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멘터리 '무대 뒤'
포토멘터리 '무대 뒤'
  • 글·사진 김선정
  • 승인 2013.01.11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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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무대에 서지 않은 공연장은 잠시 숨이 멈췄다. 관객이 입장하기 전 텅빈 공연장은 숨 쉬지 않는 것처럼 적막하다. 연출진과 배우들이 만든 배 한 척이 무대 뒤편에 세워져 있을 뿐이다.

극단 나무시어터는 2010년 5월 1일 창단했다. 지난 3월 <뱃놀이 가잔다>를 무대에 올린 후 가을에 버전2로 다시 관객 앞에 등장했다. 앵콜 요청으로 12월 말까지 연장 공연을 하며 공연을 이어나갔다.

공연장 한 쪽 암막 틈새 사이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곳은 배우들 대기실. 배우들은 이곳에서 무대에 오르기 전 숨 고르기를 한다. 공연 시작 전 배우들은 하나 둘 씩 모여 분장하며 대화를 나눈다.
“오늘 날씨 정말 춥더라.”
“며칠 뒤 면 공연도 끝나네, 아쉽다.”

장기 공연으로 배우들과 스태프는 서로 호흡을 잘 맞춰 놓은 상태다. 공연 전 따로 허설을 하지 않는다. 배우 혼자서 가만히 대본을 읽거나 조용히 대사를 읊조린다. 미리 무대 뒤에서 기다리는 배우도 있다.
장기간 공연이라고 해서 긴장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연극을 10년, 20년 한 배우라 해도 무대에 오를 땐 언제나 긴장감이 맴돈다. 

처음 공연을 할 때는 맡은 배역의 인물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재미이다. 인물이 스며들면 상황을 더 즐기게 된다. 그 후에는 연기하며 놀 수 있는 재미도 생긴다. 세 달 연속으로 이어진 공연에 배우들은 모두 역할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었다. 이것은 배우가 가장 경계해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역할이 습관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장기간 공연이 좋은 점도 있지만, 연기가 습관이 되는 게 무서워요. 항상 긴장해야죠.” (남명옥)
“장기화 공연은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역시. 연기를 하면서 관객에게 묻고 싶어요.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연기하는 배역처럼 그렇게 생각하는지 말이에요.” (손정은)

‘똑똑’ 대기실 문에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극단 대표 정우순 씨가 문을 연다.
“관객 입장 합니다.”

공연을 시작한다. 한 줄기 빛이라도 밖으로 새어나갈까 대기실에 모든 불을 끈다. 대기실 안은 전기난로 빛으로만 밝혀진다. 나무시어터 극단 인턴 목소리가 들려온다.
“핸드폰은 모두 꺼주시고요, 좋은 관람하세요.”

뱃놀이 나간 여인네 5명이 모두 죽어 돌아왔다. 한날한시에 죽음을 맞이한 부인들 죽음에 슬픔에 잠기는 것도 잠시, 5명 여인의 남편은 보험금 2억 5천원 이라는 숫자와 함께 망을 채우기 시작한다. 그 감춰왔던, 감추고 싶었던 욕망이 스물스물 기어나오는 남편들의 습을 그리며 <뱃놀이 가잔다>라는 극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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