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어두운 도로 위에서 물과 아스팔트를 구분하지 못하던 기존 센서의 한계를 넘어 자율주행과 의료 진단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차세대 비전 기술이 등장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화학공학과 서준기 교수 연구팀이 빛의 진동 성질인 ‘편광’ 정보를 활용해 최적의 동작 상태를 스스로 찾아 조절하는 ‘자기 재구성’ 편광 센서 배열 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현재 대부분의 이미지 센서는 빛의 밝기 정보만을 감지한다. 이 때문에 물체의 방향성이나 표면 구조, 3차원 형태를 정밀하게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특히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AI 시대에 센서에서 획득한 방대한 데이터를 외부 프로세서로 보내 처리하는 기존 구조는 에너지 소모와 속도 측면에서 큰 걸림돌이다.
이에 연구팀은 센서 단계에서 편광 정보를 인식하고 동시에 연산까지 수행하는 ‘인-센서 컴퓨팅’ 구조를 구현했다.
특히 결정 방향에 따라 빛에 대한 반응이 달라지는 텔루륨(Te)과 이황화레늄(ReS₂)을 결합한 ‘이종구조’를 활용해 단일 소자에서 상반된 편광 감도를 동시에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의 가장 큰 차별점은 ‘자기 재구성’ 기능이다. 기존 기술은 전기적 제어를 통해 센서 특성을 조절해야 했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별도의 외부 전압 없이 빛의 세기나 파장, 방향 등 광 자극만으로 센서의 응답 특성을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센서를 대면적 어레이 형태로 구성해 실험한 결과 야간 주행 환경 및 의료 영상 분석 등에서 95% 이상의 높은 인식 정확도를 기록했다. 복잡한 연산 과정 없이도 다차원 광학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 기술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야간이나 저대비 환경의 물체 인식 성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의료 분야에서 세포의 미세한 구조적 특성을 분석해 진단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궁극적으로는 별도의 고성능 프로세서 없이 센서 자체에서 AI 연산을 수행하는 초저전력 지능형 비전 시스템으로의 확장이 기대된다.
연구팀은 향후 향후 실용화를 위해 소자의 대면적 집적과 어레이 수준의 신호 처리 구조 설계하고 실제 환경에서의 장기 안정성 확보를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서준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저전력·고효율 AI 시스템 구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