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에 모인 사람들
사랑방에 모인 사람들
  • 정리 성수진 사진 이수연
  • 승인 2013.04.19 14: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전의 축제를 말하다

▲진행 이용원 편집실장 ▲참여 서용모 충남대학교 교수▲한순중 대전예총 사무처장▲박종선 오렌지나인 대표사원
▲ 왼쪽부터 서용모, 한순중, 박종선
이용원: 오늘 모이신 분이 그동안 사랑방에 오신 분 중에 가장 나이가 많네요. 워낙 말씀 잘하시니까 편하게 진행할 수 있겠습니다. 5월에 칼국수 축제를 한다고 하고, 작년에 푸드 앤 와인 페스티벌을 했으니까, 와인과 칼국수를 먹으면서 대전의 축제에 관해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사전적 정의 말고, 우리가 생각하는 축제의 정의를 내려놓고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축제, 기다림이 필요하다

한순중: 축제는 일탈이 아닌가 싶어요. 가장 중요한 얘기지만 간과하는 부분이에요. 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빠져들 수 있는 재미적인 요소를 축제 개념 얘기할 때 기본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해요. 사실 지금 그런 부분을 담아내기가 어려워요. 획일화되고, 규정된 것들 때문에요.

서용모: 축제는 일상이죠. 우리 일상에는 다양한 기복이 있는데 그러한 기복을 위로해주고, 그 감정이 빠지는 시간과 공간이 축제가 아닌가 싶어요. 그런 축제일수록 우리가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방관자의 모습으로 축제에 가게 되더라고요. 우리가 주인공이면서도 대접 못 받고, 뭐만 하면 ‘만지지 마세요.’ 이런 축제가 많다는 거죠.

박종선: 축제는 공유 같아요. 저는 웬만한 축제에는 전부 가 보고 일하러도 가보고 했는데 왜 자긍심이 생기지 않는지…. 브라질의 삼바니, 스페인 토마토 축제 보면 ‘와’ 하는 생각이 들잖아요. 우리는 왜 그럴까. 열등감을 가져서 그런가? 고민해봤는데, 우리 축제가 공유의 측면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서용모: 그게 참여 문제거든요. 그런 큰 축제들은 지역 공동체 구성원이 몇 달 전부터 준비하고, 거기 나가기 위해 며칠을 올인 한단 말이죠. 관심을 갖고요.

박종선: 기획하고 운영하는 주체가 각자 다른 목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다른 생각이 나오는 게 아닐까 해요. ‘이 축제를 하면 사람이 굉장히 많이 몰릴 거야.’, ‘돈 될 거야.’ 이런 게 기관의 생각이거든요.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온 거죠. 전문가 아닌 입장에서 보면 그래요.

서용모: 축제 전문가들이 축제를 너무 교과서적으로 정의하는 측면도 있어요.

박종선: 기술자가 들어와서 예술가를 끌어가는 느낌이에요. 시스템화시켜 놓으면 그 틀 안에서 놀아야 하는 거죠. 폭죽 터뜨리고, 축사하고….

한순중: 축제의 문제점에 관한 얘기로 바로 넘어간 것 같은데요. 축제의 공감대 형성에 관해서는 모두가 신중해야 해요. 사람들은 축제가 클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아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입소문이 나야 공감대도 형성되는 건데, 조금 더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박종선: 시민은 기다려 주려고 해요. 언론이 언급하고 기관이 조급해하는 거지. 시민 개개인은 어떤 축제든 가서 즐기면 되거든요. 다소 교통이 불편한 게 있었다, 그 정도죠. 언론이 평가하는 축제는 ‘성료됐다.’ 아니면 ‘빈축.’ 딱 두 가지인 것 같아요. 언론이 그렇게 만들면 기관은 거기에 부화뇌동하고요.

이용원: 지자체는 왜 그렇게 축제에 민감하게 매달릴까요?

서용모: 우리가 일하고 있다는 직설적인 표현일 수 있죠.

한순중: 얘기를 안 할 수 없는 것이 치적 부분이죠. 이름 석 자 알리는 게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게 아닐까 해요. 언론도 안타까워요. 기사를 보도 자료 보고 쓰는 경우가 많아요. 성료의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해요. 계속 살아남아야 할 축제와 아닌 축제가 갈라지게끔 만드는 풍토가 조성돼야 해요. 축제에 관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언론에서 할 수 있는 건데.

