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용 칼럼] 사람을 얻은 지혜
[문민용 칼럼] 사람을 얻은 지혜
  • 최형순 기자
  • 승인 2025.08.24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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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장기에는 초(楚)와 한(漢), 두 나라가 나옵니다. 초나라에는 힘세고 용맹한 항우가 있고, 한나라에는 사교성 좋고 느긋한 성격의 유방이 있습니다.

문민용 기쁜소식 음성교회 목사
문민용 목사

처음에는 초나라의 기세가 월등하고 천하를 제패할 듯하였으나, 한신이라는 사람의 등장으로 전세는 한나라 쪽으로 기웁니다. 그리고 결국 한나라가 중국을 통일했습니다.

항우와 유방에 관해 흥미로운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진시황의 화려하고 웅장한 행차를 보았을 때 항우는 ‘저놈을 죽이고 내가 저 자리를 대신하겠다’라고 생각했고, 유방은 ‘남자로 태어나서 저런 행차를 해볼 만도 하지!’하고 감탄했다고 합니다.

항우는 철저하게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사람으로, 유리한 조건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보통 사람들보다 월등하게 힘이 세고 무기 다루는 솜씨가 뛰어났습니다. 진시황이 죽은 후, 초나라를 세워서 여러 제후 국가를 정복하고 패왕(覇王)이라는 명성까지 얻었습니다. 그리고 범증이라는 아주 지혜로운 노인을 지략가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조건을 가진 항우가 한신의 출현(出現) 때문에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한신은 황족으로, 학식이 뛰어나고 성품도 어질었습니다.

하지만 집안이 몰락한 후 시골에 숨어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한신은 항우의 소문을 듣고 항우에게 갔습니다. 

항우는 한신이 황족이라는 말을 듣고도 그를 말단 병사로 삼았습니다. 이후에 한신은 유방이 있는 한나라로 망명합니다. 유방은 한신이 황종인 것을 알고 극진히 학식이 뛰어난 현인으로 대우해 주고 자기 참모로 삼았습니다.

한신을 군사(軍師 전쟁에서 작전과 지혜를 짜내는 사람)의 자리에 세우자 그의 진정한 가치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한신은 초나라보다 부족한 병력으로 싸움해서 영토를 많이 얻었고, 점령한 영토의 백성들을 관대하게 대해서 유방이 백성들의 마음을 얻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백성들은 과격하고 무시무시한 항우보다 부드럽고 어진 유방을 좇았습니다. 그래서 유방의 세력은 점점 커졌습니다.

항우가 정신을 차렸을 때, 대세는 이미 유방 쪽으로 기울어 있었고, 영토를 잃은 항우는 마지막으로 남은 성에서 유방과의 싸움을 준비했습니다.

한신은 집요했습니다. 싸움이 있기 전날 밤에 항우의 성을 둘러싸고 악사들을 시켜 초나라 노래를 부르게 하였습니다. 여기서 ‘사면초가’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초나라의 노래를 들은 병사들은 고향 생각이 나서 대부분 몰래 도망갔고, 남아 있는 병사는 백 명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항우와 남은 병사들은 한나라의 병사들과 결사적으로 싸웠으나 패색이 짙어지자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생을 마쳤습니다.

항우의 인생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자기 조건에 만족하고 남을 믿지 않는 사람의 인생의 결과는 비참합니다.

자기 자신을 신뢰했던 항우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존심을 버리지 못했지만, 유방은 달랐습니다.유방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오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고 사람의 가치를 외모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한신을 얻고 천하를 통일하게 된 것입니다. 제임스 버릴 엔젤은 1871년부터 1909년까지 38년간 미국 미시간대학의 총장을 지냈습니다.

보통 대학의 총장 자리는 상황에 따라 민감한 자리이며 압력 또한 많이 받는 곳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유임하는 것이 매우 힘듭니다. 그러나 엔젤은 직원들과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잘 조율시켰고, 모두를 만족시키며 학교를 운영했습니다.

그가 총장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을 때 기자들이 몰려와서 그토록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습니다. "총장 자리는 명예롭지만 그만큼 지키기가 어려운데 오랫동안 유임하실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입니까?" 엔젤은 "주변 사람들에게 나팔보다 안테나를 더 높이 세웠던 것이 비결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라’는 뜻으로 아랫사람에게 나팔처럼 계속 떠드는 것보다는 안테나가 전파를 잘 잡아내는 것처럼, 사람들의 의견을 잘 경청하는 것이 유임의 비결이었던 것입니다.

그의 이런 경청 습관은 아들에게도 이어져 그의 아들도 훗날 예일대학의 총장을 맡게 됐고 16년간 유임하며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상대를 존중하고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입니다. 어떤 문제와 갈등에 있어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라면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것은 지혜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먼저 나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여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내 옆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귀 기울여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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