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구속과 악화된 호남 민심
박지원 구속과 악화된 호남 민심
  • 편집국
  • 승인 2006.05.2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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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입','DJ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며 국민의 정부 시절 '권력의 2인자'였던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5일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5.31 지방선거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6월 방북을 앞둔 상황에서 보석중이었던 박 전 실장이 전격적으로 법정구속됨에 따라 이른바 '호남 민심'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지원 전 실장이 지난 2000년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인 만큼 김 전 대통령의6월 방북때 DJ를 수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박 전 실장이 구속되면서 수행여부가 불투명하게 됐다.

더구나 엿새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싹쓸이 압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박 전 실장의 구속으로 호남지역에 까지 반여(反與) 정서가 확산될 것으로 보여 이래저래 열린우리당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박 전 실장 구속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하필 지방선거 전에 이런 일이 벌어져 선거를 치르리가 더욱 어렵게 되는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편 이날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관심이 모아졌던 현대비자금 150억원 수수혐의는 결국 무죄로 판결 내려졌지만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의 논평처럼 '사건의 몸통은 무죄,곁가지는 유죄'라는 재판부 결정을 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 진영과 민주당이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재판부는 이날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높은 도덕성을요구받는 자리에 있으면서 대기업 회장들로부터 모두 1억원을 수수한 사실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남북정상회담의 댓가로 북한에 1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이면합의하고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심각한 국론 분열을 초래했다'며 실형 선고의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측은 박지원 전 실장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등의 혐의로 법정구속된 데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의 최경환 비서관은 "박 전 실장은 이미 2년 가깝게 실형을 살고,지병이 있어 보석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동교동측의 이같은 불편한 심기 표출은 재판부가 '대북송금과정에서 박 전 실장이 외국환거래법과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했다는 대북송금 특검의 기소 내용을 인정한 때문'으로 여겨진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박 전 실장은 3년 넘게 재판을 받아오면서 2년 가까운 수형생활을 했음에도 재판부가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구속한 것은 아쉽고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또 '박 전 실장의 대북관계에 기여한 공로와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을 앞두고 내려진 재판부 결정은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열린우리당의 한 재선 의원도 "150억원 수수혐의가 무죄로 나왔는데 도대체 어떤 판단 기준으로 법정구속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않는다"면서 "아무리 재판은 법원이 한다지만 정치적으로 받아 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대다수 국민들도 6.15남북 정상회담과 남북 평화기조에 동의하고 있는 마당에 남북정상회담의 산파역할을 한 박 전 실장도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매우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2년 6월 대북송금 특검에 구속된 뒤 4년여 동안 1심과 항소심에서 징역12년 추징금 148억원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에서 일부 무죄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기사회생하는등 굴곡의 세월을 보냈던 박지원 전 실장.

더구나 대북송금과 관련해서는 이미 임동원 전 국정원장과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사면을 받았던 만큼 박 전 실장에 대해서도 재판부의 선처가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전 실장은 이날 재판부의 '예상밖의' 실형선고를 받고 아무 말 없이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CBS정치부 박종률 기자 nowhe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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