박종선: 이슈를 뽑아야 하니까 예산, 참여 인원수에 빠지는 것 같아요. 거기에 빠지다 보니까 공무원이든 행사 주최하는 분들도 숫자에 민감한 거예요. 시민은 그런 거 안 따지니까, 그런 부분에서 여유로웠으면 좋겠어요. 10억 들여 열 명 올 수도 있고 백 명 올 수도 있는 거죠. 그 사람들이 감동 받아서 더 많은 사람을 데리고 올 매개체가 된다면 그게 중요한 거거든요.

공유할 수 있는 축제를 위하여

이용원: 축제를 평가하는 데 있어 지표가 다양하겠지만, 단지 참여자 수는 아니라고 모두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요. 우리가 봐서 괜찮았다고 할 수 있는 축제의 기준은 뭘까요?

박종선: 공유할 수 있느냐 없느냐죠. 빨리 보고 싶은 마음,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지요. 관람하려고 축제에 가는 건 아니잖아요. 공연을 하더라도 소통도 안 되고요. 저는 가끔 대흥동에서 그 공유를 느끼거든요. 한두 명이 나와서 책방 같은 거 하는 걸 보잖아요. 인원은 몇 명 안 되는데 몰입도가 대단한 거예요. 그 사람이 가져가는 이야기, 기억되는 것이 많잖아요. 등 떠밀려 가는 축제는 기억조차 안 나죠. 몇 만이 왔든 어떤 상관이 있겠어요.

서용모: 평가기관 지표를 보면 참여 숫자, 인풋 대비 아웃풋, 효율성이지요. 축제 역시 일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런 틀에 박힌 평가는 문제가 있어요.

박종선: 저는 축제 평가할 때, 어디서 왔느냐는 이런 기본적인 것 말고, ‘어떤 행복함을 느꼈느냐, 어떤 느낌이냐.’ 이런 질문을 했으면 좋겠어요. 공통점을 의견으로 모아 다음 축제를 진행했으면 좋겠어요.

한순중: 평가지표가 획일화될 수밖에 없는 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경제학적인 측면으로 봐서 그래요. 이제는 문화 하는 사람들이 더 큰 힘을 가져도 좋다고 생각해요. 경제 관련 부서가 힘이 세고 예산을 편성하니 평가 지표가 그렇게 맞춰 흘러가요. 이제 축제도 어떤 문화적 요소들이 있는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예요. 축제 역시 문화적 요소니까 문화적인 평가 지표에 관해 고민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이용원: 일부 지자체가 농, 축, 수산물 등 지역 특산품 관련 축제를 만들어 돈을 버니까. 그런 경제적 성과, 축제 통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이 심한 것 같아요.

한순중: 축제 많으면 좋지요. 예술인, 기획자들이 먹고살 거리도 많아지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거리가 많아지잖아요. 다만, 구와 시에서 유사한 성격의 축제는 모아서 지원하는 체계를 잡아가는 게 필요해요. 아쉬운 건, 축제도 기획자가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축제 기획자라고 이름을 내는 사람이 아직까지는 대전에 없어요. 조금만 발을 담갔으면 나도 안다고 하면서 이론적인 부분을 쏟아내거든요. 우리 지역 특성을 찾는 안목을 길러내는 게 기획의 문젠데요. 지역의 문화 기획자들을 양성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거죠.

이용원: 지자체가 축제 바라보는 올바른 자세는 어떤 것일까요?

박종선: 저는 방치라고 봐요. 예산 문제가 있으니까 조금 정리를 해야겠지만, 조바심으로 통제하지 말면 좋겠어요. 최소한 5, 6년 이상은 가야, 갈 수 있는 축제인지 알거든요.

한순중: 방치란 개념도 맞지만, 저는 개념 달리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제가 축제를 기획해 보니까 관의 도움을 받았을 때 손쉽게 끝낼 수 있는 문제가 많은 거예요. 예를 들면 장소 문제, 주차 문제 같은 부분들을 기관에서 해주면 편하게 협의될 거 같아요.

박종선: 제가 말씀드린 방치, 방관은 뒷짐질이 아니라 서비스해줘야 한다는 거예요. 민간이 못하는 부분을 서비스하는 거죠. 다만 기획이나 프로그램에 숟가락을 얹으면 안 된다는 거죠.

