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나’를 본다
길에서 ‘나’를 본다
  • 글 사진 이수연
  • 승인 2013.09.1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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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가 만난 사람_공윤희

커피 배우는 소녀, 대흥동립만세 ‘골목대장’, 로드스쿨 길잡이 교사, 아동복지관 교사, 자원 활동가 등을 거치며 열여덟 소녀는 스물둘 청년이 되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랐고, ‘무엇’을 좇아야 할지 몰랐던 소녀는 길에서 ‘공윤희’라는 사람을 다시 만났다.
길을 만나다

월간 토마토와 윤희 씨는 2009년 대흥동립만세에서 처음 만났다. 고등학교 2학년 소녀였던 윤희 씨는 같은 학교 미술교사 안혜경 씨의 소개로 대흥동립만세를 알았다. 2009년 축제에 나와 팥빙수를 팔던 소녀는 2010년 대흥동립만세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골목대장’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대흥동에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그때 굉장히 고민이 많았거든요.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뭘 해야 할지도 명확하지 않은 채 고민만 하던 때였죠. 대흥동립만세를 통해서 사람을 만나고, 축제에 제가 상상하던 것을 실현하면서 점점 재미를 느꼈어요.”

일탈은 잠시였다. 2010년 8월 대흥동립만세가 끝난 후에는 고3이었던 윤희 씨는 다시 학생이 되었다. ‘돈 많이 버는 과’로 취업하려고 공부를 시작했다.

“한 2개월 공부하는데, ‘내가 뭐하는 거지?’ 싶더라고요. 안혜경 선생님께 다시 찾아갔어요. ‘청소년이랑 뭔가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안혜경 선생님은 제자인 윤희에게 ‘로드 스쿨’과 소개했다. 로드 스쿨은 학교라는 커다란 경계 안에서 받는 교육이 전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에게 ‘학교 밖 세상’을 알려주는 ‘길 위의 학교’다.

길을 걷다

2010년 12월 20일, 11일 후면 스무 살을 맞는 공윤희 씨는 네팔로 떠났다. 네팔, 인도, 태국 사십 일간 여행을 했다. 여행은 윤희 씨가 계속해서 새로운 ‘공윤희’를 발견하게 했다. ‘내가 다른 사람을 자원봉사를 좋아하는구나.’,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구나.’,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발견은 윤희 씨를 길 위의 학교로 더욱 빠지게 했다.

그리고 2011년 스무 살이 된 윤희 씨는 오후에는 금산에 있는 아동복지센터에서 도우미 선생님으로 출퇴근하며 오전에는 로드스쿨 길잡이 교사로 활동했다.

“1년 동안 아침에 로드스쿨 근무하고, 오후 세 시부터 아홉 시까지 금산에서 야간 아동복지교사 활동하고,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나 신기해요. 아이들도 정말 다양했어요. 하나하나 다 사정 있는 아이들이었거든요. 씻겨주고, 돌봐주고, 간식주고, 하루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어요.”

아주 어릴 때부터 아르바이트해서 그런지 일머리 하나는 똑 부러졌던 윤희 씨, 아동복지센터에서는 1년 계약기간이 지나자 윤희 씨를 붙잡았다. 1년간 봐온 아이들에게 아쉬움도 남았지만, 윤희 씨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청소년과 함께하는 일’이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도 그랬지만, 요즘 애들을 학교 가서 보면 정말 다 시체 같아요. 저도 그랬지만, 모든 게 다 불확실해서 그런 거거든요. 꿈을 심어주고 싶었어요.”

길을 꿈꾼다

스물둘, 한참 자신의 꿈만을 좇기도 벅찬 나이다. 매일 같이 자신의 꿈은 변하지만, 그렇게 변화하는 꿈이라도 ‘나’를 보며 꾸기를 윤희 씨는 바란다.

“제 꿈도 매일 바뀌어요. 제가 청년이 되니까 요즘에는 청소년보다 청년이 보이더라고요. 그때는 청소년만 그런 줄 알았는데, 요즘은 청년들도 똑같아요. 저는 대학을 가지 않았지만, 사회에서 배운 것이 더 많아요. 사회에서 만난 사람, 직접 부딪히며 해낸 일들이 저를 이만큼 키웠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이 꿈을 꿨으면 좋겠어요.”


길 위의 청년 공윤희 씨와 로드스쿨이 궁금하다면 포털 사이트에 ‘로드스쿨’이라고 검색해보세요. (로드스쿨 카페 http://cafe.naver.com/tjroad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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