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목원대학교가 대전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들과 손잡고 단편영화를 제작하며 로컬 다양성과 다문화 공존의 새로운 가능성을 스크린 위에 펼쳐 보였다.
8일 목원대에 따르면 최근 대전 중구 독립영화전용관 씨네인디U에서 ‘로컬 다양성 단편영화제’를 개최했다.
이번 상영회에는 8편의 개성 넘치는 단편영화가 관객을 만났다. 레코드(RECORD)팀의 '드미플리에', 걸스파워(Girls Power)팀의 '배트남', 마샬라팀의 '외계국인(The Foreignalien)' 등 제목에서부터 다문화적 정체성이 드러나는 작품들은 물론 원테이크(One Take)팀의 '심부름', 필름(Film)팀의 '트루 아파트(True, Apart)' 등 일상 속 편견을 꼬집는 작품들이 상영될 때마다 객석에서는 탄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이번 영화제는 목원대가 2025년 로컬콘텐츠 중점대학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마이리틀 로컬콘텐츠 단편영화 제작실습’의 최종 결과보고회 성격을 띤다. 하지만 단순한 과제 발표회를 넘어 대전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 커뮤니티 ‘썬데이티클럽(Sunday Tea Club)’과 목원대 연극영화영상학부 학생들이 지난 3개월간 팀을 이뤄 땀 흘린 협업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작지 않다.
대학생들의 영상 제작 역량과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외국인 주민의 시선이 만난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말 그대로 ‘익숙함의 파괴’다. 학생들은 카메라 장비와 연출 기술을 제공하고, 외국인 주민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대전의 삶과 독특한 시각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마샬라팀은 지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 주민들도 우리와 똑같이 희망과 좌절을 겪는 ‘동시대의 이웃’이라는 점을 다룬 '외계국인'을 선보였고 원테이크팀은 '심부름'을 통해 외국인 주민 자녀들이 한국어를 배우며 겪는 어려움을, 걸스파워팀은 '배트남'으로 베트남 유학생이 언어 문제로 인해 겪는 갈등과 편견을 그려냈다. 모두 대전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경험에서 출발한 작품들이다.
상영 직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GV) 시간은 이번 영화제의 백미였다. 제작진들은 촬영 현장에서 통역 애플리케이션을 켜놓고 밤샘 회의를 했던 에피소드,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 때문에 생겼던 오해를 웃음으로 풀어낸 과정 등을 가감 없이 들려주며 ‘과정으로서의 예술’이 지닌 교육적·사회적 가치를 증명했다.
행사에는 프로젝트를 이끈 교수진도 함께해 이번 시도가 지닌 학술적·사회적 의미도 짚었다.
권선필 로컬콘텐츠 중점대학 사업단장은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로컬’의 경쟁력은 결국 그 지역이 품고 있는 ‘사람’과 ‘이야기’에서 나온다”며 “이번 영화제는 대학이 강의실을 벗어나 지역 내 다양한 구성원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했을 때 어떤 시너지가 나는지를 보여준 모범 사례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을 직접 지도한 박철웅 연극영화영상학부 교수는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공감’이었다”며 “자신과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과 협업해 하나의 창작물을 완성해 본 경험은 졸업 후 그 어떤 현장에 나가더라도 강력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목원대는 이번 ‘로컬다양성 영화제’의 성공을 발판 삼아 향후 외국인 주민뿐만 아니라 노인, 청소년 등 지역 내 다양한 소수 집단과 연계한 콘텐츠 창작 프로젝트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희학 총장은 “이번 ‘로컬 다양성 단편영화제’는 목원대 학생들과 대전에서 살아가는 외국인 이웃들이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해 낸 진정한 공동체 프로젝트”라며 “목원대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구성원과 손잡고 로컬의 이야기를 세계와 소통하는 콘텐츠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