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대전 2012 에네르기
프로젝트 대전 2012 에네르기
  • 글 이용원
  • 승인 2012.09.14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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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대전 2012 :에네르기>에 관한 약간은 건방진 사전 해설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제법 규모가 큰 국제전을 준비 중이다. 9월 19일부터 11월 18일까지 진행하는 <프로젝트 대전 2012 : 에네르기>다.

▲ 이코 미카미 & 소타 이치가와, , 혼합매체, 가변크기, 2004.

내심 광주광역시나 부산광역시처럼 비엔날레로 연속성 있게 추진할 의지가 엿보인다. 관심을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직 개막을 하지 않아 그 실체를 볼 수는 없지만 대전시립미술관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기획의도와 주제, 행사 개요 등을 미리 살펴본다.

▲ 세노코즘, , 가변크기, 2007
에네르기. 만화 영화에서 화면을 가르던 찬란한 빛이 떠오른다. 대부분은 좋은 편이 가진 궁극의 무기다. 이 좋은 무기를 왜 처음부터 쓰지 않고 꼭 궁지에 몰렸을 때 비로소 아껴둔 곶감 빼어먹듯 쓰는 것인지 늘 궁금했다. 장풍과도 유사하지만 에네르기 파는 눈에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이 에네르기 파를 당할 자 누가 있을
쏘냐.

‘에네르기 파~’를 큰 소리로 외치며 섬광을 쏘아 올리는 장면이 자꾸 생각나서 그런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국제전 주제로 잡은 ‘에네르기’가 무척 친근했다. 이 에네르기가 energy와 기(氣)를 더해 만든 말이라는 걸 알기까지다. 알아버린 순간, ‘에네르기 파’ 따위를 떠올렸다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심오해져 버렸다.

▲ 세노코즘, , 가변크기, 2009
대전시립미술관에서 기획한 국제전 명칭은 <프로젝트 대전 2012 : 에네르기> 이렇게 쓴다. 오는 9월 19일부터 대전시립미술관 시실을 비롯해 한밭수목원, 엑스포공원, 대흥동 등지에서 두달 간 열린다.
“과학도시 대전의 정체성을 특성화 전략으로 내세운다. 객관적 진리탐구 영역인 과학과 상대적 가치 경쟁 영역인 예술 영역간 교류와 협업이다”

대전시립미술관 측이 <프로젝트 대전> 주요 의제라고 밝힌 내용이다. 좀 어렵다. 전시나 미술 작품을 설명하는 판넬 내용은 늘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지금부터 나름 해석 들어간다.

내용을 살펴보면 국제 미술전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데 이번 대전에서는 ‘과학’으로 성화시키겠다는 이야기다. 대전은 우리나라 대표 과학도시지만 이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과학이 하나의 문화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예술적 소통을 방법으로 제시한다.

▲ 전지윤, ,인터랙티브 영상, 2012

‘연구단지’라는 여전히 폐쇄적인 공간을 두고 대전을 ‘과학도시’라고 칭하기는 왠지 부끄럽다. 이 ‘한계’를 인식한 부분에 대해서 동의한다. ‘정체성’이라는 거대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도시와 도시민에게 문화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주장에 모순은 없다. 대전 정체성을 꼭 ‘과학’에서 찾아야 한다면, 동의하기 어렵지만 도시가 갖는 다양한 정체성 중 하나로 ‘과학’을 꼽는다면 굳이 부인할 필요도 없다.

과학이 문화로 자리잡기 위해 ‘예술적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도 흥미롭다. 소통의 주체는 시민과 과학자다. 이 두 집단이 소통하는 방법이 ‘예술적’이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것이 어떤 과학 분야를 예술적 소재나 영감을 떠올리는 모티브로 삼아 작품을 만들고 이를 시민이 다른 예술 장르처럼 향유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 두 집단이 예술을 함께 향유하며 혹은 함께 만들며 접촉면을 넓혀야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근데, 전시기획을 살펴보면 앞에 설명한 것에 가깝다. 우선,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주제’로 넘어가야 겠다. 여하튼, <프로젝트 대전>은 과학을 문화로 만들어 대전을 진정한 과학문화도시로 만드는 과정에서 예술적 소통으로 회적 합의를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게 대전시립미술관이 밝힌 기획 의도다.

▲ 미레이유 훌피우스, , 대나무 설치, 가변사이즈, 2012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을 지향한다.’라는 <프로젝트 대전> 기획의도답게 올해 전시 주제 ‘에네르기’는 정말 많은 내용을 포괄한다. 자연 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에네르기 파’정도는 아주 작은 조각에도 미치지 못한다. 주제어에 사용한 기(氣)는 또 어떤가? 우리를 비롯한 동양에서 논의하는 기(氣)는 열심히 학습해야 이해할 수 있는 동양철학 개념 아니던가. 이 둘을 더해 놓았으니 그 주제의 심오함이란 더 말할 나위 없다.
이 주제를 설명하면서 대전시립미술관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어휘는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 자연과 사회, 인간 이해 등이다. 이를 보면서 결국 예술이 시작했을 때부터 다뤄왔던 모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 허구영,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처럼, 가변크기, 입체 설치, 2009
여기에 덧붙여 에너지 고갈 문제에 따른 하이브리드 기술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본 핵에너지 문제 등도 거론한다. 과학분야에서 확장한 개념으로 사용하는 에너지와 동양철학 개념 기(氣)만으로는 자칫 현실과 괴리감을 주어, 그렇잖아도 시민에게 어려운 예술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부담이 작용한 모양이다.

