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지난 2022년 서울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의 의료 이용방식이 크게 바뀌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충남대학교는 의과대학 한창우 교수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연구개발실과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침수 피해 지역 주민들의 의료 이용 변화를 분석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팀은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침수흔적도를 바탕으로 2022년 8월 8~9일 폭우 후 침수 피해가 컸던 영등포구, 동작구, 관악구, 서초구를 세부 지역별로 심각 침수 지역, 경미 침수 지역, 비침수 지역으로 구분했다.
이후 각 지역 주민들의 거주지 침수 전후 의료 이용 정보를 일반화 합성대조군 분석법을 통해 비교해 갑작스러운 폭우에 따른 홍수가 의료 이용에 미친 영향을 평가했다.
분석 결과 폭우 후 2주간 심각 침수 지역 주민들은 비침수 지역 거주민에 비해 외상으로 인한 병원 이용이 평균 56.2건 증가했으며, 만성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병원 방문 역시 평균 14.1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임신 및 출산과 관련된 의료서비스 이용은 평균 5.3 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연구팀은 이를 재난 상황에서 주민들이 갑작스럽게 발생한 외상 등의 급성기 질환 치료에 집중하고 임산부들이 외부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의료 방문을 미룬 결과로 분석했다.
2022년 8월 서울시 폭우로 인한 대규모 침수 이후, 정부는 일본의 홍수 방지 모델을 기반으로 한 홍수 예방 공원 조성과 AI 기반 예측 시스템 도입을 통해 재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미래의 재난 상황에서 주민들의 건강 관리를 위한 포괄적인 대책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외상과 신체적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피해지역 주민의 대피 지침을 개선하고 침수 위험 지역 주민들에 대한 안전보건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재난 상황에서도 취약 계층이 정기적인 진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창우 교수는 “기후 변화와 도시화로 인해 앞으로 폭우로 인한 침수와 같은 자연재해가 더욱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재난 발생 시 신속한 의료 대응과 체계적인 건강 관리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난 이후 만성 호흡기 질환과 외상 관리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거나, 임산부 등의 취약 계층의 의료 이용 감소는 장기적으로 주민들의 건강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