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연, 뇌 구조 퇴행 밝힐 ‘안구추적’ 마커 규명
한의학연, 뇌 구조 퇴행 밝힐 ‘안구추적’ 마커 규명
  • 이성현 기자
  • 승인 2026.06.23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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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구추적 기반 경도인지장애 뇌 구조·네트워크 변화 탐지 모식도
안구추적 기반 경도인지장애 뇌 구조·네트워크 변화 탐지 모식도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정상적인 노화와 치매 사이의 중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 상태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뇌 구조 변화를 안구추적(Eye-tracking) 기술을 통해 조기에 포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한의학연구원(KIOM)은 김중일 박사 연구팀이 안구추적 기술을 활용해 인간의 눈 움직임과 동공 반응이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발생하는 알츠하이머병 관련 뇌 구조 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음을 규명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알츠하이머 및 치매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 학술지인 ‘알츠하이머 리서치 앤 테라피’에 게재됐다.

현재 임상에서 사용하는 문답식 인지검사는 기억력 저하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지만 뇌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신경 조절이나 초기 구조 변화를 정밀하게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정상 인지 노인 516명과 경도인지장애 노인 212명 등 총 728명의 대규모 피험자 집단을 구축하고 안구추적 검사 데이터와 고해상도 뇌 MRI 데이터를 융합해 정밀 분석을 시도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화면에 나타난 표적을 그대로 쫓는 ‘정방향 과제’와, 자동적으로 쏠리는 시선 이동을 의도적으로 억제하고 표적의 정반대 방향을 바라보아야 하는 ‘역방향 과제’가 무작위로 교차하는 ‘혼합형 정방향-역방향 안구운동 과제(IPAST)’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눈이 움직이는 속도와 매번 반응 시간이 달라지는 변동성, 자극에 따른 동공 크기의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해 대뇌피질 두께 감소 및 뇌실 확장 등 뇌 위축 상태와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단순히 '눈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가'보단, 과제를 수행할 때 ‘반응 시간이 얼마나 일정하지 않은지(변동성)’와 ‘동공이 얼마나 크게 흔들리는지’가 초기 뇌 위축 상태를 훨씬 더 예리하게 반영했다.

특히 경도인지장애 환자군에서는 정상 노인과 비교했을 때 뇌의 구조적 위축과 눈·동공 신호 간의 연결 고리가 완전히 뒤바뀌는 ‘뇌 제어 축의 붕괴 및 과부하(과보상) 현상’이 관찰됐다.

정상 노인의 경우 생각과 실행을 통제하는 전두엽 등 대뇌피질이 두껍고 건강할수록 눈 움직임이 일정하고 안정적(양의 상관관계)이었지만,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은 전두엽 신경망이 손상되면서 뇌가 얇아질수록 오히려 눈 움직임의 변동성이 불규칙해지는 등 제어 능력이 완전히 거꾸로 무너지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동공 반응 특성에서는 치매 초기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내측 측두엽(해마 포함 영역)’과 주의력 집중의 핵심 허브인 ‘상변연회’의 위축 여부에 따라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정상인은 뇌 피질 두께와 동공 변화 사이에 아무런 연관이 없었지만,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은 뇌 구조가 얇아질수록 동공 반응이 급격히 저하됐다. 흥미로운 점은 아직 뇌 두께가 간당간당하게 유지되고 있는 초기 단계의 환자들의 경우 동공이 비정상적으로 과하게 커지거나 심하게 흔들리는 현상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는 손상된 뇌 기능을 극복하고 주어진 시선 과제를 어떻게든 완수하기 위해 환자가 남아있는 뇌 영역을 무리하게 가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뇌의 비효율적 과부하 작용’이 동공을 통해 투영된 결과라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연구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는 수 밀리초(ms) 단위의 빠른 안구 운동(신속보기)과 상대적으로 느리게 움직이는 동공 반응의 시간 차이 때문에 기준선을 안정적으로 잡기가 극히 까다로웠다.

연구팀은 시선 이동이 개시되기 직전의 고요한 미세 구간을 정밀 트래킹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단 한 번의 IPAST 과제 수행만으로 안구 운동과 동공 반응 지표를 동시에 완벽히 추출해 내는 데 성공했다.

김중일 박사는 “이번 연구는 안구추적 기술이 단순한 시각 반응 측정을 넘어, 치매로 진입하기 전 대뇌 피질과 뇌간을 잇는 조절 신경망의 초기 기능 저하를 정밀하게 포착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정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구추적 검사는 검사 장비가 간편하고 피검자의 신체적·심리적 부담이 거의 없어 선별 검사로서 가치가 매우 높다”며 “향후 알츠하이머뿐만 아니라 노화와 관련된 다양한 질환으로 연구 대상을 확대해, 질환별 인지 변화를 정밀하게 예측하는 한국형 치매 조기 탐지 스크리닝 플랫폼을 완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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