대전의 축제, 그 정체성에 관하여
이용원: 지금 하는 논의를 조금 정리한다는 측면에서, 대전에서 본 축제 중에 최고나 최악으로 꼽을 만한 것이 있다면요?

서용모: 뽑기 어려운데요. 전부 하향평준화 돼 있거나, 획일화돼있어요. 대동소이해요.

박종선: 저는 사이언스 페스티벌이나 효 문화 뿌리 축제가, 대전에서 사이언스나 뿌리 찾은 게 잘한 거라고 봐요. 과학이 우리 정체성은 아니었고 뿌리도 아무것도 아니었는데요. 연구단지 생기고, 족보 박물관에 비석 세우고 하면서 도시 성향에서 잘 찾아왔다는 거예요. 이번에 걸리는 게 와인이잖아요. 처음엔 뭔가 싶어도 대천이 머드로 태어나는 것처럼 될 수 있어요. 이 와인을 마케팅 요소로 얼마나 잘 기획하고 철저하게 하느냐에 따라 대전의 축제가 되고 글로벌 축제로 클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해요.

한순중: 저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네요. 사이언스 페스티벌이나 효 문화 뿌리 축제 같은 부분은 높게 평가하는 부분이에요. 진행 부분 개선해야 하지만, 어차피 대전 자체가 일제 강점기에 새로 생성된 도시다 보니 축제 기획하는 게 어려워요. 유럽은 문명 발생지 자체가 거기기 때문에 그것이 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지만, 대전은 그런 게 빈곤하거든요. 그런 입장으로 봤을 때 사이언스랑 뿌리를 찾아낸 건 좋다고 생각합니다.

서용모: 그에 걸맞은 콘텐츠를 채워놔야 하는데, 아직은 콘텐츠 발굴에 더 신경 써야 하는 때 같아요.

이용원: 모두 사이언스와 효가 콘셉트는 잘 잡은 거 같다는 말씀이군요. 내용이 문제라는 말씀인 거 같고요. 푸드 앤 와인 페스티발 보도 자료를 다시 한 번 검토해 보니까, 35만 명이 왔다는 엄청난 내용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재밌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외국 와인 협회에서 이 축제가 와인 문화 저변 확대에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했다고 하네요. 저는 그게 그렇게 중요한 대목인지 잘 모르겠는데. 시에서는 크게 평가하나 봐요.

서용모: 최근에 제가 와인 관련 논문을 두 편 썼거든요. 그런데 와인 전문 레스토랑에 가본 사람들에 관한 샘플을 구하기가 어려워요. 사람들이 와인 경험치가 없고, 공간이 없어요. 슬슬 그런 공간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모이고, 그게 확대되면 축제가 될 텐데 아직도 그런 부분을 몰라요. 와인 축제를 했지만, 관에서만 움직였던 게 아닌가….

박종선: 와인 말고 다른 게 와도 똑같을 거예요. 단지 와인이 온 것일 뿐이고요. 저도 처음엔 두렵게 봤는데, 반응에 놀랐어요. 20대 반응이 재밌었어요. 20대에게는 와인이 맛이 아니라 하나의 행위, 퍼포먼스인 거예요. 럭셔리하게 폼 잡고, 와인을 그렇게 접하는 거죠. 그런 것에서 즐거움을 찾은 거고요.

서용모: 와인이 우리나라에 정착하면서 럭셔리하게 정착한 면이 있어요. 외국에서는 막걸리나 다를 바가 없는데 우리나라에선 자랑질의 소스가 되는 거예요. 와인이 갖고 있는 핵심적 요소보다는 사이드로 나갔지만, 술을 대중화한다는 것이 리스크가 큰 행사이기는 해요.

한순중: 왜 와인이 나지 않는데 와인축제를 하냐는 말도 있는데, 함평은 나비축제를 열지만, 나비가 많은 건 아니잖아요. 없던 것을 콘텐츠로 만든 것처럼 대전에서도, 없던 많은 것 중에서 와인을 선택한 게 아닐까…. 제가 생각하는 방향성이 맞다면요. 대전에 없는 상품을 전문적, 국제적으로 밀 것 같았으면 홍보나 콘텐츠가 그에 걸맞아야 하는데 내용은 일반 축제 가서 볼 수 있는 것들이거든요. 물론 아까도 얘기했듯이 1회만 가지고는 좋다 나쁘다고 얘기하는 것은 힘든 문제예요. 조목조목 의견을 구해 공감대를 얻으면서 방향 설정하고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해요. 그렇지 않고 갑작스럽게 하니까, ‘몇 명 왔고, 성황리에 끝났다.’ 이런 점이 치적이 되는 거죠.

