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일상적인 LED 조명만으로 물질 내부의 복잡한 구조를 3차원으로 시각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 연구팀이 서울아산병원, 고려대 연구팀과 빛의 간섭 현상 없이 물질의 3차원 광학 지문을 복원하는 '비간섭 유전체 텐서 단층촬영(iDTT)'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기존 기술(DTT)이 가졌던 레이저 간섭계의 고질적 문제인 스펙클(노이즈)과 진동 민감성을 근본적으로 해결했다는 데 있다.
박 교수팀은 지난 2022년에도 세계 최초로 유전체 텐서 단층촬영 기술을 선보인 바 있는데, 이번 연구에선 LED 광원을 채택해 측정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특히 벽돌처럼 세 방향이 모두 다른 복잡한 '이축 이방성' 성질까지 정밀하게 읽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에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대형 인프라의 소형화’에 있다.
그간 고도의 3차원 이방성 측정은 국가적 대형 시설에 의존해야 했으나 이제는 일반 연구실의 책상 위 현미경만으로도 동등한 수준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액정 입자의 분자 배열 시각화는 물론 대장 조직의 섬유화 현상을 염색 없이 관찰하는 데 성공했으며 서로 다른 결정 물질이 섞인 경우에도 화학 분석 없이 빛에 대한 반응만으로 자동 구분해내는 성능도 확인했다.
적용 가능한 분야도 전방위적이다. 재료과학부터 반도체, 제약, 생의학에 이르기까지 광학적 특성이 중요한 모든 산업 분야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전망이다.
실용화 단계에서는 반도체 공정의 결정립·접합부 3D 검사기, 제약사의 의약품 다형체 자동 분류기, 병원의 무염색 조직 분석기 등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이는 공정 효율성을 높이고 오진율을 낮추는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박 교수는 “이번 iDTT는 대형 시설이나 파괴적 분석에 의존하던 이방성 측정을 소형 광학 현미경으로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비파괴 정밀 분석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은 실용화를 위한 과제도 명확히 했다. 그 3대 핵심 과제로 ▲인라인 검사 수준의 ‘측정 속도’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 ▲분야별 이방성 지문 데이터베이 축적 ▲비전문가도 운용 가능한 양산형 장비로의 발전을 꼽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