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김용우 기자] 대전 중구의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김제선 중구청장이 ‘주민주권’과 ‘중구다움’을 앞세워 원도심의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김 청장은 원도심 공동화와 초고령화라는 중구의 구조적 문제를 단순한 개발이나 복지 확대만으로 풀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낙후된 원도심에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하는 ‘역진적 투자’와 주민이 직접 지역 문제를 결정하는 주민주권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성심당과 한화생명볼파크를 중심으로 형성된 방문객 흐름을 골목상권으로 확산시키고, 대흥동 야장과 뿌리축제 등 일상 속 문화 콘텐츠를 통해 ‘사람이 머무는 중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김 청장은 지난 17일 <충청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도시의 경쟁력은 화려한 건물이나 거대한 예산이 아니라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이 안전해지고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데 있다”며 “주민이 직접 동네의 문제를 정의하고 대안을 만들어가는 주민주권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히 원도심 균형발전을 위해 ‘균형발전 인지적 예산’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단순히 어느 지역에 예산이 얼마나 투입됐는지를 넘어 실제 투자 효과와 균형발전 기여도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변화를 예고했다. 성심당권역 상권활성화 사업과 골목형 상점가 확대를 통해 특정 점포에 집중된 소비를 주변 골목으로 확산하고, 청년 크리에이터와 민간의 자율적인 콘텐츠 생산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대흥동 야장과 관련해서는 기존 점포와 상생할 수 있도록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방안도 제시했다. 축제 역시 관 주도의 대형 행사에서 벗어나 민간의 팝업과 작은 축제가 일상적으로 이어지는 ‘일상의 축제’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다음은 김제선 중구청장과의 일문일답.
Q. ‘주민주권도시’를 강조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도시인가.
“주민을 단순한 행정의 수혜자가 아니라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보는 도시입니다.
지역사회 문제를 행정이 일방적으로 해결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주도하지 않으면 지역 문제를 풀기 어렵습니다.
복지와 생활 문제뿐 아니라 AI 대전환(AX) 같은 미래 변화에도 주민이 함께 도시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주민의 생각이 정책이 되고 주민 간의 대화가 대안이 되는 도시가 주민주권도시입니다.”
Q. 원도심인 중구의 균형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도시 이중화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재정적 접근입니다.
인구가 줄고 경제 기반이 취약한 원도심에 일반적인 비용·편익 분석을 적용하면 투자 타당성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낙후된 지역에는 계속 투자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원도심에는 ‘역진적 재정 투자’가 필요합니다. 낙후된 지역에 더 투자해 격차를 줄이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도시균형발전조례 제정도 필요합니다.
재정은 ‘균형발전 인지적 예산’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시 예산이 어느 지역에 얼마나 투입됐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그 투자가 어느 지역에 어떤 효과를 냈고 균형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해야 합니다. 이런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원도심 문제를 구조적으로 풀 수 있습니다.”
Q. 원도심의 경쟁력을 ‘중구다움’에서 찾고 있다.
“서울의 성수동이나 홍대 같은 곳을 무분별하게 따라가는 아류가 돼서는 안 됩니다.
중구에는 이미 역사와 문화, 골목의 삶이라는 자산이 있습니다. 도시의 결핍을 단점이 아니라 독보적인 장점으로 바꾸는 것이 ‘중구다움’입니다.
도시 경쟁력은 화려한 콘크리트 빌딩이나 거대한 예산 투입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이 안전해지고 배제되지 않으며 존엄성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도시가 경쟁력 있는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Q. 성심당과 한화생명볼파크 등 인지도가 높은 자원을 주변 상권과 어떻게 연결할 계획인가.
“중구는 성심당을 중심으로 연간 1000만 명 이상이 찾는 디저트 여행지가 됐고, 한화생명볼파크 개장으로 야구 원정팬들의 방문도 늘었습니다.
하지만 특정 점포에만 소비가 집중되거나 일회성 방문에 그쳐서는 골목경제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성심당권역에는 5년간 100억 원을 투입하는 상권활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베이커리 창업과 청년 크리에이터를 연계하고 팝업스토어와 골목형 체험관광을 확대하겠습니다.
골목형 상점가도 중구 전역으로 확대해 성심당권역의 활력을 다른 골목으로 확산시키겠습니다.
지방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하기보다는 민간이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행정이 뒷받침하는 구조를 만들겠습니다.”
Q. 최근 대흥 야장 등 원도심 활성화 사업에 대한 평가는.
“사람을 원도심으로 끌어들이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유명 가수를 부르는 것만이 콘텐츠는 아닙니다. DJ 공연과 야장, 빵맥로드처럼 원도심에서 새로운 즐길거리를 만들면 ‘한번 가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야장과 기존 상권이 함께 살아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야장을 또 개최한다면, 운영 방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야장에 테이블만 놓고 음식은 기존 점포에서 조리해 주문하면 가져다주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대기 문제도 개선해야 합니다. 대기표나 모바일 대기 시스템을 활용하면 시민들이 주변 카페나 상점을 이용하면서 기다릴 수 있습니다.
