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전기로 반응시켜 에틸렌 등 기초 산업 원료로 전환하는 ‘이산화탄소 환원 기술’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구리 촉매의 새로운 작동 원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그동안 단순한 불순물로 여겨져 제거 대상이었던 나트륨 이온이 촉매의 핵심 고활성 부위를 안정화해 전환 성능을 끌어올리는 ‘숨은 조절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세계 최초로 규명된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은 포항공과대학교 최창혁 교수, 고려대학교 김세호 교수, 경희대학교 신혜영 교수 공동 연구팀이 구리 촉매 내부에 침투한 전해질 유래 나트륨 이온이 촉매의 고활성 부위를 안정화해 이산화탄소 전환 성능을 높이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촉매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 학술지 ‘네이처 카탈리시스(Nature Catalysis)’에 지난 6일 자로 게재됐다.
이산화탄소 환원 기술은 탄소중립 실현과 재생에너지 저장을 위한 차세대 핵심 기술로 꼽힌다. 특히 산화물 유래 구리 촉매는 이산화탄소 환원 반응성이 매우 우수해 오랜 기간 연구돼 왔으나 반응 과정에서 구조와 조성이 매우 복잡하게 변해 성능이 향상되는 정확한 원인을 원자 수준에서 찾아내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촉매 자체에만 집중했던 기존 연구 틀에서 벗어나 전해질 이온의 역할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산화구리가 전기화학적으로 환원되며 구조가 재배열되는 과정에서 전해질 속에 있던 미량의 나트륨 이온이 촉매 표면을 넘어 내부 수십 나노미터 깊이의 결함(결정립계)에 포획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보통 화학 공정에서 불순물은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되지만 재료과학에서는 미량의 불순물이 물질의 성질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 순수한 철에 소량의 탄소를 섞어 단단한 강철을 만들거나, 실리콘에 미량의 원소를 넣어 반도체의 전기적 성질을 조절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연구 역시 촉매 내부에 침투한 소량의 나트륨 이온이 촉매 성능을 높이는 결정적 스위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팀이 이번 비밀을 풀 수 있었던 열쇠는 첨단 분석 기법에 있다.
산화물 유래 구리 촉매는 대기 환경에서 매우 쉽게 변질되는 특성 탓에 정밀 분석이 까다로웠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반응 직후의 시료를 급속 냉각해 극저온 상태로 보존한 뒤 원자들의 종류와 위치를 3차원으로 분석하는 ‘극저온 원자탐침단층촬영법’을 도입해 촉매 변질을 막고 미세 구조를 정밀하게 포착했다.
아울러 반응 실시간 라만 분광분석과 계산화학을 매칭한 결과, 촉매 결함에 갇힌 나트륨 이온이 내부의 잔류 산소와 상호작용하며 이산화탄소 환원 반응에 가장 중요한 ‘1가 구리 양이온(활성 구리종)’을 오랜 시간 파괴되지 않게 안정적으로 유지해 준다는 큰 그림을 완성해 냈다.
기존 학계가 촉매 성능 향상의 원인으로 잔류 산소, 결정립계, 1가 구리종 등을 각각 독립된 요소로 설명했던 한계를 ‘나트륨 불순물’이라는 핵심 연동 고리로 묶어 규명해 낸 셈이다.
최창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촉매 내부에 침투한 나트륨 이온이 활성점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원자 수준에서 최초로 증명한 데 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실제 산업 공정에서 요구되는 대형 전극 및 높은 전류 운전 조건에서도 이러한 미량 불순물 기반 활성점을 안정적으로 유도하는 촉매 설계 기술을 고안해 이산화탄소 자원화의 실용화와 탄소중립 산업화에 기여하겠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