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가치 우리가 만드는 문화
대전의 가치 우리가 만드는 문화
  • 글 성수진 사진 이수연
  • 승인 2012.10.1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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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NGO 문화가치원

‘문화’와 ‘가치’. 무얼 지칭하는지 알 수 없는 모호한 두 단어를 모았다. 이름 하여 문화가치원이다. 우리가 사는 지역의 정체성은 무얼까 고민하며 재미있는 일을 벌인다. 성격에 맞게 이름을 재미있는 것으로 지을까 했지만,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 쉬운 이름을 붙였다. ‘TEDx Daejeon’, ‘인문학살롱’을 만들고, 최근에는 ‘아티언스 페스티발’ 개막 행사를 꾸민 문화가치원. 이들이 꿈꾸는 문화와 가치는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함께 모여 가치를 향유하다

문화가치원은 3년 전에 활동을 시작했다. 그 시작은 ‘TEDx’로부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가치원의 사무처장(필요에 따라 만든 직함일 뿐, 천영환 씨는 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을 맡은 천영환 씨가 카페를 운영할 때였다.

서브컬처 공간으로 카페를 꾸리고 싶었던 바람을 제대로 실현할 수 없어 회의를 느꼈다. 좀 더 많은 사람과 함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천영환 씨는 ‘TEDx’에 주목했다. ‘TED’는 미국의 비영리재단에서 여는 기술(Technology), 교육(Education), 디자인(Design)에 관련된 강연회다. 각 지역에서는 독자적인 강연회를 ‘TEDx’라는 이름으로 연다. “‘TEDx’는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에요. 함께 이야기 나누며 지역 사회가 발전하기를 기대했습니다.”라고 천영환 씨는 이야기한다.

‘TEDx’의 가치를 인정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였다. 그 중 현재 문화가치원 홍미애 대표도 있었다. ‘TEDx’를 함께 만드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느껴 1회 강연회를 끝내고 문화가치원을 만들었다.

공유로 풍성해지는 문화 만들기

‘같이 가치를 만드는 것’. 문화가치원의 활동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혼자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함께 모여 넓고 깊게 고민한다. 백 명 이상이 모이는 ‘TEDx’와는 다른, 적은 인원이 밀도 있게 토의하며 교류할 수 있는 장을 찾다 ‘인문학살롱’을 만들었다.

인문·고전과 관련된 연사를 초청해 이야기 나누는 자리다. ‘TEDx’를 크고 거창한 것으로 느끼는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시작한 ‘인문학살롱’은 올 상반기에 대전시와, 하반기에 평생교육진흥원과 공동주관했다. 한 달에 한 번 책을 읽고 강연을 듣는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북클럽’에서 활동한다. 30~40명이 강연이 있기 전에 먼저 만나 토의한다.

문화가치원은 ‘창작공간 벌집’을 운영한다. ‘창작공간 벌집’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협업이다. 각각 나뉘었지만 하나의 집을 이루는 벌집처럼,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소통하며 시너지 효과를 낸다. 그 시너지 효과는 이번 ‘아티언스 페스티벌’ 개막 행사에서 구현됐다. ‘창작공간 벌집’ 안에서 활동하는 해커 스페이스 ‘무규칙이종결합공작터 용도변경’과의 협업 덕분에 과학과 예술을 접목한 ‘아티언스 페스티벌’ 개막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무규칙이종결합공작터 용도변경’은 자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교류하며 공작하는 공간이다

재미, 문화가치원의 가치
“가장 큰 가치는 재미죠” 천영환 씨는 문화가치원이 추구하는 제일의 가치는 재미라고 말한다. 개인의 생각이 아닌 문화가치원의 생각이냐 되물으니 그렇다고 덧붙인다. “문화가치원이 벌이는 일에는 자원봉사자가 많습니다. 말 그대로 본업은 따로 있고 번외로 함께하는 사람이 많아요. 따로 시간을 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는 재미있어서일 거라고 생각해요”

'Bee HighFive'라는 이름으로 벌이는 일들이 참 재미있다. 벼룩시장, 지구의 시간(불 끄기 행사), 여름에 야외에서 사무실을 만들어 일하기 등, 하나의 성격으로 묶을 수 없는 여러 행사를 ‘Bee HighFive’라는 이름으로 벌인다.

