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萬(만)번의 회의보다 한 줌 쓰레기 줍는 실천의 의미
〔기고〕 萬(만)번의 회의보다 한 줌 쓰레기 줍는 실천의 의미
  • 최형순 기자
  • 승인 2024.02.28 2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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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 수자원관리부장 김상현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얼마 전 해양수산부로부터 연안 쓰레기 처리 문제에 대해 관계기관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받았다.

김상현 수자원관리부장

주요 내용은 일단 바다로 쓰레기가 배출되면 수거 및 처리에 몇 배나 많은 비용과 노력이 소요되니 바다로 배출되기 전 하천이나 저수지에서 미리 수거 처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필자가 20여 년 전 신입사원 시절부터 비슷한 내용의 공문을 꽤 많이 접해오고 있는데 아직까지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

쓰레기는 결국 하류로 떠내려가니 상류보다는 하류를 관리하는 기관이나 지자체가 애가 타고, 이에 따라 주관기관 설정, 비용 마련, 역할 분담 등에 있어 상하류간 이견이 발생했으리라 예상된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업용수관리 전문기관으로 전국 3,400여 개소의 농업용 호소를 관리하고 있는데 해마다 20% 안팎의 호소가 수질 5등급 이상의 “나쁨”이나 “매우 나쁨”등급에 해당하는 수질을 보이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기준이 수질 4등급(약간 나쁨) 이하의 수질을 요구하고 있으니 “나쁨”등급 이상의 용수를 사용하는 농가에서는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을 수 없고, 더불어 녹조 발생, 어류폐사 등이 반복되는 등 영농뿐만 아니라 생태계보호 측면에서도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연안 쓰레기 문제와 마찬가지로 저수지에 모이는 물과 오염물질은 상류 하천에서 들어온 것이니 상류에서 깨끗한 물이 들어와 준다면 저수지 수질이 나빠질 이유가 없다.

상수원으로 쓰이는 댐이 오염원이 거의 없는 산간 지역 최상류부에 있는 이유이다. 오염도가 심한 농업용 호소는 대부분 유역 말단부에 위치하여 농업, 축산, 도로, 하수처리수 등 특정 혹은 불특정오염원으로부터 흘러들어오는 물을 가둔 시설들이다.

이에 농업용 호소 관리주체인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는 하천 및 유역오염원 관리주체인 지자체, 환경부와 수질관리협의회, 수질환경보전회 등의 회의기구를 통해 오염원 감축, 유입 수질개선 방안을 지속해서 모색하고 있으나 한정된 예산과 우선 투자순위, 관리감독권, 기술 부족 등의 문제로 확실한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에서는 지난 23년 상반기 수질환경보전회에서 서산시, 태안군, 지역 농민 및 주민과 함께 실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두 가지 사항을 협의하였는데,

첫째는 저수지 수변에 시설물이 들어올 경우 오수는 저수지 유역 밖으로 배출하거나 수거 처리하여 저수지 내로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둘째는 저수지 주변의 쓰레기는 해당 마을에서 수거할 수 있도록 농어촌공사에서 인력 및 장비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어찌 보면 대단치 않은 내용이라 볼 수 있지만 두 가지 모두 지역사회가 저수지로 들어오는 오염물질 저감을 위해 행동에 나서겠다는 것이니 농업용수를 관리하는 기관으로서 고맙기 그지없을 따름이다.

이후 우리 지사에서는 수변 지역 신규 시설물 설치시 저수지 유역 밖으로 오수를 처리토록 지자체와 함께 일관되게 대응해 오고 있으며, 풍전저수지(서산시 위치)를 깨끗이 하겠다는 일념으로 매주 환경정화를 실시하는 자원봉사단체(한농공 수질오염 지킴이)에 청소도구, 조끼, 현수막 등의 물품과 인력을 지원하면서 환경정화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원봉사수요기관으로 등록까지 마쳐 저수지 주변 환경정화에 참여하고자 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놓았다.

개인 재산권과 충돌 소지가 크고 주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내야 하는 사안이라 추진하기 망설여졌지만, 회의만 하기보다는 사소하지만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는 것이 지역사회의 동참을 이끌어내는데 더욱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서산시의회를 방문했다가 받은 기념 수건에 적힌 글귀를 소개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소에게 무엇을 먹일까 하는 토론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소를 굶겨 죽였습니다.

百(백)의 이론보다

千(천)의 웅변보다

萬(만)의 회의보다

풀 한짐 베어다가 쇠죽 쑤어준 사람 누구입니까

그 사람이 바로 일꾼입니다.

도산 안창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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