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체험여행 천국 완주에 잠깐 다녀오다
마을체험여행 천국 완주에 잠깐 다녀오다
  • 글, 사진 이용원 기자
  • 승인 2013.07.26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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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과 스토리텔링, 마을 여행에 중요한 두 가지 요소

(사)마을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를 먼저 짚어야 한다.
마을, 공동체 등에 관심이 많은 이에게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는 공유하고 공부해야 할 사례로 유명하다.

커뮤니티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는 그 방점에 따라 지역 경제를 살리는 새로운 대안이기도 하고 지역사회를 재생하거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비즈니스 개념을 접목하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여하튼,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모델로 주목 받고 있다. 완주군에서 정리한 개념은, “지역이 당면한 문제에 관하여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에 존재하는 자원을 활용해 비즈니스 형태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사업.”이다.
▲사진 이용원 기자
완주군은 2008년 농업농촌발전 5개년 계획인 약속프로젝트로 커뮤니티비즈니스 육성사업을 시작했다. 2009년 관련 용역을 시작으로 조례제정을 거쳐 2010년 커뮤니티비즈니스 재단을 설립한다. 학생 수가 적어 문을 닫은 완주군 고산면 삼기초등학교에 완주 커뮤니티니비즈니스센터를 2010년 개관한다. 또 완주군은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와 함께 일할 파트너로 군 행정조직에 농촌활력과를 신설한다.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는 지역주민과 행정기관 사이에 협력구조를 만들어내는 중간 지원조직이다. 중간 지원조직은 사업 효율성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행정 조직 개편, 정책결정권자 변화, 예산 변동 등에 따라 자칫 요동칠 수 있는 사업에 최소한의 안정성을 부여한다. 이는 사업 지속성을 담보하는 방법이면서 민, 관 대립 구도나 일방적 시혜, 수혜 구도가 아닌 협치 구도를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다.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를 개관하고 3년 차에 접어든 완주군은 현재 상황을 ‘2013 완주CB은하네트워크’라는 구조화한 이미지로 보여준다. 센터를 중심으로 공동체 지원조직과 협력기관, 행정, CB공동체, 마을공동체가 아름다운 은하계 별처럼 점점이 박혔다. 그 점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선으로 연결 돼, 지원하고 협력하며 완주군에 입체적인 활력을 불어 넣는다.

이 완주CB은하네트워크에서 (사)마을통은 8개 공동체 지원조직 중 하나로 분류한다. CB공동체는 27곳, 마을공동체는 53곳이다.

마을 특성화 자원을 엮어라
완주마을여행사업단 (사)마을통(대표 임채군)은 전라북도 완주군 체험여행 분야를 담당하는 중간조직이다. 완주군에서 추진하는 마을체험 100선 발굴사업을 위한 마을체험 자원조사, 체험프로그램 발굴/육성, 체험관광해설사 양성, 마을체험 프로그램 네트워킹 사업 등을 추진한다. 사무실은 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 안에 있다.

2011년 발족한 마을여행사업단은 마을체험 자원조사를 진행하고 2012년 마을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한 이후 올해부터 본격적인 마을 여행 마케팅에 들어갔다.

(사)마을통이 벌이는 마을여행은 ‘공정여행’이다. 기존 여행 포맷으로는 제대로 된 마을여행을 진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 하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딱 맞춘 소비 지향적 여행을 충족시켜줄 노하우도 콘텐츠도 인력도 시스템도 마을에는 부족하다. ‘공정여행’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가 마을여행과 맞아 떨어진다. (사)마을통이 진행하는 여행 중심에는 ‘소비’가 아닌 ‘관계’가 있다.

(사)마을통이 지원하고 연결하는 마을체험여행은 이미 완주군에서 벌이는 다양한 마을공동체 육성 사업을 통해 콘텐츠를 구비한 마을을 대상으로 한다.

마을 하나를 지정해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각 마을이 가진 자원을 연계해 패키지로 묶어 진행하기도 한다. 체험 콘텐츠가 우수한 마을에서 체험을 진행하고, 음식이 맛있는 마을에서 식사하고, 숙박 시설이 잘 갖춰진 마을에서 잠을 자는 형태다.