이런 활동을 다양한 분야,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벌이며 서로 알아가는게 문화가치원의 또 다른 재미다. 함께 가치의 영역을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친구를 만드는 일도 역시 의미 있다. 문화가치원에서 하는 행사는 언제나 왁자지껄하다. 학교나 직장에서 직접 부딪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더 솔직한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우리가 사는 곳 함께 만들어가다

우리가 사는 대전에 대해 함께 고민한다. 우리 지역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늘 고민하지만, 어떤 한 방향을 설정한 것은 아니다. 문화가치원은 이러한 방향 설정을 하나의 폭력으로 본다. 많은 시민이 모여 함께 우리 지역에 대해 고민하고 방향 설정해 나가는 것을 추구한다.

많은 시민이 흔히 대전을 과학의 도시로 인식한다. 하지만 대전에서 과학 문화를 읽는 사람은 적다. 실질적으로 그 특성이 도시의 문화에 녹아 있는지도 의문이었던 문화가치원이 대전문화재단의 의뢰를 받아 ‘아티언스 페스티발’ 개막 행사를 맡았다. 구멍이 뚫린 특수소재 망 위에 빔을 쏴 무대를 3D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냈다. 3백 명에게 자체 개발한 ‘인터렉티브 오브제’를 나누어 주었다.

공연장에서 흔드는 막대와 같은 것인데, 비트에 맞추어 불빛을 내기도 하며, 반딧불이를 생체모방해, 다른 빠르기로 반짝였다가, 같은 때에 한꺼번에 불빛을 내기도 한다. 하나의 미디어 작품이기도 한 ‘인터렉티브 오브제’에 스패너 모양으로 과학의 느낌을 살렸다. 무대로, 공연으로, 관객 문화로, 그동안 사람들이 인식해온 ‘과학의 도시 대전’을 펼쳤다.

다가오는 ‘TEDx’ 강연회 주제는 ‘City 2.0’이다. 2백 개 도시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City 2.0’은 문화가치원이 가진 성격을 잘 드러낸다. 우리가 사는 도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 도시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함께 논의한다. 누구도 ‘이렇게 살아가자’며 앞장서 이끌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지역의 고유성에 대해 고민하지만, 세계 안에서의 모습 또한 잊지 않는다. 천영환 씨는 ‘TEDx’의 장점은 번역되어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것이라 말한다.

더 많은 이와 함께하기를

‘아티언스 페스티벌’ 개막 행사는 문화가치원 구성원들도 만족스러웠고, 함께한 많은 이에게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젊은 층만 즐기는 행사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젊은 관객이 많았다.

행사 초청을 페이스북을 통해 많이 한 탓도 있었다. 이벤트 페이지를 만들어 2천 명을 초대했는데 그 중 4백 명이 행사에 참석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알고 참여한 이들에게는 온라인으로 피드백을 받기도 쉬웠다. SNS는 문화가치원이 많은 이와 소통하는 통로이지만,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젊은 층이 많이 모이기도 한다. 컴퓨터, 인터넷과 친숙하지 않은 세대를 위한 블로그 강의라도 하자는 말이 나올 만큼, 문화가치원은 더 많은 세대와 함께하고 싶다. 그 장벽은 지금도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청년들이 주로 나왔던 ‘인문학살롱’을 이제는 중장년층도 많이 찾는다.

문화가치원은 언제나 열려있다.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함께할 수 있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인문학살롱’에서 그림을 통한 심리 치유를 알리고 싶던 자원봉사자가 있어, 주제, 도서, 연사를 관련된 것으로 정한 적이 있다. 나누고 싶은 것을 직접 프로그래밍한 것이다.

문화가치원 주 구성원은 8명이지만, 수많은 시민과 함께한다. 많은 사람과 더 오래 함께하고 싶어 2년 전에 NGO 승인을 받았다. 이제는 공익과 영리를 함께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을 준비한다. 내년 1월에 예비 사회적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자신들의 움직임처럼 자유롭게 모여 NGO를 만들고,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는 과정이 지역 사회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문화가치원은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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