서용모: 우리나라에서 와인 페스티벌 많이 하잖아요. 이미 와인관련 사업은 전국적으로 확산돼있어요. 그런데 브랜드 만들고, 기술지도 해줘도 실적이 전무해요. 와인이란 콘텐츠 하나로 부각하기는 어렵고, 가미가 더 됐어야 해요. 와인 물류 허브를 하려고 해도 콘텐츠가 없어요. 인식 저변 확대가 많이 안 되어있는 상태기 때문이에요.

박종선: 예전에 유머 축제가 있었어요. 4~5일 은행동에서 했었는데 굉장히 잘 됐어요. 마찬가지로 와인도 축제로만 바라보면 콘셉트일 뿐인 거죠. 콘셉트를 어떻게 살려갈 건지 고민해보면 좋을 거 같아요. 그런 입장에서 저는 와인이 대전하고 정서가 맞는 거 같아요. 맛의 정서 아니고 분위기 정서요.

이용원: 올해 또 푸드 앤 와인 페스티벌 하겠죠. 출발 자체에 논란이 있으니 진정성에 관한 아쉬움도 있을 수밖에요. 결국, 수장이 바뀌면 바로 날아갈 수도 있지 않나….

박종선: 그것에 대한 우려가 있어요. 5년 이상은 봐줘야 하지 않나 해요. 정권 바꿨다고 아웃시키지 말라고요. 그런 문제가 시민의 상처라는 거죠.

이용원: 수장이 바뀐다고 축제가 사라지는 게, 현재 관 주도의 축제가 어떤 성격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지 않나 싶네요.

지역에 경험이 남아야 한다

한순중: 축제 진행할 때 기획단계에서 민을 끌어들이면 좋겠어요. 보통 예산이 크면 이벤트사를 대상으로 공개 입찰하잖아요. 이것 안 했으면 좋겠어요. 대전시나 공공기관에서 하는 턴키방식이 문제거든요. 이벤트 회사가 통상 30퍼센트 떼고 하청 주잖아요. 행정 절차 때문에 하겠지만 바꿔야 할 것 중 하나인 거 같아요. 민과 함께하면 기획이나 진행은 축제 맞는 단체에 줘도 되는 거고, 지역 예술가들은 대부분 열정 가지고 올인 하고, 자기 돈을 들여가면서 하기도 하는데…. 대전에 책상만 있는 기획사가 많거든요. 따오고 하청주고. 이런 단체를 없애면 지역 문화 단체 살고 행사 질도 풍부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용원: 유통이 문제라는 말씀이죠? 농, 축, 수산물 유통처럼요.

서용모: 관에서도 자신들이 아이디어 내는 게 아니고, 기획사들이 기획서 내면서 하니까 악순환적인 유통 구조가 형성되는 거 같아요. 떼고, 떼고 하다가 한정된 예산으로 축제를 만드니 내용이 조악할 수밖에 없지요. 지역의 열정적인 기획자가 있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거죠.

한순중: 턴키방식으로 예산을 몰아주니, 축제를 한 번 하면 그 경험치가 축적되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아요. 심지어는 서울에 있는 업체나 방송국에서 일을 받아 지역에 하청으로 막 뿌리는 상황도 벌어져요. 축제가 끝나고 나면 아무것도 안 남죠.

이용원: 말씀 듣다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축제가 자연발생적으로 생겨야 하는데 너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려고 조급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요. 비 내린 뒤에 버섯 올라오듯이 조금씩 여기저기서 올라오고, 행정기관에서는 지원해줄 수 있는 것을 잘 찾아 해주면서 시간을 들여 자리 잡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것 같아요.

서용모: 지역 공동체에서 자기네들끼리 놀 거리를 만들기 시작해야 마을 축제가 서서히 발생하는데, 그런 게 생기려면 관의 도움이 필요해요. 기관은 서포트와 서비스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해요. 작은 마을 축제, 마을 공동체 축제가 커지면서 확산되는 거지, 한 번 관의 손을 타기 시작하면 마을 사람들이 벗어나기 시작하는 거죠.

