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에 모인 사람들
사랑방에 모인 사람들
  • 정리 성수진 사진 송주홍
  • 승인 2013.08.16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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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기다려서 될 일? ‘열정 페이’를 말하다
진행 이용원
참여 대전문화연대 사무국장 최승희, 대전 청년유니온 위원장 장주영, 조선그루브 대표 이수관, 청년 문화기획자 노의영
▲ 왼쪽부터 조선그르부 대표 이수관, 대전 청년유니온 위원장 장주영, 청년 문화기획자 노의영, 대전문화연대 사무국장 최승희
‘열정’이란 단어는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을 뜻합니다. 최근, ‘열정’이라는 단어와 ‘페이’라는 단어가 결합한 ‘열정 페이’라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뜻을 풀면 ‘열정을 담보 잡은 적은 페이’ 정도가 될 텐데요. ‘열정’이 지닌 긍정적 의미가 ‘페이’와 결합하며 전혀 다른 뉘앙스를 풍깁니다. 이번 사랑방에 모인 사람들에서는 ‘열정 페이’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용원: 이번 주제는 ‘열정 페이’인데요. 주제를 월간 토마토가 단독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고요. 문화연대 최승희 사무국장과 성수진 기자가 대화 나누는 과정에서 나온 주제입니다. 요즘 ‘열정 페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열정 페이’ 문제를 갑을로 나눌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갑의 입장도 들어보고 싶어서 갑에 관한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현실적으로 섭외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갑의 이야기는 제가, 대전에서 만만치 않은 착취구조를 갖고 있는 월간 토마토에서 해도 괜찮겠다(웃음)…. 우선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릴게요.

노의영: 대전에서 공연과 그와 관련된 일 하고 있는 노의영입니다.

장주영: 저는 대전청년유니온 위원장 맡고 있는 장주영입니다.

최승희: 대전문화연대 사무국장 최승희입니다.

이수관: 대전 마을기업 하고 있는 조선그루브 이수관입니다.

이용원: 청년유니온에 관해 궁금한 분들 있을 텐데요. 청년유니온은 설명 좀 부탁드릴게요.

장주영: 청년유니온은 2010년 3월에 출범했고요. 대전청년유니온은 작년 8월에 노조설립필증을 노동부로부터 받았습니다. 청년유니온은 만 15세부터 39세까지 청년들 대상으로 하는 청년 일반 노동조합이고요.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노동조합이긴 한데 문화적인 면이나 커뮤니티 유니온을 지향하는 단체입니다.

하고 싶은 일에도 어떠한 대가가 필요하다

이용원: 개념 정리부터 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좋겠어요. ‘열정 페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노의영 대표는 공연자이기도 하니까 먼저 얘기를 해주신다면요?

노의영: 저희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무대를 원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걸 채워줄 수 있는 사람들이 공간을 제공하면서 그 이상의 혜택을 주지 않는 거죠. 이것도 공연자 입장에서는 ‘열정 페이’가 아닌가…. 나쁘게 얘기하면, 약점이 잡히는 거죠. 처음부터 약점 잡힌 활동들이 많아지지 않았나 하는 게 요즘 드는 생각입니다.

이용원: 최승희 국장님은 주제와 관련해서 사전 인터뷰를 진행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열정 페이’ 개념을 어떻게 정리하면 될까요?

최승희: 많은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열정 페이’라는 것을, 본인들이 일을 했는데, 그에 따른 존중과 성과나 결과가 연결이 되지 않았을 때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이런 부분이 공통점이었던 것 같고요. 많은 사람이 그 단어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아요. 혼란스러운 상태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용원: ‘페이’라는 것에 흔히 얘기하는 돈만 포함된 건 아닌가 봐요? 존중이나 지속성이라는 말이 나온 걸 보면, 금전적 대가만을 포함하는 건 아니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청년유니온은 청년노조잖아요. 이 부분에 관해 깊이 고민할 거 같은데. 정리해서 말씀해 주신다면?

장주영: ‘네가 좋아하고 성공하고 싶으니 해야 한다.’ 이거니까. ‘이 바닥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면 우리말 잘 들어야 하지 않겠어?’라는 거잖아요. 먹고 사는 문제는 돈하고 연결이 되어있고, 열정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는데, 전문성 쌓고 네트워크 갖추고 경력도 쌓고 싶어서 저당 잡힌 상태가 되는 거잖아요. 돈으로 채울 수 없는 자긍심 등 정서적인 부분도 분명 충족되는 부분이 있다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사람이 그것만으로 먹고 살 수 없는 거잖아요. 적어도 자기 생활을 유지하면서 활동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생각하지 않고, ‘너 하고 싶은 거 하는데 뭘 요구해?’ 하는 게 야만적인 거죠.

