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병원, 한 통의 편지가 전한 ‘충남권역외상센터의 기적’ 눈길
단국대병원, 한 통의 편지가 전한 ‘충남권역외상센터의 기적’ 눈길
  • 유규상 기자
  • 승인 2025.12.09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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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욱 센터장이 퇴원 후 외래를 방문한 이 군을 진료하는 모습
장성욱 센터장이 퇴원 후 외래를 방문한 이 군을 진료하는 모습

[충청뉴스 유규상 기자] “장성욱 센터장님, 이석원 교수님! 우리 아이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단국대병원(병원장 김재일) 충남권역외상센터에 최근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에는 지난 2월 중증외상으로 생사의 기로에 섰던 한 아이가 기적적으로 회복하게 된 과정, 그리고 그 순간마다 곁을 지킨 외상센터 의료진에 대한 부모의 깊은 감사가 담겨 있었다.

아이는 15세의 이 군. 학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 신호를 위반한 대형버스에 치여 간·폐 파열, 골반·쇄골 골절, 화상 등 치명적 손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된 이 군은 도착과 동시에 고난도 치료인 레보아(REBOA/대동맥내 풍선폐쇄소생술)를 비롯해 응급수술을 받은 후 외상중환자실로 옮겨졌으며, 이후에도 여러 차례의 수술과 에크모(ECMO) 치료 등이 이어졌다.

외상중환자실에서 이 군을 처치하고 있는 장성욱 센터장
외상중환자실에서 이 군을 처치하고 있는 장성욱 센터장

보호자는 “병원에 도착하는 순간까지도 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하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정말 믿기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막상 외상센터에 들어서니 마치 우리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모든 것이 척척 진행됐다”며 “그날 의료진이 제자리에 있어주지 않았다면 아이는 지금 이곳에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보호자가 가장 기억하는 순간은 아이의 상태가 나빠졌던 어느 날이다. 장성욱 충남권역외상센터장은 아이의 상태가 너무 악화되어 어쩌면 선택의 순간이 올 수 있다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리고 아이를 바라보며, 가족이 어떠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자신은 의료인으로서 나름의 치료를 끝까지 하겠다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보호자는 “그 모습을 본 순간 오히려 더 안심이 됐다”며 “아이를 환자 이상의 존재로 대해주고 있다는 진심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장 센터장의 세심한 설명도 보호자에게 큰 힘이 되었다.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이 군을 직접 볼 수 없었던 보호자는 의료진의 설명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는 “보호자는 상태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하다. 그런데 장 교수님은 단순히 ‘좋습니다, 나쁩니다’가 아니라 치료 계획과 수치 변화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셨다”며 “그 덕분에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텨야 할지 가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 센터장과 함께 이 군을 치료했던 충남권역외상센터 이석원 교수는 여러 차례 큰 수술을 겪은 이 군의 건강을 걱정해 간절제술 대신 매일 아침 간농양을 주사기로 빼가며 상태를 확인했다고 한다. 바쁜 와중에도 해외 논문까지 찾아가며 이 군을 위해 무엇이든 해주려고 애쓰는 모습에 가족들은 절망이 아닌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군 역시 중환자실에서 섬망 증세를 겪으며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지만, 그 속에서도 장 센터장과 이 교수에게서는 설명할 수 없는 안정감이 느껴졌다고 한다. 그는 “모든 사람이 낯설고 무서웠는데, 두 교수님은 믿을 수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기억했다.

현재 이 군은 학원 수업 참여, 친구들과 운동 등 대부분의 일상생활을 회복했다. 내년 고등학교 재입학을 준비하며 축구도 즐기고 있으며, “다시 받은 생명, 헛되이 살지 않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의료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보호자는 편지를 마무리하며 “우리 가족에게 단국대병원은 기적을 만들어준 곳”이라며, “그날 우리 아들을 살려주신 모든 의료진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단국대병원은 앞으로도 지역사회 중증외상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전문화된 치료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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