사람을 끌어오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소비가 주변 상권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Q. 앞으로 중구 축제는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일상의 축제’가 있는 도시를 만들고 싶습니다.
관이 주도하는 대형 축제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민간에서 다양한 팝업과 작은 축제, 게릴라성 이벤트를 만들고 공공은 마중물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가야 합니다.
성심당이나 야구장처럼 사람들이 찾는 매력 요소에 문화 콘텐츠를 연결해 원도심 자체가 활성화되는 구조를 만들겠습니다.
중구의 강점과 자산을 찾아 키우는 것이 결국 원도심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될 것입니다.”
Q. 올해 뿌리축제에서 달라지는 점은.
“‘효’에만 머물지 않고 ‘뿌리’라는 개념을 다양하게 확장하려고 합니다.
뿌리는 성씨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가족의 뿌리뿐 아니라 해외 동포, 독립운동 등 우리의 역사와 정체성을 찾는 것도 모두 뿌리입니다.
하나의 소재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하는 ‘원소스 멀티유즈’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젊은 세대도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주민들이 직접 즐기고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하겠습니다.
17개 동 주민들이 참여하는 윷놀이와 문중 행사, 깃발 퍼레이드 등 참여형 프로그램을 확대해 단순히 보는 축제가 아니라 주민과 방문객이 직접 누리는 축제로 만들겠습니다.
결국 축제도 주민이 주인이 돼야 합니다.”
Q. 재정이 한정된 상황에서 민선 9기 핵심사업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했나.
“중구는 필수경비와 사회복지비가 전체 예산의 80.8%를 차지할 정도로 재정 구조가 열악합니다.
그래서 행정의 편의나 숫자로 성과를 보여주는 대형 토목사업보다는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 이해당사자의 일상 불편을 해결하는 데 예산을 우선 투입하고 있습니다.
핵심 원칙은 ‘당사자 중심주의’와 ‘주민 참여를 통한 숙의 민주주의’입니다.
17개 전 동 주민자치회를 단계적으로 전면 실시하고 동별 2억 원씩 총 34억 원 규모의 주민특화사업비 편성·집행 권한을 주민들에게 돌려드리겠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중구 예산 전체의 편성과 우선순위 결정에도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Q. 고령화 대응은 어떻게 추진하나.
“어르신에게 단순히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외로움과 고립, 존엄성 상실까지 살펴야 합니다.
경로당을 단순한 여가공간이 아니라 온마을 통합돌봄과 이웃 교류의 거점으로 재설계하겠습니다.
거점별 통합돌봄지원센터를 구축하고, 어르신 일자리도 자원순환이나 마을환경 정비와 연계해 사회적 역할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까지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공영장례와 사전장례주관자 지정제, 유품 정리 서비스 등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Q. 대전시와 중구가 반드시 조율해야 할 현안은.
“첫째는 중구 숙원사업의 정상 추진입니다.
대전시 전체 재검토 사업비 가운데 59.9%인 1조433억 원이 중구 사업에 집중돼 있습니다. 안영생활체육시설단지 2단계와 보문산 수목원, 산성동 복합체육관, 탑골근린공원 등은 이미 토지보상과 공정이 진행된 만큼 정상 추진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도시균형발전조례입니다. 신도심 중심의 투자 편중에서 벗어나 원도심에 공공시설과 재정을 우선 투입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필요합니다.
셋째는 야구장 주변 주민 불편입니다. 관람석 증설과 함께 소음과 주차 문제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교통수요관리와 주차 인프라 확충, 주민과의 소통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Q. 개청 50주년을 맞았다. ‘중구의 새로운 50년’을 한 문장으로 선언한다면.
“거대하고 화려한 아스팔트와 고층건물이 아니라 오래된 골목에 새로 설치된 태양광 표지병처럼, 큰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주민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주민 스스로 현실로 만들어가는 ‘주민주권도시 중구’입니다.”
Q. 임기 마지막 날 주민들에게 “이것 하나는 해냈다”고 말하고 싶은 성과는.
“제 이름은 기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주민들께서 ‘구청장으로 있을 때 우리 손으로 우리가 사는 동네를 바꾸는 결정을 직접 할 수 있게 된 것이 정말 좋았다’고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17개 동 주민자치회 전면 실시와 동장 주민추천제, 동별 2억 원 주민특화사업비, 주민참여예산 확대를 통해 주민의 생각이 정책이 되고 주민 간 대화가 대안이 되는 구조를 만들겠습니다.
다른 도시를 흉내 내지 않고 결핍까지 자원으로 바꾸는 ‘중구다움’을 다음 세대에 남기겠습니다.”
Q. 중구민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도시를 바꾸는 진정한 힘은 행정청사가 아니라 주민 여러분의 일상과 삶터에서 나옵니다.
민선 9기 중구에서는 구민 한 분 한 분이 우리 동네의 문제를 결정하고 바꿔가는 진짜 주인이 되는 주민주권도시를 만들겠습니다.
주민이 주인이 되는 행복한 중구의 미래에 따뜻한 동행으로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