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우리 아이 말이 너무 느린 건 아닐까?”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고민이다.
아이들마다 발달 속도가 제각각이다 보니 단순히 또래보다 말이 조금 늦다고 해서 곧바로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표준화된 검사에서 하위 10퍼센트 이하에 해당하거나 연령별 발달 이정표에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인다면 ‘언어 발달 지연’을 의심해 봐야 한다.
언어 발달 지연의 원인과 연령별 경고 신호, 그리고 조기 개입의 중요성에 대해 대전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채민지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언어 지연, 원인은 세 가지…단순 언어 지연과 전반적 발달 장애 구분해야
채민지 교수는 언어 발달 지연의 원인을 크게 신경발달학적 요인, 청각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 세 가지로 설명한다.
우선 뇌 발달 과정과 관련된 선천적 신경발달학적 원인이다.
이는 단순 언어 지연에 그치기도 하지만, 인지발달 저하나 사회성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도 많다.
다음은 선천성 난청이나 반복적인 중이염으로 인한 청각적 원인이다. 소리를 정확히 듣지 못하면 말을 배우기 어렵기 때문에, 언어 지연 진료 시 청력 검사를 병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상호작용 부족이나 과도한 미디어 노출 등 언어 자극이 결여된 환경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채 교수는 “언어는 알아듣는 ‘수용 언어’와 표현하는 ‘표현 언어’로 나뉘는데, 하나만 느릴 수도 있고 둘 다 지연될 수도 있다”며 “단순히 말만 늦는 것인지 전반적인 발달 문제인지를 정확히 구별하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월령별 ‘경고 신호’…이 시기 놓치면 전문 진료 받아야
언어 발달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보통 생후 9~12개월에는 이름에 반응하고 간단한 지시를 알아들으며 돌 무렵 첫 단어를 뗀다.
18개월에는 20~50개의 단어를 구사하고, 두 돌(24개월)이 되면 “물 줘”, “엄마 가”처럼 두 단어를 조합한다.
채 교수가 제시한 연령별 ‘언어 발달 경고 신호’는 12개월에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거나 손가락으로 가리키는(포인팅) 행동이 전혀 없을 때, 18개월엔 구사할 수 있는 단어가 단 하나도 없을 때, 24개월엔 표현할 수 있는 단어 수가 50개 미만일 때, 36개월엔 짧은 문장을 만들지 못할 때 등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재활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정밀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영유아 검진 활용법과 정밀 검사 체계
국내 영유아 건강검진의 ‘한국형 영유아 발달 선별검사’는 언어 지연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제도다.
다만 채 교수는 부모들의 검사 임하는 태도에 대해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채 교수는 “설문지를 작성할 때 ‘아마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추측이 아니라, ‘실제로 아이가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를 기준 삼아 엄격하게 체크해야 진단이 늦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만약 검진에서 ‘심화 평가 권고’ 소견이 나왔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병원에서는 연령에 따라 SELSI(영유아 언어 발달 검사), PRES(취학 전 아동 언어 검사), LSSC(학령기 언어 검사) 등을 진행해 수용·표현 언어 수준을 수치화한다.
필요에 따라 인지 검사나 자폐 스펙트럼 검사도 함께 시행하여 아이의 전체적인 발달 양상을 종합 분석한다.
만 2~5세 ‘민감기’ 골든타임…치료 시기 놓치면 학습·사회성에 악영향
치료가 결정되면 언어치료사가 아이의 발달 수준에 맞춰 단계별 치료를 진행한다.
발화가 없는 아이에게는 어휘 이해와 음절 모방을 유도하고, 단어 조합이 안 되는 아이에게는 놀이나 역할극을 통해 자연스럽게 어휘와 문장 구조를 확장해 나간다.
특히 채 교수는 만 2세에서 5세 사이를 치료의 골든타임으로 꼽았다. 이 시기는 뇌의 '신경 가소성'이 가장 활발한 민감기로 적절한 자극과 개입이 이루어지면 치료 효과가 매우 빠르게 나타난다.
반면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후유증은 만만치 않다. 언어는 모든 학습의 기초이므로 학령기 학습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생각을 말로 표현하지 못해 생기는 또래와의 갈등이 누적되면 사회적 위축이나 행동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채민지 교수는 끝으로 부모들을 향한 따뜻한 조언을 남겼다.
채 교수는 “아이를 다그치거나 타인과 비교하는 것은 부모의 불안을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할 뿐"이라며 "걱정할 시간에 아이와 눈을 맞추고 한마디라도 더 기다려 주며 따뜻하게 반응해 주는 것이 필요라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의심되는 신호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전문의를 찾으시길 바란다"며 "조기 발견과 빠른 개입이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가장 확실한 열쇠”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