이런 다양한 개념과 논의와 현실 등을 포괄하고 있는 이번 국제전 성격을 대전시립미술관은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공존하는 <프로젝트 대전 2012 : 에네르기>는 탈근대적 통합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융복합 예술프로젝트이다”

공 존 하 는 여 섯 분 야 는 결 국 ‘ 전 부 ’ 다 .

▶ 어디에서 무엇이 열리나

이번 <프로젝트 대전 2012 ; 에네르기>는 다양한 공간에 작품을 펼쳐 놓는다.

▲ 펑흥치, , 2009,
중심 공간이라 할 수 있는 대전시립미술과 1~5전시실에서는 전시 주제어인 ‘에너지’에 집중하여 생명에너지와 지구에너지, 핵에너지 문제를 다루는 작품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세이코 미카미와 소타 이치가와의 <gravicells>이라는 작품은 관람객이 작품에 들어가는 순간 중력을 감지해 중력의 저항을 시각화 청각화하는 작품이란다. 또 프랑스 듀오 아티스트 세노코즘 작품<Akousmaflore>는 관람자가 식물과 접촉했을 때 에너지를 감지하여 소리로 반응하는 작품이다.

이런 에너지를 주제나 소재로 활용한 작품이 열리는 대전시립미술관 전시가 주제 기획전이다. 박영균, 박찬경, 신학철, 천 경우, 강현욱, 박용선, 로랑 그라소, 줄리아나 쿠네아스 등이 전시에 참여한다.

현장미술 프로젝트는 한밭수목원과 갑천 일대에서 열린다. 현장에서 직접 작품을 제작하고 설치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작품에 마음이 동한다면 마침 이웃도시 공주시에서 9월 25일부터 열리는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도 기억해두는 것이 좋겠다. 현장미술 프로젝트에는 강희준, 김순임, 성동훈, 양충모, 최영옥, 최평곤, 허강, 미레유 풀피우스, 사울리우스 멜리우스, 하루이코 혼다, 올가 짐스카 등이 참여한다.

엑스포공원 안에 한빛탑에서는 아티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여기서 아티스트는 <ArtiST>란다. ‘Art in Science & Technology’의 합성어라는데, 거의 에네르기 수준이다. 과학기술과 결합한 예술적 실험을 뜻한다. 참여작가가 과학자와 협업으로 작품을 만든다. 참여 작가 중 일부는 단기 과학기술 레지던시를 진행했다.

워크숍과 대덕연구단지 연구실 탐방, 과학예술융합세미나 등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김승영, 김형기, 머머링 프로젝트, 모하프로젝트, 안광준, 양아치, 유알아트, 임동열, 전지윤, HY-doubt 프로젝트, L 프로젝트가 참여했다.

원도심프로젝트로 대흥동 일대에서도 ‘대흥동 타임스퀘어’전이 열린다. 전체 전시 기획 중 여러 면에서 느낌이 가장 다르다. 그래도 ‘주제 의식’은 심어 두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대흥동에서 펼치는 전시가 “예술이 도시를 재생하는 에너지로 원주민의 사적인 삶과 공적(경제적) 삶에 직접 투입되어 ‘생산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미술관이 밝힌 의도를 근거로 보면, 이거야 말로 목적을 갖고 직접 발사하는 ‘에네르기 파’다. 다만, 기대하는 것만큼 이것이 과연 ‘기회’로서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일지는 미지수다.

대흥동에서는 작가 열일곱명이 작품을 설치한다. 구헌주, 김가을, 김남오, 박대규, 서상호, 안치인, 여경섭, 유동조, 유현민, 이이남, 정연민, 정장직, 허구영, 허태원, 홍상식, 슈양, 아리미치 아와사와다. 이들은 북카페 이데, 진로집 골목, 백제당, 카페 비돌, 대전창작센터 등 다양한 색깔을 지닌 공간에 작품을 설치한다.
이번 국제전을 준비할 때 개막일은 9월 5일이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개막일을 2주 연기했다. 급작스러움에 많은 이가 어리둥절했고 예상한 것처럼 ‘준비 소홀과 졸속’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니 우려가 더 클 수밖에 없었을 게다.

근데, 오히려 이것보다는 올해 <프로젝트 대전>을 설명하는 개념이나 주제가 너무 포괄적인 것이 마음에 걸린다. 유행을 타지 않는 블랙 투 버튼 슈트는 필연적으로 밋밋하다. 뒤처지지 않음을 보장받는 대신에 특별함을 반납하는 것은 재미없다.

포괄적인 주제는 걸맞는 전시 작가와 작품을 선정하는데 편할 수 있지만 정교하지 못하면 전체적인 흐름을 관객이 쉽게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산만하다. 과학과 예술의 만남은 이미 새로울 것 없는 흐름이다. 예술은 인문학의 중요한 영역이며 인문학은 과학뿐만 아니라 기술과 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 반드시 겸비해야 할 소양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가? 정작 중요한 것은 어떻게 만날 것인가다.

과학자와 예술가가 만나고 과학기술을 작품에 활용하는 수준을 융합이나 소통이라고 하기엔 작위적이거나 단편적이어서 낯 간지럽다. 이것을 뛰어 넘을 때 융합과 소통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국제전이 국내외 훌륭한 작가들의 많은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은 틀림없다. 시민이 전시를 보며 어떤 문제인식을 갖고 이것이 도시에 창의적인 발전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 이어져야 한다. 이것이 대전시립미술관이 이야기하는 ‘예술적 소통’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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