이용원: 수관 씨는 어떠세요?

이수관: ‘열정 페이’라는 단어가 개념 정리가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피해자라는 생각에서 나온 단어가 아닐까 생각해요. 결국, 예술에 관한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물질적인 대가를 어느 정도 지불했을 때 합당한가?’라는 부분에 공연팀들조차 확실히 정의할 수 없어요. 앨범 지니고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 직업 갖고 있으면서 앨범 낸 사람, 직업 안 갖고 있으면서 앨범 낸 사람…. 너무나 다양한 변수가 생겨날 수 있다는 거죠. 결국 최종에는 인식과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열정 페이’가 아닐까. ‘열정 페이’라는 정의 자체도 세 분 모두 다른 얘기를 하셨잖아요. 개념 정리가 안 된 상황인 것 같아요.

노의영: 재능 기부라는 말이랑 연관성이 있는 것 같아요. 재능기부도 두루뭉술하게 확실하게 답 내릴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열정 페이’ 식으로 악용되는 사례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수관: 회계사, 세무사들이 재능기부 하잖아요. 생계유지가 되니까 재능기부가 되는 거죠. 생계유지도 안 된 상태에서는 재능기부를 해달라고 하니까 말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열정 페이’라는 말로 변이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되네요.

이용원: ‘열정 페이 계산법’이라는 걸 봤는데요. ‘열정이 있다, 재능이 있다, 재주가 있다. 그러면 돈을 적게 줘도 된다.’ 이런 계산법이더라고요. 이렇게 ‘열정 페이 계산법’을 명시해놓고, 방송, 연예, 연극, 모델, 뮤지컬, 쇼핑 호스트 등을 ‘열정 페이’ 착취를 가장 잘 당하는 부류로 나누더라고요. ‘열정 페이’ 관련된 몇 가지 이슈화된 것들 공통점을 보면 돈을 착취하는 구조가 있다는 거예요. 갑이 막대한 부 축적해 가면서 열정 재주 있는 사람들을 무료로 부려 먹는 행태에 관해 반대가 심한데, 반면에 부를 축적하는 대상이 분명하지 않은 층에서 벌이는 일 속에서도 이런 불만들이 나온다는 거죠. 뭉뚱그려서 예를 들면, 시에서 보조금 집행해서 벌어지는 사업 중에 기획 예산이나 공연 페이가 제대로 책정이 안 된 사업비가 있잖아요. 이런 경우에 부를 축적하는 것은 세금을 낸 국민 전체라고 해야 할까요? 애매하다는 거죠. 갑을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지는 ‘열정 페이’에 논란이 많다는 거예요. 갑이 불분명하다보니 서로가 서로를 착취하는 일도 허다하다는 거예요. 이러한 상황을 구분해야 하는지 똑같이 인식해야 하는지….

인식 결여와 시스템 부재가 문제다

장주영: 인식과 연결되어있다고 생각해요. 흔히 인건비는 권리보장이 아니라 언제든 줄일 수 있는 유동성 예산이라고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용역 사업을 주든 다른 걸 주든 인건비 부분은 예산 배정이 안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기획에 돈이 필요해?’ 이런 마음인 거죠. 사람이 일을 한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알바로 의자 설치하고 그런 것만 일이 아니라 그걸 조정하고 조율하는 것도 일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수관: 인식이나 시스템이나 똑같은 건데…, 음향업체에 돈을 어느 정도 줘야 한다는 건 정형화되어 있어요. 그런데 공연팀들한테 돈 주는 것은 정형화되어있지 않아요. 저는 이게 시스템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다른 대표님이 저한테 그런 말씀 하셨어요. “내가 돈을 안 받고 해버릇하기 때문에 나도 남을 돈을 주지 못한다.”라고요. 저도 이 얘기를 들었을 때 공감이 많이 됐어요. 근데 그게 저희끼리 계속된다는 거예요. ‘내가 한 번 도와줬으니 너도 한 번 도와줘.’, ‘그래. 내가 한 번 도와줄게’ 하고 도와주지도 않고…. ‘내가 키워줄 수 있어.’ 하는 분 중에 키워주시는 분 아무도 없어요.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키워주는 사람이 없어요. 근데 청년들이 무작정 다가가기가 쉽지 않아요. ‘나중에 뭐가 되겠지.’ 하는 거죠. 뭐가 될지도 모르면서. 그러고서는 원망이 쌓여요. 그래서 청년들에게 ‘열정 페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이용원: ‘열정 페이’와 관련된 말이 나오는 영역을 보면 단순 노무직들은 아니에요.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에요. 개인 기능과 재주가 필요한 부분에서 ‘열정 페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뭘까…. 안정적으로 산업화되지 않았다는 거죠.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줘야 하는 게 맞다는 것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거예요. 뮤지션을 예로 들면 개인의 기호 취향이기 때문에 평가하기가 애매하다는 거죠. 그래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노의영: 정립되지 않은 시스템을 악용한다는 느낌보다는 몰라서 그러는구나 하는 생각이 더 들어요. 이 시장이나 분야에 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자꾸 건들려고 하시니까. 다른 분야의 산출방법을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은 분야에 적용하려니까 어려운 거죠.

