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조선그루브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문화 전체를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에요. 음식, 책, 교육, 그림, 공연 등 모든 문화를 얘기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이 공연이기 때문에 현재는 공연에 집중하는 거예요.

▲ 월간토마토 이용원 실장
대전의 특징은 다양성, “희망 보인다”
이용원 실장
예술문화가 꽃피우려면 그것들을 구성하는 자원이 있어야 하잖아요. 현장에서 보면 어때요? 예술문화에 필요한 자원이 양적, 질적 측면에서 충분한가요?
이수관 대표
애매한데 충분하다고 하기도 그렇고 없다고 할 수도 없어요. 처음에는 아예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활동을 해보니 갤러리, 소극장 등 활동할 수 있는 장소도 많고, 활동하는 친구도 많고, 오래 활동해 온 예술가도 많아요. 그런데 그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소비하는 친구들이 대전에 문화가 없다고 생각해서 서울로 가는 건데 결코 대전에 없지 않거든요. 모르기 때문에 서울로 가는 거죠. 만약 안다면 대전에서 충분히 즐길 거예요. 실제로 저희 같은 경우 거리공연을 작년 5월에 시작했는데 그때만 해도 50~70명 모였어요. 최고가 136명이었어요. 올해는 최고가 208명이에요. 지금은 평균 100명이 넘어요. 사람들이 모르는 것일 뿐 예술문화 소비층이 결코 없는 것이 아니에요.

이용원 실장
아까도 이야기했는데 대학로에서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대전 전 지역으로 확대하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대전이라는 도시의 지역문화가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을 것 같나요?
이수관 대표
개인적으로 대전은 다양성이라고 생각해요. 대전이라는 도시 자체가 행정구역상으로도 원래 하나가 아니라 외부에서 유입되어 형성된 도시거든요. 그래서 문화 자체가 다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특정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죠. 지리적으로 서울의 문화를 따라가기고 쉽고, 부산의 문화를 따라가기도 쉬워요. 모든 지역을 따라가기가 쉬운 거죠. 모든 것을 총망라할 수 있는 것이 대전의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표현성과 다양성. 대부분 대전의 특색이 없다고 하는데 그것 자체가 특색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기본적으로 서로 이해하고 포용하는 그런 다양성이 좋겠죠?

이용원 실장
조선그루브로 활동하다 보면, 시의 문화정책에 대한 부분, 지역의 문화기획 등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할 텐데, 청년기획자가 보기에 대전시의 문화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수관 대표
어떻게 보면 너무 돈으로 해결하려는 것 같아요. 실제로 참여할 대상과 만들어갈 사람에 대한 고려 없이 실적 쌓기를 위한 투자가 많지 않나 싶어요. 예를 들면, 모든 구, 모든 동에 무료로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공간 만드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물론 필요한 부분이죠. 그런데 그 후의 관리 부분까지 생각하고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그게 안타까운 거죠.

이용원 실장
조선그루브를 4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는데 가능성이 보이나요? 문화의 낙후지라고 하는 대전도 문화적인 변화가 올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보세요?
이수관 대표
희망을 봐요. ‘즐길거리’만 봐도 다들 대학로에 사람 안 모인다고 했는데, 관객 수 자체가 달라졌어요. 공연팀 자체의 퀄리티도 달라졌고요. 서울에 내놔도 손색없는 밴드들이에요. 그런 팀들이 대전에서 활동한다는 것만 봐도 충분히 희망이 있는 거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행위자나 소비자나 같은 개념이라는 거예요.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곧 행위자여야 해요. 문화에 관심이 없으면 소비도 안 하잖아요. 자기가 직접 문화를 즐겨봐야 하거든요. 밴드 해본 사람이 밴드에 관심 있고, 뮤지컬 해봐야 뮤지컬에 관심 두잖아요. 그래서 동아리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동아리 활동하는 사람들이 지역 예술가를 먹여 살릴 수 있어요. 동아리가 더욱 많아져야 해요. 다행히 예술 관련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고 직장인 밴드도 많아지는 추세예요. 충남대, 카이스트, 목원대, 한밭대만 합쳐도 예술 관련 동아리가 70개 정도는 돼요. 실용음악과도 있고, 미대도 다 있고 그 자원들만 해도 엄청난 거죠.

이용원 실장
자원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뭔가 일을 꾸미고 벌이기에는 충분한 자원이 있다는 얘기인가요?
이수관 대표
그렇죠. 그런데 그것을 결집하고 하나로 뭉치기에는 시간이 조금 걸리지 않을까 싶어요.

▲ 조선그루브 이수관 대표
청년·기성세대 간, 편견 없이 소통해야…
이용원 실장
그것을 유통할 수 있는 매개, 그러니까 조선그루브 같이 문화를 기획할 수 있는 기획집단이 자원보다 부족하다는 거죠? 이들을 모아내고 일을 꾸미고 포장해서 밖으로 내놓을 수 있는 문화기획집단이요?
이수관 대표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렇지만, 2010년을 전후로 청년문화기획집단이 꽤 많아지고 있어요. 조선그루브를 비롯해 SR, 청춘들아, 와꾸바리 쉐이크, 문화가치원 등등 열 개 이상은 되네요. 그런데 여기에 또 문제가 있어요. 청년층 집단은 지속해서 생기는데 기존 문화계에서 활동하고 계신 기성세대와 소통이 잘 안 돼요.

이용원 실장
심하게 얘기하면 세대갈등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수관 대표
관심사도 다르고 활동하던 범위도 달라서 서로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청년층이 먼저 찾아가야 하지만 청년층도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그것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대흥동립만세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요. 대흥동립만세가 그런 구심점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대흥동립만세를 통해 많이 모이고 있어요. 소통의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이용원 실장
그렇다면 이수관 대표가 직접 판을 만들어 나가고 바꿔나가고 있지만, 지역 전체로 봤을 때 지역이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것 있나요?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해 관이든, 선배들이든, 기성세대가 이런 것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요.
이수관 대표
가장 큰 바람은 소통이에요. 청년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도전의 기회를 좀 더많이 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물론 청년에게 무언가를 맡긴다는 것이 도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신뢰도, 책임에서 청년은 도망치기도 쉽고 회피도 쉽고 전문성도 떨어지니까요. 하지만, 그 청년이 커서 기성세대 될 것이기 때문에 그 청년들을 키워야 하는데, 기회가 너무 없어요.

이용원 실장
소통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청년·기성세대 간, 청년들 간, 구성원들 간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개인적 노력? 아니면 다른 시스템적인 지원이 필요할까요?
이수관 대표
정확한 답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결국에는 개인의 노력인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도 이곳저곳 돌아다니는데 계속해서 얼굴 부딪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소통이 되는 것 같아요. 기성세대만의 잘못은 아니에요. 청년 또한 기성세대를 소위 꼰대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그분들이 활동했던 모습을 존경하고, 이해하고 같이 소통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기성세대도 청년들에게 “기회 줄 테니까 해봐.”가 아니라 그만큼 정당한 대가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소통이 이루어지면 서로 고정관념을 깰 수 있을 거예요. 결국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죠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충청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