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빚에 대한 남편의 책임
아내의 빚에 대한 남편의 책임
  • 편집국
  • 승인 2006.06.2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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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와 아내의 여고 친구인 양모씨 부부는 10여년 전부터 이웃에 살면서 우연히 알게 되어 가끔씩 식사도 같이 하고 친하게 지내왔다. 양씨는 2년전 쯤 남편이 실직하자 보험설계사 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양씨의 남편은 실직의 고통이었는지 사람을 피하고 우리 부부와의 식사자리도 꺼리는 등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하더니, 얼마 후에는 집에만 틀어 박혀 바깥활동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던 중 양씨의 남편은 우울증 등의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고, 약 8개월 정도 병원생활을 했다.

그런데 최근 아내로부터 양씨가 이혼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걱정하는 소리를 들었고, 그 이야기 중 아내가 양씨에게 남편의 병원비와 아이들 학비 등으로 300만원, 200만원 등 조금씩 서너차례 총 1200만원을 빌려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들리는 바에 의하면 양씨는 우리말고도 여기저기서 조금씩 돈을 빌린 것 같으며, 가진 재산이라고는 양씨의 남편 명의로 되어 있는, 현재 살고 있는 연립주택 한 채가 있다는 것. 우리도 넉넉지 않은 형편이라 양씨가 이혼하기 전에 다만 얼마라도 받고 싶은데, 양씨 명의의 재산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남편 명의의 재산에서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있을까? 

민법상 부부사이에는 일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한도 내에서 서로간에 법률행위의 대리권이 있고, 또 부부의 일방이 일상의 가사에 관해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는 다른 일방도 이러한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이 있다. 즉, 부부 일방의 법률행위로 인한 채무에 대해 부부 모두가 공동으로 책임을 지게 된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법률행위가 일상가사에 관한 법률

행위에 속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 민법은 이에 관한 명백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판례는 그 기준에 관해 "일상의 가사에 관한 법률행위라 함은 부부의 공동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통상의 사무에 관한 법률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그 구체적인 범위는 부부공동체의 사회적 지위·직업·재산·수입능력 등 현실적 생활상태 뿐만 아니라 그 부부의 생활장소인 지역사회의 관습 등에 의하여 정하여지나, 당해 구체적인 법률행위가 일상의 가사에 관한 법률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법률행위를 한 부부공동체의 내부사정이나 그 행위의 개별적인 목적만을 중시할 것이 아니라 그 법률행위의 객관적인 종류나 성질 등도 충분히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기준에 비추어 본다면, 일용품이나 식료품, 연료와 의복류, 가구 등 생활필수품의 구입, 수도·전기·전화요금 등 공과금의 납부, 의료비, 오락비, 자녀의 양육과 교육비 지급, 자녀의 혼수품의 구입, 공동생활에 필요한 금전의 차용 등은 일상가사의 범위 내의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거액의 돈을 빌리는 행위, 계와 관련된 채무, 남편 소유 부동산의 매각·담보제공행위·가등기행위, 채권의 포기, 신원보증 등의 행위는 일상가사로 보기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부부의 일방이 이러한 '일상가사의 범위를 넘는'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도 상대방이 '일상가사의 범위 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일반거래의 안전을 위해 다른 일방에게도 이에 대한 연대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그 예로 남편이 아내와 수년간 별거하면서 아내에게 인감도장과 부동산등기권리증, 위임장 등을 보관시켰는데 아내가 이를 이용해 남편의 대리인으로서 부동산에 담보설정을 한 경우 남편은 이에 대한 책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한다.

▲ 이인상 변호사
위 사례에서 양씨가 남편의 병원비와 아이들의 학비 조달 목적으로 아내로부터 여러차례에 걸쳐 총 1200만원을 차용한 행위는 일상가사행위로 볼 수 있으므로 양씨의 남편도 함께 이를 변제할 연대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즉, 돈을 빌려간 것은 양씨이지만 양씨의 남편 명의로 되어 있는 재산에 대하여 가압류 절차를 취하고 양씨와 양씨의 남편을 연대채무자로 하여 대여금 소송을 제기하여 빌려준 돈을 변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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