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에 소통과를 신설하라!
대전시에 소통과를 신설하라!
  • 글 김선정
  • 승인 2012.09.28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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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서는 진정한 ‘소통’을 연구하는 거다.
토요일 아침, 새벽 5시에 눈을 뜬 건 이유가 있었다. 그를 만나러 가야 했다. 약속장소인 엑스포 남문광장에 도착한 건 오전 6시 반이었다. 족히 100명은 넘어 보이는 사람이 모여 있었다. ‘누가 이 시간에 그것도 토요일에 나오겠어?’라고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다. 그는 이미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누군가 “이제 출발할까요?”라고 말하는 순간 더 많은 사람이 그의 주위에 몰려들었다. 그는 내내 사람들에게 에워싸여 있었고, 웃고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든 그가 말문을 열었다.

“시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소통하는 시장님?
정치권에서 ‘소통’은 요즘 핵심 키워드다. 이것의 내면에는 ‘관계의 재정립에 대한 욕망’이 서려 있다. 오랜 기간 권위주의 시대를 경험했던 우리는 시스템의 민주화를 뛰어넘는 진정한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니 정치권에서도 발빠르게 ‘소통 잘하는 이미지’는 무척 중요하다. 그래서 다양한 일이 벌어진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쯤은 이제 기본이다. 단체장 집무실을 청사 1층으로 옮기는가 하면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집무실 벽을 유리로 만든 곳도 있다.

염 시장도 ‘소통’을 강조한다. SNS로 시민과 적극적인 소통을 하는 다른 단체장들처럼 염홍철 시장 역시 매일 트위터도 하고 있다. 또 매주 월요일 아침 시청 공식 홈페이지에 편지도 띄운다. 조회 수는 많지 않지만, 꾸준히 편지를 쓴다. ‘나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라고 시민을 향해 메시지가 담긴 편지를 쓴다.

여기에 더해 한 달에 한 번 ‘시장과의 아침산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순진한 글쟁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염 시장 옆에서 함께 걸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눌 것이라 생각했다. 조금 떨리고 긴장까지 됐다. 그런데, 염 시장과 말 한 마디도 섞지 못했다.

▲ 염홍철 대전시장
그들은 왜 시장을 보러 아침 댓바람부터 나왔나
8월 4일 아침산책 장소는 한밭 수목원이었다. 시장을 만나고 싶은 이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사람들은 그의 뒤를 따라 줄지어 걷기 시작했다. 산책 전부터 시장 곁에서 맴돌던 사람들은 출발 사인과 동시에 시장 옆에 바짝 붙어 걷기 시작했다. 시장과의 아침산책이지만 시장 얼굴이 보이지 않은 건 이미 오래전이다. 사람들은 시장이 발걸음을 멈추면 잠시 쉬다가 그가 걷기 시작하면 다시 걸었다.

산책에 참가한 이들 중에는 단체 티셔츠를 입은 이들이 많았다. 각자 소속된 단체 티셔츠를 입은 이들은 시장에게 자신들이 하는 일을 알리기 위해 그의 옆에 바짝 따라붙었다. 이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시장과 멀리 떨어져 걷는 사람들은 왜 나왔는지 궁금했으나 더는 묻지 않고, 뒤통수조차 보이지 않는 시장과 아침산책 길에 나섰다. 한 이십 분 걸었나, 이른 아침이었지만 더운 날씨에 땀이 삐질 났다. 염홍철 시장은 공원 한쪽에 마련된 곳에서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잠시 쉬었다 갈까요? 저희를 위해서 색소폰 연주를 해줄 분이 이곳에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가 소개한 색소폰 연주자는 첫 곡으로 ‘그 겨울의 찻집’을 연주했다.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사람들은 어색한 미소를 띠며 연주를 들었다. 한밭 수목원을 걸은 지 한 시간이 지났다. 산책에 참여한 이들은 다 같이 단체 사진을 찍었다. 어디에선가 이런 소리가 들려온다.

