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고갱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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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사진 송주홍
  • 승인 2013.08.09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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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가 만난 사람_캐리커처 아티스트 조화백

송강호 주연의 <우아한 세계>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영화에서 송강호는 무시무시한 건달이면서도, 가족을 사랑하는 평범한 가장으로 나온다. 조화백은 그 송강호와 많이 닮아있었다.
화려한 백수 조화백

통칭 조화백으로 통하는 조성찬(34) 씨. 그가 처음 캐리커처 세계에 발을 들인 건 중학교 2학년 때다. 잡지에서 “농구 선수를 캐리커처로 그려 보내면 선정해 상품 준다.”라는 말에 혹했다. 평소 그림 그리는 거 좋아했던 어린 조화백은 열심히 농구 선수를 그려 보냈다. 그 덕에 농구공이며, 잡지 등등 이런저런 상품을 받을 수 있었다.

캐리커처를 상품화하기 시작한 건 27살, 대학 졸업하기 직전이다. 만화애니메이션학과에 들어가긴 했지만, 이렇다 할 활동이 없던 터였다. 졸업을 앞두고 ‘무엇을 할 것인가?’ 그 기로에서 조화백은 대중예술을 택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상업예술’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셈이다.

“조화백 온라인 캐리커처의 시작이죠. E-mail로 사진을 받아 캐리커처를 그려서 파일로 보내주거나 티셔츠에 프린팅해 판매하는 방식이었어요.”

이후 잠시 중국에도 머물렀다. 캐릭터 디자인 회사에서 스카우트제의가 들어왔고, 그 길로 중국에 날아갔다. 하지만 그도 잠시, 이런 저런 이유로 한국에 다시 돌아온 조화백. 그는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이제는 무엇을 할 것인가?’였다. 이때 그가 택한 길은 다소 엉뚱하다고도 할 수 있다.

중국에서 돌아온 후 1년 간 집에만 있었다. 수입 0원. 사회적 잣대로 보자면 그는 ‘백수’였다. 그것도 부모님의 눈살을 이겨내야 하는 전형적인 백수. 그럼 그는 그 1년 간 무슨 활동을 했냐. 바로 싸이월드였다.

“딱 1년만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1년 간 제가 그린 캐리커처 작품을 올렸어요. 그러다보면 알아봐주는 이가 있겠거니 생각했죠. 저는 스스로 확신했어요. 기회가 올 것이라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조화백’이라는 이름이 입소문나기 시작한 거다. 그리고 방송 섭외. 싸이월드 활동 시작한 지 1년 만에 TV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하게 됐다. 그것을 계기로 홍대에서 캐리커처도 그리고, 각종 방송 활동도 이었다. 그리고 현재는 27살 때처럼 온라인, 특히 SNS를 통한 캐리커처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평범한 가장 조화백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중학교 2학년 상품에 눈이 멀어 그리기 시작한 캐리커처”가 올해로 20년째다. 그간 찐따 캐리커처, 팝아트 캐리커처 등 다양한 스타일 변화가 있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았던 건 ‘캐리커처’라는 장르였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한 사람을 위한 그림이잖아요. 1대1 교감을 할 수 있다는 거죠. 캐리커처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그거라고 생각해요. 작가와 주문자 간의 1대1 교감. 그런 면에서는 초상화와도 유사할 수 있는데, 또 다른 게 있다면 초상화와 달리 캐리커처는 유쾌한 맛이 있다는 거죠. 일단 딱 보면 재밌잖아요.”

조화백이 캐리커처를 고집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리기 편해서다. 스스로를 “완전한 상업 예술가”라고 표현하는 조화백에게 캐리커처는 쉽고 빠르게 그려 더 많이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기도 한 것이다.

“자기 앞가림도 하지 못하면서 예술 한답시고 자기 철학만 내세우는 예술가들, 저는 이해 못하겠어요. 저도 돈에 구애받지 않고 예술만 하고 싶죠. 하지만 그 이전에 저는 한 집안의 가장이고 사회 구성원이거든요. 해야 할 일은 해놓고, 하고 싶은 일 하는 게 맞는 거잖아요. 캐리커처요? 대중예술이죠. 그중에서도 제가 하는 건 완전한 상업 예술이고요. 즉석에서 바로 돈이 왔다 갔다 하니까요. 제가 캐리커처 하는 이유 간단해요.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니까요.”

예술가는 가난해야 한다. 예술가는 배고파야 한다. 먼 옛날부터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굳어진 편견이다.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순수예술을 고귀하고 아름답게 보는 시선, 상대적으로 대중예술을 낮잡아 보는 시선 말이다. 조화백은 말한다.

“제 작품 철학이요? 고객 우선의 상업적 마인드로 그리고 있어요. 가장이니까요.”

조화백이 고갱님께 전하는 메시지
주문 상담은 카톡 ID: wustar나 www.facebook.com/chowhabaek로 해주세요. 의술보다 놀라운 마술 같은 미술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고갱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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