▲ 사진 이용원 기자
발상의 전화과 스토리텔링
어메니티, 팜스테이 등 농촌 체험 형태 여행 상품과 프로그램은 이미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 농촌에서 제공하는 콘텐츠 형태가 엇비슷하고 숙박 서비스에 관한 욕구 차이로 만족도도 무척 낮았다. 마찬가지로 마을 입장에서도 워낙 높은 생산단가와 인력의 비효율적 운영 등 이유로 수익이 발생하지 않고 적자를 보는 경우가 허다했다.

완주군에서 본격적으로 마을여행을 진행하기 전, 시행했던 수학여행이나 대규모 여행사 진행 프로그램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물론, 여행을 신청한 도시민의 농촌에 관한 이해가 부족하고 접근하는 자세가 글러먹어 문제가 발생하는 측면도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마을통에서 내 놓은 대책 중 하나가 발상의 전환을 통한 접점 찾기다.

“마을 여행을 참여하는 도시 여행자에게 호텔과 같은 잠자리를 제공할 수는 없지요. 마을에서 제공 가능한 서비스와 여행 참가자가 기대하는 수준 사이에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복불복’입니다. 차량에서 내리면 숟가락 뽑기를 통해 잠자리를 배분합니다. 잠자리나 식사가 불편하더라도 그건 순전히 여행 참가자 책임이 되는 거지요. 흥미도 있고요. 화덕을 이용해 제공하는 간식도 복불복으로 진행합니다. 누구는 삼겹살, 누구는 유정란 인거죠. 무척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1박 2일 프로그램에 감사합니다.”

복불복 잠자리와 복불복 간식 프로그램은 소양면 인덕마을에서 진행한다. (사)마을통 임채군 대표는 마을여행에 있어 중요한 키워드 두 개 중 하나로 ‘발상의 전환’을 꼽았다. 다른 하나는 ‘스토리 텔링’이었다.

잘 늙은 절로 유명한 ‘화암사’가는 길 초입에 있는 마을이 완주군 경천면 요동 싱그랭이 마을이다. 이 마을 진입로를 넓히기 위해 사라질 뻔한 ‘시무나무’를 살리고 이곳 자연 마을 이름과 엮어 스토리 텔링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시무나무는 20리마다 심어 거리를 표시했던 나무지만 도로 확장 등으로 보기 어렵다. 이 마을에 한 그루가 남아 있다. 또 싱그랭이라는 자연마을 이름도 나그네가 주막에 들러 오랜 걸음에 고생한 짚신을 걸어 둔 새 짚신으로 갈아 신은 곳이라는 데서 유래한다. 이런 사례를 연결해 이야기를 만들고 주막을 복원해 어디에 내 놓아도 빠지지 않는 두부, 김치를 선 뵈는 식이다.

임 대표는 “같은 상품이라도 어떤 이야기를 담고 어떤 이야기로 포장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와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라고 얘기였다.

▲ 완주마을여행사업단 (사)마을통(대표 임채군)
풍부한 교육시스템 ‘경쟁력’ 원천
엇비슷한 콘텐츠를 발상의 전환으로 업그레이드 한 대표적 사례는 호남좌도농악공연이다. 방문객이 찾아오면 마을 주민이 나와 공연 한 자락을 펼치고 끝냈던, 밋밋한 형태를 ‘잡색놀이’라는 형태를 추가했다. 농악 구성에 악기 연주자들 뿐만 아니라 춤이나 동작, 재담, 노래 등 연행적 행동을 펼친 잡색이 함께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각 잡색 인물 성격에 맞게 짖궂은 장난도 치고 참가자들이 직접 탈을 만들어 쓰고 함께 춤추며 공연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 발상의 전환 덕에 참가자 만족도와 함께 체험비도 올랐다.

농작물 수확체험도 마찬가지다.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포도 한 송이 가격보다 생산 농가에서 직접 수확체험을 하면 그 값이 싸야 한데 그렇지 않았다. 대형 마트에서는 송이별로 포장한 포도를 집어와 계산하지만 농가에서 체험을 하면 한 송이를 땄다가도 송이가 좀 적은 것 같으면 버리고 새 송이를 따기 일쑤다. 손실율이 크다는 얘기다. 어쩔 수 없이 단가는 상승하고 소비자 불만도 올랐다. 이런 모순에 고민하던 중 포도가 봉지로 쌓여 있다는 것이 발상의 전환을 가져왔다.

