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날숨 이용해 폐암검사 95% 정확도 높였다
ETRI, 날숨 이용해 폐암검사 95% 정확도 높였다
  • 이성현 기자
  • 승인 2025.02.11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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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숨을 채취하는 모습
날숨을 채취하는 모습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날숨을 이용해 폐암을 조기 선별검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임상에서 95%의 정확도를 확인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날숨을 통해 폐 속 암세포 덩어리에서 발생하는 다종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감지하는 센서 시스템과 이로부터 얻은 센싱 데이터를 통해 폐암 환자를 판별하는 AI 딥러닝 알고리즘 기술을 개발, 국제학술지 ‘센서와 엑츄에이터 B’에 게재해 우수성을 인정받았다고 11일 밝혔다.

연구진은 지난 2019년 호흡을 이용해 폐암을 발견하는 ‘전자코’를 개발한 바 있다. 본 기술은 사람의 코가 신경세포를 통해 냄새를 맡는 것에 착안했다. 코로 호흡 가스가 들어오면 이를 멀티모달 전자센서소자를 이용해 마치 사람의 코처럼 냄새를 맡아 전기적 신호로 바꿔 AI 딥러닝 학습을 통해 질병 유무를 판단 및 검진할 수 있다.

ETRI가 개발한 폐암 조기진단 시스템은 데스크탑 컴퓨터 크기로 ▲날숨 샘플링부 ▲날숨 감지센서 모듈 ▲데이터 신호 처리부 등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연구진의 기술은 사람의 호흡만으로 간단하게 폐암 선별검사가 가능하다. 우선 검진자의 날숨을 비닐 키트에 담는다.

날숨이 찬 테프론 기반 봉투와 탄소흡착 튜브 막대기를 연결하면 호흡 중 배출되는 여러 가스 성분이 막대기에 붙는다. 다시 막대기를 폐암 조기진단 시스템에 집어넣고, 시스템을 구동하면 호기(呼氣)가스의 구성성분과 탄소튜브 막대기에 붙은 호기 내 VOCs 양에 따라 내장된 20종의 멀티모달 센서 어레이를 통해 전기 신호가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날숨의 구성성분 데이터를 AI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학습 및 분석하면 폐암 발병 여부를 판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연구진이 분당서울대병원 전상훈 흉부외과 교수 연구팀과 10여 년간의 공동연구를 통해 얻은 이번 연구 결과는 폐암 환자 107명과 정상인 74명의 임상시료 날숨을 채취해 표준기기와 가스센서를 통해 분석한 뒤 데이터베이스화한 결과다. 이를 기반으로 AI 딥러닝 알고리즘 모델을 개발해 적용한 결과, 95% 이상의 선별검사 정확도를 보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해 폐암 환자 선별검사 및 조기진단의 보완재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ETRI가 발표했던 ‘전자코’기술의 기존 폐암 진단 정확도는 약 75%로 실제 현장에서 선별검사에 적용할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후 ETRI 연구팀은 해당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더 많은 가스 성분을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검출할 수 있도록 멀티모달센서를 사용한 시스템으로 개선했다.

이를 통해 진단 정확도를 비약적으로 향상할 수 있도록 AI 딥러닝 알고리즘을 개발 및 적용했다. 그 결과 호기 가스 채취 후 20분 내로 폐암 환자를 95% 이상의 정확도로 현장 선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이번 ETRI 기술은 기존 면역진단과 분자진단의 장점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차세대 폐암 조기진단 기술이다. 기존 병원 진단 장비에 비해 제작 비용이 저렴하고 빠르며 기존 의료 장비(저선량 폐 CT검사) 가격 대비 정확도가 높다. 편의성도 우수해 폐암 환자의 수술 및 치료 예후 모니터링은 물론, 일반인의 자가 건강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를 통해 추가로 1천례 이상의 대규모의 추가적인 폐암 환자 임상시험을 진행해 빅데이터를 구축, 시스템의 재현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 위암, 대장암 등 다양한 암 조기진단과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 폐렴 등의 호흡기질환 진단 가능성도 확장할 계획이다.

이대식 박사는 “본 기술이 상용화되면 폐암 환자의 조기선별검사를 통한 치료, 생존율 제고와 관련 의료기기 국내 시장경쟁력 확보는 물론, 정부의 건강보험료 지출 비용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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