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가 만난 사람_이한규
토마토가 만난 사람_이한규
  • 글 사진 이수연
  • 승인 2013.05.24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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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시작한 ‘그’의 이야기

“당신에게 문득 하루가 주어진다면?”이라는 질문으로 여행은 시작한다. 빈틈없이 빼곡히 찬 하루 틈에서 갑자기 던져진 쉼표에 당황하는 사람에게 말을 건넨다. 조심스럽게 “이곳은 어때요?”라고 묻는 <하루 여행>.
▲ 청년작가 이한규
일상을 기록하고, 하루를 남기는 사람, 이한규 씨를 만났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무언가를 기록하고, 남기는 것에 욕심이 많았다. 중학교 때부터 일 년에 아홉 권씩 공책에 일상을, 느낌을, 마음을 기록했다. 점점 이런 기록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블로그’였다.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는 세 가지예요. ‘기록에 대한 욕구’, ‘소통에 대한 갈증’, ‘지적 허영심’도 솔직히 있었어요. 내가 이런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웃음을 머금으며 그가 말했다. 그는 항상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음. 글쎄요.’하고 생각하는 시간도 길었다. 가만히 생각하다가 ‘자랑’하고 싶어서 중학교 때 처음 읽었다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이야기했다.

“중학교 때 처음 읽다 던졌어요. 2009년에도 읽다 던졌어요. 2010년에 혼자 여행하면서 읽었을 때에야 비로소 마음에 와 닿았어요. 그런데 아마 제가 어릴 때 억지로 읽다 던진 경험이 없었으면, 아마 다 이해하지 못했을 거예요.”

짧은 감상이나 느낌, 하루를 기록한다기보다는 하루의 냄새를 기록하며 꾸준히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누군가와 소통했다. 그의 책 <하루 여행>도 블로그로 인연을 맺었던 사람의 추천으로 시작했다.

“온라인에서 알았지만, 밖에서 만나면서 더 인연이 깊어진 누나예요. 누나가 아는 출판사에서 여행 관련 저자를 찾기에 제 블로그를 보여줬다고 그러더라고요. 연락이 올 수도 있다고. 출판사에서 마음에 들었는지 연락을 줬어요. 같이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지난 4월, 우여곡절 끝에 <하루 여행>이 나왔다. 내 이름이 쓰인 책이 서점에서 팔리고 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책이 나오기 전에도 그는 소중한 사람의 응원을 받았고, 책이 나온 후라고 달라지진 않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내가 모르는 사람까지 나를 응원한다는 거죠. 음. 물론 감사하지만, 그게 크게 와 닿지는 않아요. 지금까지 받아왔던 소중한 사람의 응원이 더 감사한 거죠.”

누구나 인터넷에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러나 꾸준히 공간을 지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가 지금까지 온라인에서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은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일본 소설가 이사카 코타로가 언제나 책 마지막에 남기는 말 ‘나의 글이 한 사람에게라도 더 가닿을 수 있다면….’이라는 문장에 있다.

제발 한 사람이라도 내 노래를 들었으면 했던 무명밴드는 결국 망했지만, 30년 후 한 소녀에게 그 음악이 가 닿아 소녀가 지구를 구한다는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피쉬 스토리>는 그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한 사람이 달라지면, 그 사람 주변이 달라지고, 결국에는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예전에 알던 동생이 정말 오랜만에 만나서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을 때, 오빠 블로그를 보면서 많이 위안 받았다.’고 이야기한 적 있어요. 그때 계속하길 잘했다는 생각 많이 했어요. 정말 내 이야기가 한 사람에게 가 닿은 거잖아요.”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아서 꿈이 무어냐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는 그. 앞으로 무엇을 하더라도 ‘블로그’같은 공간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일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정말 ‘나’같은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는 그. 아직 그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 하루 여행
“제 책은 한 번에 읽기 버거워요. 끊임없이 무언가를 권하기 때문이죠. 그러니 정말 하루라는 시간, 잠깐 시간 여유가 있을 때 한 페이지씩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책에서 나오는 공간 대부분 ‘사색’과 ‘쉼’을 이야기해요. 특별한 곳이 아니더라도 어디든 여행지가 될 수 있어요. 누군가에게는 매일 오는 곳이지만, 당신에게는 다른 풍경이 될 수 있잖아요. 조금 낯설게 바라보면 일상이 이상이 될 수 있어요.”

이한규 씨의 블로그 모놀로규 닷컴 http://blog.naver.com/ll8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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