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이중모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시스템 개발
KAIST, 이중모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시스템 개발
  • 이성현 기자
  • 승인 2025.09.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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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모드 CRISPR 유전자 가위 시스템의 작동 원리와 다중 유전자 동시 조절 모식도
이중모드 CRISPR 유전자 가위 시스템의 작동 원리와 다중 유전자 동시 조절 모식도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세포 속 유전자의 작동 여부를 조절하는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공학생물학대학원 이주영 교수가 한국화학연구원 노명현 박사와 대장균에서 원하는 유전자를 동시에 켜고 끄는 것이 가능한 새로운 이중모드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대장균은 실험이 쉽고 산업적 활용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는 대표적인 미생물이다. 유전자 가위(CRISPR) 기술은 21세기 생명공학의 가장 혁신적인 도구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합성생물학의 기반이 되는 박테리아는 구조가 단순하고 빠르게 증식하면서도 다양한 유용 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박테리아에서의 유전자 활성화는 ‘미생물 공장’을 설계하는 핵심 기술로, 산업적 가치가 매우 크다.

합성생물학의 핵심은 생명체의 유전자 회로를 프로그래밍하듯 설계해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마치 전자회로에서 스위치를 켜고 끄듯, 특정 유전자는 활성화하고 다른 유전자는 억제해 대사경로를 최적화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중모드 유전자 가위는 바로 이러한 정밀한 유전자 조절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도구다.

연구팀은 표적을 확장해 더 많은 유전자에 접근 가능하도록 하고 대장균 단백질을 활용하면서 유전자 활성화 성능을 대폭 향상시켰다.

개발된 시스템의 성능 검증 결과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유전자를 켜는 실험에서는 최대 4.9배까지 발현량이 증가했고, 끄는 실험에서는 83%까지 억제할 수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유전자를 동시에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한 유전자는 8.6배 활성화하면서 동시에 다른 유전자는 90%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의 실용성을 입증하기 위해 항암효과가 있는 보라색 색소인 ‘바이올라세인’ 생산량 늘리기에 도전했다. 대장균의 모든 유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실험을 통해 바이올라세인 생산에 도움이 되는 유전자들을 찾아냈다.

그 결과 단백질 생산을 도와주는 ‘rluC’ 유전자를 켜면 2.9배, 세포를 분열하고 나눠지도록 하는 ‘ftsA’ 유전자를 끄면 3.0배 생산량이 늘어났다. 두 유전자를 동시에 조절했을 때는 더욱 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 무려 3.7배의 생산량 증가를 달성했다.

이주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전자 가위와 합성생물학을 결합해 미생물 생산 플랫폼의 효율을 크게 높인 성과”라며 “하나의 시스템으로 복잡한 유전자 네트워크를 제어할 수 있어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술은 다른 박테리아 종에서도 작동이 확인돼, 바이오 의약품·화학물질·연료 생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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