이용원: 여기까지 듣고, 최승희 사무국장님은 어떤 느낌 받으셨어요?

최승희: 서울, 중앙이라고 하는 쪽은 대기업과 혹은 갑 간의 구도가 명확하게 있는 것 같아요. 지방은 문화재단이 생기고 문화 정책이 쏟아지면서 예산이 많이 나왔잖아요. 훈련되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 가운데 비가 쏟아졌고 그 안에서 잡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갑이니, 을이니, 노동자니 이런 생각도 안 하잖아요. 정립이 안 된 상태인 것 같아요. 문화산업 안의 시스템이 자리 잡히지 않은 것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도 있지만, 지역과 서울의 차이라든지, 상황에 관한 부분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용원: 지역 시장 규모에 대해서 공급이 과잉돼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쉽게 얘기하면, 일러스트레이터를 하고 싶은 사람은 많고 진입 장벽이 높은 상태에서 유명 출판사에서 ‘너 실어줄게.’ 하면 그 동아줄이 썩었는지 안 썩었는지도 모르고 잡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이수관: 그건 ‘열정 페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알고 판단하는 거잖아요. 청년들이 자신이 피해자라는 입장에서 얘기하는 거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런 경우는 ‘열정 페이’라고 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피해자이기도, 피해자가 아니기도 한 상황에서

노의영: 애매한 것 같아요. 보수는 없지만, 이력서에 한 줄 넣으려고 생각하면서 쉽게 접근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근데 하다 보니까 예상보다 힘드니 피해자 입장이 되는 거죠. 그렇게 모순되는 애매한 상황이 제 주변이 많거든요.

이수관: 공연도 똑같은 것 같아요. 복지관에서 도와 달라 해서 갔는데, 좋은 일도 아니고 뿌듯한 것도 아니고, 공연이 재밌지도 않고, 이 사람들 왠지 마치 나를 을 마냥 부려 먹듯 요청만 하고, 피드백이나 연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서로가 만족하는 기준이 다르잖아요. 돈이든 정신적인 것이 됐든 그걸 만족시켜주면 괜찮은데 그게 안 되기 때문에 문제죠. 저희도 ‘즐길거리’를 그렇게 시작을 했고 ‘열정 페이’에 관해 착취하는 현장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하면 공연팀을 만족시킬지 고민하거든요. 영상을 찍는다든지, 블로그에 올린다든지, 인터뷰 한다든지, 그게 얼마나 도움될지는 모르겠지만, 노력을 많이 해요. 이렇게 하더라도 입장이 다 달라요. 결국 ‘열정 페이’라는 단어는 입장 차이인 것 같아요. ‘열정 페이’라는 단어를 고민하지 않고 쓰기 때문에 계속 문제가 퍼지지 않나….

이용원: 다른 사례를 직접적으로 얘기할 수 없으니 토마토로 예를 들면, 사람이 필요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 페이 받고 싶은 게 아니라 일을 경험해보고 싶다고 와요. 우리 여건 상 페이 줄 수 없다, 그래도 하겠냐고 물어봐요. 그런 건 바라지 않겠다고 해서, 그럼 교통비는 주겠다고 하는 거죠. 이 상황을 보기에 따라서는 ‘얼마 안 주고 한 달 내내 부려 먹는구나.’가 되는 거죠. ‘개인의 인식 차이인 거 같아요.’라고 치부하면 사실 상 문제는 없는 거거든요. 이것이 계속 문제가 되고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본질적 이유가 뭘까요?

