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인간의 언어처럼 동물의 몸짓과 움직임 속에 담긴 숨은 의미를 단어처럼 읽어내고 해석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뇌인지과학과 김대수 교수 연구팀이 동물의 움직임을 체계적인 언어로 변환해 정밀 분석하는 AI 플랫폼 ‘비헤이버트(BehaVERT)’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기존의 동물 행동 분석 프로그램들은 동물의 움직임이 ‘공격’인지 ‘탐색’인지 단순히 분류(Labeling)하는 수준에 그쳤고 AI가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과정을 설명하지 못하는 ‘블랙박스’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연어 처리(NLP)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구글의 인공지능 모델 ‘BERT’를 도입했다.
생쥐의 코, 귀, 척추, 꼬리 등 주요 골격의 좌표 데이터를 단어에 해당하는 ‘토큰(Token)’으로 생성한 뒤 트랜스포머 모델에 학습시켰다. 이를 통해 AI는 동물의 연속적인 움직임을 문맥 속에서 이해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행동이 가지는 생물학적 의미를 스스로 해독할 수 있게 됐다.
비헤이버트의 가장 놀라운 점은 사전에 생물학적 지식을 전혀 학습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질병 모델 생쥐의 미세한 이상 행동을 스스로 포착해냈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자폐증 유전물질(Shank3B)이 결손된 생쥐와 정상 생쥐의 행동 데이터를 주입하자 AI는 두 개체를 완벽히 구별해냈다.
특히 AI가 판정 과정에서 가장 집중해 들여다본 구간을 역추적한 결과 자폐 모델 생쥐가 다른 생쥐와 ‘입과 입을 맞대는 접촉’을 하는 시간이 극도로 짧다는 점을 스스로 찾아냈다. 이는 자폐 생쥐가 상대에게 다가가는 접근 행동은 정상적이나 실제 사회적 교감에는 결함이 있다는 기존 행동신경과학계의 정설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설명이다.
또 비헤이버트는 내부 가상 공간에 행동의 특성을 ‘이동성’, ‘사회적 관여’ 등의 축으로 정렬해 정량화함으로써 단순 통계 분석을 넘어 ‘설명 가능한 뇌과학’의 신지평을 열었다. 이 모델은 사회적 상호작용, 3차원 움직임 등 5가지 국제 표준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세계 최고 성능을 모두 갈아치웠다.
이번 연구는 제1저자인 신승재 박사를 비롯해 논문에 참여한 연구진 전원이 컴퓨터공학이 아닌 바이오(생명과학) 전공자들이라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매일 마주하는 방대한 동물 행동 데이터의 의미를 풀기 위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직접 독학해 현장에 최적화된 모델을 설계해 냈다.
김대수 교수는 “비헤이버트는 단순 분류를 넘어 행동의 심층적 의미까지 이해하는 행동 파운데이션 모델”이라며 “자연어에 GPT가 있다면 동물 행동 분석에는 비헤이버트가 표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쥐나 다른 동물 종으로 학습 영역을 넓혀 신약 후보 물질 스크리닝, 우울증·조현병·파킨슨병 등 정신 및 운동 질환 연구의 속도와 재현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연구팀은 전 세계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실험에 사용할 수 있도록 비헤이버트 모델과 웹 기반 라벨링 도구를 모두 무상으로 공개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