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PC방 주택가 활개
성인PC방 주택가 활개
  • 편집국
  • 승인 2006.06.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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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전북대 주변의 한 성인PC방.

문을 열자 자욱한 담배연기가 코를 찌른다. 커다란 칸막이 안에서 연신 뿜어나오는 담배연기와 한숨소리, 간간이 터져나오는 욕설이 뒤엉켜 있었다.

이날 새벽 프랑스와의 짜릿한 무승부로 온 나라가 들썩거리고 있었지만, 성인 PC방은 마치 다른 세상처럼 컴퓨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직원이 빈 자리로 안내를 한 후 눈치를 살핀다. “게임 하시게요?”고개를 끄덕이자, 굳은 표정으로 “2만원부터”라고 알려준다.

돈을 건네자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적힌 메모지를 건넨다. 컴퓨터에 로그인을 하자, 포커 화면이 나오고 아바타 아래에 ‘2만링’이라고 적혀있다. 비스듬한 자세로 담배를 피우며 게임을 하던 옆좌석 남자가 지갑을 꺼내면서, “여기, 10만”이라고 소리쳤다.

서너 게임을 했을까. 충전했던 링이 순식간에 ‘0’으로 바뀌었다. ‘자산=0’이 된 화면을 1분간 쳐다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사이에도 실내 곳곳에서 “10만”, “5만”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PC방 입구에서 만난 최모씨(28·취업준비생)는 “일주일전 쯤에 궁금하기도 하고, 머리도 식힐 겸해서 왔다가, 벌써 50만원 정도를 잃었다”며 “처음엔 시내 한복판에서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지만, 지금은 잃은 돈을 만회할 생각밖에 안 든다”고 한숨지었다.

도박이 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유형도 서너명이 골방에서 은밀하게 즐기던 고스톱이나 도리짓고땡 같은 아날로그 방식에서 최근에는 성인오락실과 성인PC방 등 디지털·대형화되고 있다.

전북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1월 21일부터 올해 2월 20일까지 불법 성인오락실 173곳을 적발하고, 이 가운데 업주 2명을 구속하고 15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성인오락실의 숫자도 계속 늘어 도내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 게임제공업으로 등록된 성인게임장은 전주 102곳과 군산 90곳 등 582곳으로 지난 2004년보다 50여곳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PC방의 변태격인 성인PC방은 설립 때 신고의무도 없어 현재 몇 개가 운영되고 있는지 파악조차 안된다.

전주지검 형사3부는 19일 성인전용 PC방에 불법 도박 프로그램을 설치, 운영한 혐의(도박개장)로 김모(31)씨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4월 24일부터 최근까지 전주시 서신동에 PC방을 차려놓고 도박게임인 속칭 ‘라스베가스’를 내려받아 손님들이 도박으로 딴 사이버머니를 상품권·현금으로 바꿔주면서 수수료 10%를 떼는 수법으로 수천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경은 지금까지 성인PC방과 관련해 도박장 개장 혐의로 30여명 이상을 입건하는 등 하루 걸러 불법 PC방을 적발하고 있지만, ‘대박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준다”며 시내 곳곳에 뿌려지는 개업전단지는 오히려 늘고 있다.

김종두 한국PC문화협회 전북지부장은 “전주시의 경우 약 400개의 PC방이 영업 중인데, 이 가운데 10% 가량이 전문 도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은밀한 방법으로 환전을 하거나, 단속정보를 입수해 교묘히 법망을 벗어나가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곳에서 도박영업을 하고 있는지 파악조차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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