민관이 함께 만드는 축제로 인식을 바꾸어
한순중: 관이 주도하면 모두 안 좋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에요. 관의 협조 받을 수 있는 부분은 받아야 하고. 공무원들한테도 공감대를 형성시켜줘야 해요. 축제 성공하는 데 가장 큰 요소 중 하나가 홍보인데, 개인이나 민간단체서 홍보하는 게 어렵거든요.

박종선: 인식을 바꾸면 돼요. 대전에서 뭐 한다 하면 건물 짓는 거잖아요. 그런데 소프트웨어에 관해서는 아무도 얘길 안 해요. 축제도 마찬가지예요. ‘39억입니다, 1억입니다.’ 하는데 프로그램이 일억이라는 건지 뭔지. 홍보는? 할 게 없는 거죠. 기본적으로 현수막 몇 개 붙이면 끝이에요. 최소한 20~30퍼센트는 홍보 예산을 갖고 있어야 하지 않나….

한순중: 그 부분을 관에서 관심 가져주면 좋겠어요. 관이 조직력은 대단하니까 민간단체가 활용할 수 있게 배려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해요. 민관이 상생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야 축제가 성공할 수 있어요. 5년간 지켜보자는 게 어떻게든 방관하자는 게 아니라, 관심 갖고 잘못을 얘기하고, 서로 소통해서 견제와 균형이 조화롭게 돼야 해요.

이용원: 올인원 원스톱 시스템의 지원 기관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사람이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와 지원 조건을 갖춰주는 거예요. 행정적, 재정적으로요.

박종선: 축제는 상설기구화 돼 있지 않으면 끊어져요. 노하우 기술 공유 안 되니까 기술자 집합 공간, 기구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용원: 홍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전문가들에게 컨설팅, 서포팅을 받는 거죠.

박종선: 사례 연구도 배포하고요.

서용모: 축제 기술자 그분들이 늘상 똑같은 곳에서 오니까, 그런 논의가 진전이 없는 거예요. 계속 뭔가 발굴해서 채워야 하는데. 올해 인터뷰한 것 보면, 작년에 인터뷰한 것하고 비슷해요.

박종선: 인터뷰 한 거 쭉 보면 꼭 예를 미국이나 남아메리카 유럽에서 가지고 와요. 우리나라 환경하고 걔들 환경하고 맞느냐고요.

서용모: 축제가 정착되려면 지켜보고 믿어줘야 해요. 자발적으로 만드는 사람에게 기운을 북돋아 줘야 하고요. 캐나다에서 셰익스피어 축제를 해요. 셰익스피어는 영국의 문호지만 오히려 캐나다에서 자발적으로 축제가 생겼어요.

박종선: 어린 왕자가 어디 사느냐면 일본에 살잖아요. 모든 재료가 일본 박물관에 가 있는 것처럼, 프랑스 와인도 이제 아시아 시장이거든요. 이런 식으로 상상하며 접근하면 좋겠어요.

서용모: 와인이 술이기 때문에 쉽게 콘텐츠 내놓기가 두려운 점이 있지만, 와인뿐만 아니라 술과 관련된 문화를 같이 아우르는 걸로, 문화에 관련된 것들도 스토리가 많을 수 있어요.

이용원: 축제 관련 논의에 인문학적 상상력을 갖는 문화예술 영역의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말씀인 것 같네요. 지금까지 대전의 축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서용모: 대전이 원주민, 이주민 비율이 반대로 되어가고 있어요. 대전을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해요. 연구재단 쪽에도 대학에 대전학 강의 개설을 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어요. 대학에 다른 지역 학생도 오잖아요. 대전에 관해 얼마만큼 아느냐 이거죠. 공무원들도 삶의 터전으로 대전에 온 사람이 많고요. 대전이란 곳을 알면, 무슨 일을 실행할 때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한순중: 저는 문화기획자 문제와 더불어. 젊은 친구들이 문화 판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공개 모집 해 보면 관심 있는 사람 너무나 많거든요. 그런데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이번만 하고 취업한다고 그러고. 왜 좋은 인력을 일반 직장으로 뺏겨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 친구들을 문화 판에 붙잡아 둘 수 있는 기본적 급여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왜 행사비만 주지 인건비는 안 주느냐는 거죠. 문화판에 정상적인 직업이 열리는 제도가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충청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