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용 칼럼〕 관용을 베푸는 결과
〔문민용 칼럼〕 관용을 베푸는 결과
  • 최형순 기자
  • 승인 2025.04.11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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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궁궐에서 잔치를 벌이고 있을 때였습니다. 왕과 신하가 흥겨운 마음으로 잔치를 즐기고 있을 즈음, 느닷없이 그 안의 불이 모두 꺼져버렸지. 때는 깊은 밤이라 주위는 그대로 암흑이었고, 이때를 틈타 누군가가 왕이 가장 총애하는 애첩의 입을 맞춰 버렸습니다.

문민용 기쁜소식 음성교회 목사
문민용 목사

깜짝 놀란 애첩은 엉겁결에 그 사람의 갓끈을 잡아뗐고, 곧이어 분한 목소리로 왕에게 고했어. "폐하, 지금 어느 놈이 신첩에게 해괴망측한 짓을 하기에 그놈의 갓끈을 잡아떼어 놓았나이다. 어서 그놈을 잡아내 능지처참하소서."

그러자 이 말에 왕은 노발대발, 당장에라도 그놈을 잡아 죽일 듯이 노기등등했어. 그러나 다음 순간 왕의 입에서 나온 명령은 좀 이상한 것이었습니다.

"들으렷다!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갓끈을 떼지 않는 자가 있으면 용서치 않겠다!"

이러한 왕의 호령에 신하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모두 서둘러 갓끈을 떼어내는 것이었어. 따라서, 이후 불을 다시 켜 주위는 밝아졌으나 모두가 다 갓끈을 떼어냈는지라 아까의 무례한 작자를 가려낼 방도가 없었지. 다시금 왕이 말했습니다.

"나의 애첩에게 입을 맞춘 무례한 놈은 살려둘 수 없다. 허나, 그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 수가 없으니 이번만은 없던 일로 하겠다. 그러니 그대들은 더 이상 그 일에 신경을 쓰지 말고 계속 잔치를 즐기라."

그리하여 풍악은 다시 울렸고, 왕과 신하는 또다시 흔쾌한 마음으로 그 밤이 새도록 흥겹게 놀았습니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나라에 위급한 일이 닥쳤습니다.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이웃의 강대국이 급기야 수많은 군사를 이끌고 침범해온 것이야. 나라의 존립이 위태롭게 된 마당에 왕이라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이웃 나라의 대병을 막기에는 여러모로 역부족이었어. 그때였지. 별안간 어떤 장수 하나가 날래디날랜 수많은 군사를 이끌고 비호처럼 나타나 적군을 무찌르기 시작했던 것이야. 참으로 용맹하기 짝이 없는 장수와 군사들이었지. 그러자 적군은 마침내 패퇴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때 왕의 감격이야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이럴 수가!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이오? 장군은 도대체 누구요? 누구길래 나를.?"그러자 그 장수는 왕 앞에 무릎을 꿇고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폐하께서 저에게 베푼 은혜를 오늘에야 조금 갚았을 뿐입니다. 몇 년 전 궁에서 베푼 연회를 기억하시는지요? 제가 바로 그날 폐하의 애첩에게 불측한 짓을 저지른 무뢰한입니다.

하오나 폐하의 은혜를 입어 무사하게 되었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겠습니까? 하여, 언제고 폐하께 목숨을 바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남몰래 군사들을 훈련했습니다."

자신의 앞에 꿇어앉은 그 장수의 손을 잡는 임금의 손에 따스한 온기가 전해졌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어. 그때의 관용이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렇듯 조그마한 관용 하나를 베풀면 그것이 태산보다 더한 보답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옛날에 진나라 목공이 수레를 몰다가 수레가 부서졌는데, 수레를 끌던 말 한 마리가 달아나자 어느 시골 사람이 잡아갔습니다.

목공이 몸소 말을 되찾으러 갔다가 시골 사람이 기산 남쪽 기슭에서 말을 잡아서 막 먹으려는 모습을 보았다. 목공이 탄식하여 말하였습니다. “준마의 고기를 먹고서 빨리 술을 마시지 않으니, 나는 말고기가 그대의 몸을 상하게 하지나 않을까 걱정되오.” 그러고는 빠짐없이 두루 술을 마시게 하고는 돌아갔습니다.

그때부터 일 년이 지나 한원에서 전투가 벌어졌는데, 적군이 이미 목공의 수레를 포위했고, 목공 왼쪽 곁말의 고삐를 이미 낚아챈 상태여서 목숨이 위험했습니다.

이때 기산 남쪽 기슭에서 말고기를 먹은 시골 사람을 비롯한 그의 족속 3백여 명이 목공을 위하여 그의 수레 아래서 힘껏 싸웠습니다. 마침내 무리가 적군을 이기고 왕을 잡아서 돌아왔습니다.

이것이 바로 《시경》에서 말하는 ‘군자에게 임금 노릇을 하려면 올바르게 함으로써 덕을 행하고, 천한 사람에게 임금 노릇을 하려면 관대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힘을 다하게 한다.’라는 것입니다.

임금이 어찌 덕을 행하고 백성을 아끼는 데 힘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덕을 행하고 백성을 아끼면 백성들이 그들의 임금을 어버이로 여기고, 모두가 그들의 임금을 위하여 기꺼이 목숨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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