이수관: 혼자 결론을 낸 게, 사람이란 존재가 쿨하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닐까…. 서로 얘기를 하면 된다는 거예요. 서로가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되는데, 저도 그동안 ‘저희는 얼마 받아야 한다.’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낼 수가 없었어요. 애써 위안하고 자기 합리화하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면 ‘열정 페이’로 그냥 한 게 되는 거죠. 차라리 쿨하게 서로 얘기를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내 능력이 이거니까….”, “당신 말고도 많아요.”

이용원: ‘당신들 말고도 많아요.’라는 사회적 구조가 전제로 깔려 있어서 ‘열정 페이’라는 논란들이 강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결국, 산업 구조의 왜곡이라든지 그런 부분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요?

장주영: 정당화되면 안 되는 건데. 정당화 되는 것 같아요. ‘열정 페이’의 대표적 분야라고 이야기 되는 것들은 개인의 재능과 소비하는 사람들의 취향의 편차가 큰 분야이다 보니 페이 테이블 같은 걸 만들기도 어려운 구조라고 생각해요. 뭘 달라고 얘기하는 게 어려운 이유는 쿨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순간순간의 권력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도 이 사람들이 전부 다 다르기 때문에 단체 행동을 한다거나 유니온으로 묶이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이런 움직임이 있으면 달라졌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자기가 일함으로써 보상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이 분야가 재능하고 돈을 받는 게 비례해서 가치 매겨진다고 생각하니까, ‘내 능력이 내가 받는 페이’라는 거예요. 능력이 있든 없든 간에 적당한 수준의 금전적인 부분이 필요한데 그게 안 되는 거죠. 굉장히 사회적으로 무책임하다고 해야 할까요?

이용원: 논란을 살펴보면, 갑을 착취 일삼는 악마로 묘사하면서 막상 해결책은 제시가 안 돼요. 해결책은 장주영 위원장이 그랬듯 조합이 확실하죠. 이것도 안전장치인 거 같기는 한데 우리 산업구조에서 그렇게 될 거 같지는 않고. 선한 갑들이 출연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걸까요?

장주영: 사측이 파이 줄여놓은 걸 가지고, 노동자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거나 실제로 거기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는 거잖아요. ‘열정 페이’ 자체가 불평등한 권력관계 속에서 정신승리를 하기 위해서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실질적 보상은 없는데. 전문성, 능력 쌓을 수 있다고 하면서 스스로 정신승리를 하는 거죠. 파이를 키우는 방법도 있을 테고, 갑질 하는 사람의 인식을 키울 수도 있을 테고. 을은 갑에게 ‘너희 잘못했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내적인 자신감이나 힘, 그런 것들이 있으면 낫지 않을까 싶어요.

구체적 대안은 무엇이어야 할까

이용원: 지역 기획자들이나 분야별로 표준 페이 테이블을 만들어서 공표해보는 것도 한 대안이 아닐까요? 일반사람들은 전혀 모르거든요.

정주영: 저는 그런 공인 테이블이 있으면 좋겠어요. 청년 유니온이 예술 분과나 이런 걸 만들어서 얘기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도 있어요.

이용원: 의영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표준 페이 테이블을 만들어 보면 어떻겠어요?

노의영: 미니멈은 있어야 한다고 봐요. 미니멈이 없어서 예산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쓰겠다는 게 아닐까…. 예산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행위를 한다면 고쳐야 할 부분이죠.

이수관: 저도 표준 페이 테이블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반발이 꽤 심할 거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표준 페이 테이블에서 구분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팀들에 대한, 남들이 판단할 수 있는 구분점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근데 그 기준이 감성적이고 개인적이라서 나누기가 쉽지 않다는 거죠.

장주영: 저는 개인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무리 아마추어라고 해도 어느 정도 이상은 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표준 페이 테이블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예술이라도 그게 보여졌을 때 합당한 뭔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것을 수준이나, 프로페셔널인지 아닌지로 결정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노의영: 그런데 예술은 노동의 관점으로 접근할 수 없는 게, 예를 들면, 제가 바라는 이상, 꿈의 무대가 있다고 하면, ‘자리 있는데 한 번 설래?’ 하면 (페이가 없더라도) ‘네.’ 하게 되는 이런 개인적인 꿈도 있는 거거든요.