각 포도 송이에 숫자를 써 넣고 참가자 손목에도 번호가 적힌 스티커를 붙여 주었다. 아무 것이나 따오는 것이 아니라 같은 번호를 찾아 따와야 하는 미션을 부여한 것이다. 게다가 그 포도송이 안에는 ‘옆 사람 것과 바꾸기, 한 송이 더’ 등 흥미로운 추가 조건이 들어 있었다. 단순 체험이 게임으로 바뀌면서 즐거움은 올라가고 손실율이 줄면서 체험 단가도 떨어지는 효과를 거두었다.

마을 자원조사를 통해 발굴한 자원 중 전국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사례도 있다. 고산면 창포마을 다듬이 할머니 공연단이다. 평균 연령 70세 이상, 다듬이 경력 50년 이상인 할머니들로 구성한 다듬이 공연단은 SBS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하면서 공연섭외가 이어진다고 한다.

공연을 보며 눈물을 훔치는 관람객이 그렇게 많다니, 농촌 마을에서만 찾을 수 있는 감성적 콘텐츠를, 자원조사를 통해 제대로 발굴해 낸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아무리 자원조사가 잘 이루어지고 프로그램과 콘텐츠 개발을 잘 했어도 사업 운영 주체 준비 정도에 따라 실행단계에 어려움이 클 것이다. 완주군은 이 문제를 ‘광역 사무장 제도’와 ‘교육’을 풀어 갔다.

“어설픈 컨설팅 업체는 이곳에 들어와 컨설팅 하다가 뺨 맞기 십상입니다. 마을에서 위원장 정도 맡으신 분들은 보통 10회 이상 다양한 교육에 참여하고 국내는 물론이고 이웃 일본 등 선진지 견학 교육을 받으신 분들이거든요. 또 광역 사무장 제도를 통해 부족한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있습니다.”

‘어설픈 컨설팅’ 대목은 완주군이 갖춘 ‘교육 시스템’에 관한 자부심이기도 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정책결정권자의 의지뿐만 아니라 ‘완주 CB은하네트워크’의 힘일 것이다. 지역에서 찾아낸 자원을 잘 엮어내고 이 자원의 역량이 고스란히 지역에 스며들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마을 단위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며 겪는 수많은 난관을 헤쳐갈 수 있도록 만든 힘일 것이다.

▲ 사진 이용원 기자
‘농촌 고령화’ 해결해야 할 과제
이제 막 콘텐츠 프로그램 개발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가야 할 임채군 대표는 한 가지 중요한 고민을 털어 놓았다. 잠깐 일을 도와주기로 했던 임채군 대표가 완주군에 계속 눌러앉았던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완주군 특색사업인 ‘두레농장사업’이다. 일종의 협동농장 개념이다. 마을에서 함께 농장을 만들어 공동생산 공동출하하는 단순한 원리를 지닌 시스템이다. 이 두레농장이 의미를 지니는 것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이느냐가 아니라 마을 주민이 함께 대화를 나누고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는데 있다. 그런 측면에서 성과가 무척 크단다.

근데 문제는 ‘농촌 고령화’다. 교육과 경험으로 무장해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더라도 정말 물리적인 힘이 없어 사업 진행이 어려운 시점이 찾아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정을 나누고 감동을 주는 마을공정여행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그 관계망을 통해 재능기부 형태로 도시 인력이 다시 마을에 흡수되는 것도 좋은 모델이긴 합니다만, 이것 외에도 요즘 문화예술 영역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임 대표가 이야기한 고민의 결과물일까? 올해 완주군은 마을의 문화자원을 활용한 생활문화 마을공동체 8곳을 선정했다.

완주군이 벌이고 있는 수많은 마을공동체 사업은 이미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로컬푸드사업이나 장애인, 다문화가정, 대안에너지 관련 사업, 농가레스토랑 사업 등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툭툭 세상에 꺼내놓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농촌 마을이라는 특성상 ‘새로운 인적자원의 축적 한계’는 분명 지금부터 고민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할 중요한 과제로 보였다. 완주군이 선보인 시도와 과정 그리고 성과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 사진 이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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