“시장님, 시장님 웃으세요. 하하하” 사진을 찍은 뒤 사람들은 잔디밭에 사각형 테두리 모양으로 깔린 돗자리에 앉아 앞에 놓인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시장 옆에서 밥 먹는 이들은 산책 시작부터 그의 옆에서 줄곧 걸었던 아이들이었다. 밥을 다 먹을 쯤 드디어 그들의 정체가 드러났다. 시장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중·고교생 동아리였던 이들이 질문을 시작했다.

“이끼도롱뇽을 보호하기 위해서 시에서 특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시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희는 음식 나트륨을 줄이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시장님은 어떤 음식에 나트륨이 많이 들어있는지 아시나요? 시에서도 나트륨 줄이기 운동에 적극 참여를 해주실 수 있나요?” 등 적극적으로 자신의 활동을 시장에게 알렸다.

고등학생들의 질문이 끝나고 자신이 사는 동네 ‘가로등 및 건널목 설치’에 대해 묻는 중년 남성이 등장했다. 그의 질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이러했다. “이런 이야기를 꼭 시장을 보면 하려고 해요. 이런 문제는 시 홈페이지나 120번을 이용하면 될 것이에요. 이런 민원이 있으면 이쪽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시민협력과장 그렇죠?” 그리고 염홍철 시장은 다음 말을 이었다.

"또 다른 분 질문하세요.”

아침산책에 참여한 몇몇 사람 질문에 응답한 뒤 염홍철 시장은 시에서 추진하는 정책은 시민이 함께 해주지 않으면 어렵다는 말을 끝으로 아침산책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 대전시청
지금의 방식은 소통이 아니다.
직접 참여해 본 아침산책 프로그램은 잘 짜인 이벤트였다. 팬사인회를 열어 팬과 직접 만나는 연예인처럼. 벽을 깨트리는 장치로는 훌륭하지만 ‘소통’이라는 측면에서는 그다지 효용성이 없어 보인다. SNS와 아침편지, 아침산책 등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말하면 시청 시장실 옆에 있는 ‘시민사랑방’에 들어가면 염 시장 내지는 관계자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줄 알고 들어갔다가 쫓겨난 경험도 있다. 난 시민이고 그곳은 사랑방이었으니까.

그런데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1:150만의 소통은 직접 나서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대전시 정책 최고 결정권자가 조직 내에서 소통문화를 확산하고 이런 문화가 시청 운영 전반에 퍼져 대전시 운용 자체가 시민과의 진정한 소통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대전시:150만일 때 가능하다. 어파치, <빨간 토마토가 꿈꾸는 세상> 코터는 희망 사항을 막 질러보는 곳이니 지른다.

한시적으로 ‘소통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공무원이 부족하면 ‘소통계’를 만드는 거다. 이 부서는 진정한 ‘소통’을 연구하는 거다.

뭘 ‘연구’씩이나 라고 얕잡아 볼 수도 있지만 ‘소통’ 이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사전적 의미야 ‘막히지 않고 잘 통함’이라고 정의했지만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소통’은 이 정도 수준이 아니라는 것 잘 알고 있다. 조금 있으면 사회학자들이 이 제목으로 500페이지 이상의 전문 서적을 출판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벌써 나왔을 지도 모른다.

그러니 연구가 필요하다. ‘소통’이 필요한 곳에 맞게 적절한 방법론을 찾아내고 이것이 실행계획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한 1년 정도 운용하면 <대전시청 소통 매뉴얼북>이라는 팸플릿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그 결과에 따라 소통과 존속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언론을 보면 온통 ‘소통’이야기다. 중요한 과제라느니, 이것이 잘 되니 안 되니, 좀 지겨워질라 그런다. 그리고 지금 소통행위라 홍보하는 대부분은 짝퉁이다. 그냥 수다내지는 대화 정도로 표현하면 되지 소통이라고 말하기는 좀 부끄럽다. ‘소통’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임시기구로 소통과를 만들 때, 과장은 외부인사 영입도 충분히 고려해봄 직하다. ‘낙하산’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운영도 하기 전에 망하는 꼴이니, 이 점 유의해서 말이다.

이번 호 <빨간 토마토가 꿈꾸는 세상>은 ‘대전시에 소통과를 신설하라!’로 정리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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