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금세훈 연구위원 연구팀은 타인의 고통을 인식하고 정서적으로 공유하는 뇌의 핵심 신경회로를 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뇌의 전측대상회피질(ACC)은 고차원적 감정 처리와 의사결정, 사회적 행동과 공감 등 다양한 기능과 관련된 중요한 뇌 영역이다.
연구팀은 독창적인 동물실험과 고해상도 미세 내시경 칼슘 이미징 기술을 통해 ACC 신경세포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측정·분석해 타인의 고통을 목격할 때 활성화되는 특정 신경세포 집단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신경세포 집단이 정서적 공감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우선 연구팀은 생쥐가 다른 생쥐의 고통을 관찰하는 ‘관찰 공포 실험’을 설계했다. 투명한 아크릴 상자에 두 마리의 생쥐를 배치하고, 한 마리는 직접 고통을 경험하는 개체로, 다른 한 마리는 이를 관찰하는 개체로 설정했다.
고통을 경험하는 개체의 발바닥에 가벼운 전기 자극을 가해 공포 반응을 유도한 뒤 관찰자 생쥐는 어떠한 신체적 자극도 받지 않은 채 고통을 경험하는 개체의 반응을 지켜보게 했다. 연구팀은 공포 관찰 실험 중 관찰자 생쥐의 ACC에 삽입한 이미징 장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신경세포의 활동을 측정해 활성화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관찰자 생쥐는 직접적인 자극 없이 다른 개체의 고통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공포로 인해 움직임이 줄어드는 ‘공감적 동결 행동(Empathic freezing)’을 보였다.
이는 ACC 내 특정 뉴런 집단이 활성화된 결과로 나타났으며, 이후 실험을 거듭하면서 개별 신경세포의 활성화 패턴은 일부 변화가 있지만 집단 전체 수준에서는 공포 반응을 형성하는 활성화 패턴이 유지됐다. 이러한 결과는 특정 뉴런 집단의 일관된 활성화 패턴이 공감적 반응을 유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번 실험은 기존 연구들과 달리 고통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생쥐를 관찰자 개체로 설정했는데 이를 통해 경험의 영향을 배제한 ‘순수한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금세훈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는 과정이 단순한 학습이 아닌, 뇌에서 특정 신경 회로를 통해 정서적으로 처리된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최초의 연구”라며 “공감 반응이 형성되는 신경 기전을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며, 향후 다양한 신경정신질환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