이수관: 노동이라는 개념과 예술을 결부지어서 생각해보면 안 맞아요. A 라는 노래 작업 시간 10시간, B라는 노래가 100시간이 걸렸다고 했을 때. B라는 노래에 돈을 더 많이 줘야 하나….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런 문제가 있잖아요.

장주영: 프랑스를 예로 들면 일 년에 삼 개월 정도 예술에 종사하면 예술인이라고 해서 연금 비슷한 걸 주잖아요. 우리가 개인적이고 감성적이라서 기준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것에 기준을 마련했다는 얘기예요. 똑같이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합의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수관: 저도 동의는 해요. 그렇지만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오늘과 같이, 계속 다양한 집단과 구성원들로 토론하고 그런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민감한 주제니 건들지 않으려고 해요. 계속 함께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용원: 자원봉사라는 개념을 사회에서 이상하게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열정 페이’ 관련 이야기가 나온 게 아닐까도 생각해 봤어요. 서포터즈라고도 하죠?

장주영: 자원봉사라는 게 자발적으로 자기가 뭔가를 한다는 얘긴데 돈 안 주고 쓰는 걸 자원봉사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용원: 돈을 주지 않거나, 조금 주는 상황을 모두가 거부하면 상관이 없는데,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데도 경쟁률이 높다는 거예요. 그런 상황이 발생하니까 그런 시스템들이 더 확대된다는 거죠.

최승희: 지역적 차이도 있는 것 같아요. 축제 자원봉사자 같은 경우도, 다른 지역 축제를 모니터링 해본 결과 자원봉사자들을 심하게 돌리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사실 자원봉사도 분명히 그 친구에게 순기능도 있어요. 하지만 이걸 악용하는 사례가 보인다면 지적을 하고 문제제기하는 상황으로 가야 할 텐데 안타까운 일이죠.

장주영: 자원봉사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잖아요. 총체적으로 노동기본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자원봉사로 모집했으니까 이것저것 시켜도 상관없겠지?’ 하는 노동권에 관해 왜곡된 생각을 하고 있어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나….

노의영: 굳이 돈 문제뿐만이 아니더라도, 자원봉사자들의 역할 분담이 명확히 없었기 때문에 피해라고 느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용원: 자원봉사나 재능기부가 본질적 개념으로는 나쁜 게 아니지만, 이걸 악용하는 사람이 있고, 그것이 상황을 혼란스럽게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노의영 대표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역할 분담 선도 분명해야 할 것 같아요.

가장 필요한 건 소통하려는 노력

이용원: 진행하면서, 빤한 얘기긴 하지만 소통이 부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산자 간, 기획자와 생산자 간, 기획자와 돈을 쥔 사람들 간에 소통의 폭이 좁다는 거예요. 자유롭게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문제 해결의 출발인데 그게 안 된다는 게 아쉽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하시고 정리하면 될 것 같은데요?

이수관: ‘열정 페이’라는 단어가 최근에 화두가 되었지만 그 현상은 계속 있었던 거잖아요. 그렇지만 단어를 통해서 관심 두고 고민하게 된 자체가 좋다고 생각해요. 각자 생각을 공공연히 얘기하고 소통하는 자리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최승희: 제가 정말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요즘 애들은 돈만 밝혀.”라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 분은 정말 부유하게 자라셔서 경제적 감이 없으셔서 그런가 보다.’라고 이해는 하는데,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어요. 본인이 체감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의 고통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열정 페이’가 젊은 사람들의 쿨하지 못한 잘못된 판단일 수도 있지만, 이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자성이 있으면 극단적으로 상황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자성이 없으면 잡음이 생기기 마련이고요. 오늘 이런 자리로 그런 잡음이 없어지길 바라지만, 사실 이제 시작이란 생각도 들고요. 기사 보는 분들도 생각해 가면서 살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장주영: 제가 대학원 다닐 때 방학 때 두 달 동안 대학원 주최 캠프가 있었어요. 힘들게 일하고 70만 원어치 현물을 받았어요. 제가 돈이 없어서 하루 7백 원으로 살 때였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돈이 필요하다고 얘기를 못 했어요. 공평하면 생길 수 없는 일이거든요. 좋아하는 일이라고 버티려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콘텐츠라고 하지만, 수많은 땀방울이 있고 그에 대가가 따라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해요. 오늘 좋은 자리였습니다. 한 번에 문제가 해결되진 않겠지만 실제로 활동하시는 분들 얘기도 듣고 좋았어요.

노의영: 짧게 얘기할게요.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많겠지만, 시작점은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더 심해지는 걸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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