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동양과 서양의 문화교류는 상인들의 활동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중국 한나라 때 반고로부터 당나라 때 탈라스 회전으로 중단되기까지 실크로드라 불리던 무역의 길이 동서양을 연결했습니다. 지금은 그 길을 뱃길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무역을 주도하는 동양과 유럽 간의 항로는 남아프리카의 남단 희망봉을 돌지 않고, 수에즈운하를 통해 인도양과 지중해를 연결하여 남부유럽에 달하는 항로입니다.
또 다른 항로는 태평양에서 파나마운하를 거쳐 대서양을 건너 북유럽으로 향하는 항로입니다.
최근 새로운 항로 개발이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바로 '북극 항로'입니다.
그것은 기후 변화로 인한 북극해의 해빙으로 빙하가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콜럼버스가 서쪽으로 향해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것처럼, '북극항로'는 우리에게 지구상의 또 다른 연결고리를 제시합니다.
얼음으로 뒤덮여 오랜 기간 항해가 어려웠던 북극해가 새로운 해상 교통로로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북극항로는 기존 해상 물류 경로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며 글로벌 공급망의 지형을 재편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북극해 전략 보고서를 통해 밝힌 내용입니다.
실제 '북극항로'는 15,000㎞로, 기존 항로의 22,000㎞에 비해 7,000㎞를 단축할 수 있어 운송비의 37%를 감축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상 물류의 혁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후 위기와 해양 기술의 발전으로 '북극항로'의 활용 가능성이 커지면서, 북극 지역을 둘러싼 국제적 관심과 경쟁도 함께 증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새로운 길은 지정학적 긴장, 환경 보호, 해양 안전 등 다양한 복합적 과제들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가 '북극항로' 대부분을 자국 영해로 설정하고 있어 국제사회와의 협력과 갈등 관리가 중요합니다.
러시아는 '북극항로'를 통해 연간 약 2억 2천만 톤의 화물 운송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위성 발사와 항로 안전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북극해의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를 보유한 덴마크 역시 '북극항로' 개발에 적극적입니다.
또한 북유럽의 거점항구 역할을 하는 암스테르담이 속한 네덜란드와, 북극과 인접한 노르웨이 역시 '북극항로'를 통한 새로운 항로 개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북극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긴밀한 협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제적으로 공해로 이용하는 남극과 달리 북극은 영해와 영토가 엄격히 구분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극항로'의 개발은 해운 기술도 중요하지만, 국제 분쟁을 피하기 위한 외교력이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환경 문제입니다. 이미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는 세계의 공동 관심사이자 인류가 함께 지켜 나가야 할 규약입니다.
북극 지역은 독특한 생태계를 지니고 있으며, 항로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쇄빙선 운항은 북극곰과 같은 동물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고, 이에 따라 국제해사기구(IMO)는 북극해를 운항하는 선박에 중유 사용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북극은 아직도 유빙이 적지 않은 지역입니다. ‘타이타닉호’의 비극에서 보듯 해상에서의 재난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 또한 환경과 해양의 관찰을 통해 피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북극항로'의 개발이 해양과 해운 기술의 집적만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당연히 해양과 해운의 운용 능력의 기관을 중심으로 행정력을 펼쳐야 하겠지요.
그러나 '북극항로'를 개발하기 위해선 우선 안전 항로 확보를 위한 외교가 급선무고 다음은 환경 규약에 대한 이해이며, 마지막이 해운 기술을 통한 항행입니다.
우리에게 '북극항로' 개발은 초기 단계입니다. 무엇보다도 외교력을 발휘해 국제적으로 안전한 항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북극의 환경과 기후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국제적 마찰과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야 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따로 떨어져서 해결할 일들이 아닙니다. 최소한 외교, 환경, 기후, 해양, 그리고 해운 관련 부처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해결해야 할 사항들입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북극항로' 개발에 나선 각국의 해양과 해운의 중심부서는 모두 수도에 있습니다.
러시아의 '북극항로' 중심은 블라디보스톡입니다. 그러나 '북극항로' 정책 총괄부처는 극동북극개발부로 모스크바에 소재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항구는 로테르담 중심이지만 정책부처는 수도 암스테르담에 있습니다. 바이킹의 후예이자 노벨의 나라인 노르웨이는 무역항의 중심은 베르겐으로, 당연히 '북극항로' 개발의 거점항구는 베르겐이지만 해양 정책의 중심부처는 수도인 오슬로에 있습니다.
최근 '북극항로' 개발에 나선 일본과 중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의 중심 항구는 상하이, 일본은 요코하마이지만 행정은 각 수도인 베이징과 도쿄에서 처리합니다.
미국의 경우 태평양 연안 도시들과 대서양 연안 도시들의 '북극항로'는 다릅니다. 태평양 연안 항구인 로스엔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 시애틀은 베링해를 거쳐 '북극항로'로 나가고 대서양 연안 항구도시들은 직접 서유럽으로 도달하지만, 모든 해양 정책은 수도 워싱턴에서 이루어집니다.
러시아와 함께 '북극항로' 개발에 가장 활발한 캐나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정책 결정은 수도 오타와에서 이루어집니다. 결국 '북극항로' 개발에 나선 국가들은 모두 수도에서 정책 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들은 왜 항구가 아닌 수도나 행정수도에 해양 정책의 중심부처를 두었을까요? 그건 해운의 기술이나 해양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국가 최고 리더십을 중심으로 협업을 통해 중요한 정책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즉, 바닷길을 여는 항행의 문제는 해양 정보, 해운 기술도 중요하지만 타국과의 관계, 해사 문제, 국제 협약 등 바다 밖에서 이루어지는 업무에 대한 부처 간 협력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우리 정부는 '북극항로' 개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며 이를 위해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려 하고 있습니다.
부산이 '북극항로'의 중심 항구도시로 발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를 위한 정책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행정수도인 세종에서 외교부, 기재부, 환경부 등 각 부처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이루어져야만 효율적이고 신속한 결정이 가능합니다.
이것은 세종시의 이익을 위해 세종에 해수부가 있어야 한다는 지역 이기주의적인 논리가 절대 아닙니다. 국정 효율성, 나아가 '북극항로' 개발의 성공적인 완수를 위해 필요한 국가 전략적 논리인 것입니다.
각국이 경쟁하는 '북극항로' 개설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신속하고도 강력한 경쟁력의 확보입니다.
그것은 리더의 강한 의지와 구성원들의 높은 사기, 그리고 부처 간 신속하고 일사 분란한 단합을 통해 갖추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