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기다리는 공간
청소년을 기다리는 공간
  • 글 사진 성수진
  • 승인 2014.03.2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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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화카페 24/7

지난해 11월, 중구 석교동 알짬마을 어린이 도서관 한쪽에 청소년 문화카페 24/7이 문을 열었다.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함께하고 싶다는 뜻에서 카페 이름을 청소년 문화카페 24/7(이하 24/7)이라고 지었다. 놀 곳이 마땅치 않아 직접 24/7을 만든 청소년들은, 일주일에 하루, 토요일 오전 11시에서 오후 3시까지 카페 문을 연다.
▲ 박민하, 김수연, 신정용, 신의용


놀기 위해 만든 공간
24/7을 운영하는 친구들은 김수연(17), 신정용(17), 신의용(16), 박민하(15) 현재 총 네 명이다. 김수연, 박민하 양이 한 팀, 신정용, 신의용 군이 한 팀을 이루어 번갈아 가며 한 주씩 24/7을 지킨다. 24/7을 설명하려면 교육 공동체 한뼘더와 알짬마을 어린이 도서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2005년 만든 알짬 마을 어린이 도서관에 모인 사람들을 중심으로 2010년에 마을학교인 교육 공동체 한뼘더를 만들었다. 원래 교육공동체 한뼘더에는 초등 과정밖에 없었는데, 한뼘더에서 공부하던 아이들이 중학교에 진학하며 계속 다니게 해달라는 요청에, 중등 과정을 만들었다. 따로 프로그램을 두지 않고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중등 과정을 운영했다. 그런 과정에서 24/7을 만들게 됐다.

“청소년이 편하게 놀 공간이 없었어요. 카페를 만들어 그 안에서 많은 것을 하고 싶었어요.”

넷 사이에서 가끔 잔소리하며 큰언니 같은 역할을 하는 김수연 양의 이야기다. 석교동에 사는 아이들은 놀고 싶어도 놀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늘 불만이었다. 청소년 여럿이 모여 있는 게 불량스런 느낌을 주는지, 놀이터나 운동장에서 놀다가 쫓겨나기도 했다. 아이들은 놀 때면 주로 은행동으로 나갔다. 카페라도 한 번 가려면 용돈에서 많은 부분을 지출해야 했다.

작년 2월, 카페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처음 나왔고 천천히 준비해 지난 11월에 24/7 문을 열었다. 2013 대전형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되어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어른들이 함께 돕는 형태로 진행했다. 청소년 아이들을 청년 멘토 김솔이 씨가 주도적으로 도왔다.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공간
24/7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다. 24/7을 만든 아이들은 24/7에서 스스로 놀 거리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1월 11일부터 테마를 정해 24/7을 운영한다. 1월 11일은 전기 절약의 날, 1월 18일은 R&B만 듣는 날, 1월 25일은 자유롭게 자는 날, 2월 8일은 평범한 보통 날, 2월 15일은 영화 보는 날, 2월 22일은 사색의 날로 정해 날마다 다른 테마로 카페를 운영했다.

24/7에서는 기타 수업을 진행한다. 더불어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24/7 이름으로 진행한다. 마을기업 박람회에 참여했고, 서울과 제주도를 여행했다. 서울 여행은 24/7 운영 방안을 고민해 보는 여행이었다. 청소년 문화 공간인 소나무길 삼무곡 카페 등을 들러 24/7이 나아갈 방향을 함께 생각했다.

아이들이 만들고 싶은 24/7은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와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이다. 네 명 아이들은 24/7에서 놀 거리를 만들며, 24/7만의 청소년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최근에는 ‘사람 교과서’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아이들이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의견을 내, 어른들이 도와 매달 첫째 주 토요일에 연사를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자리다.

“석교동에는 놀 거리가 없거든요. 24/7에서 하고 싶은 게 많아요. 그런데 적극성이 떨어져서 못하고 있는 게 많아요.” 박민하 양은 무엇보다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하고 덧붙였다. 24/7에서 다른 친구들과 재밌게 놀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지만, 아직은 다른 친구들에게 24/7은 생소한 존재다.

가능성과 한계를 깨닫는 공간
24/7 아이들의 멘토인, 교육 공동체 한뼘더 김수경 대표를 아이들은 ‘물안경’이라고 부른다. 이름이 ‘수경’이라 ‘물안경’이라고 아이들은 웃으며 말한다. 김수경 대표는 아이들이 24/7을 운영하며 바뀐 것을 실감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변화는 일정 부분 한계를 내포하는 성장이었다.

24/7을 만들기 전에 아이들은 4절지에 24/7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써 나갔다. 그리고 24/7을 운영하며 다시 한 번 4절지에 하고 싶은 것을 적었다. 이때는 하고 싶었던 것의 절반쯤을 비워냈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차이를 인식하게 된 것이다.

처음 일곱 명 아이들이 함께 시작한 24/7. 지금은 세 명이 그만두고 네 명만 남았다. 토요일마다 시간을 내 24/7에 나와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거라고 김수연 양은 말한다. 지금 24/7을 운영하는 네 명도 자주 카페 오픈 시각을 지키지 못한다. 재정 운영도 직접 하지만, 현재 ‘돈통’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이런 네 명을 바라보는 멘토 김수경 대표는 가끔 속이 탄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가능성을 알기에 기다리며 지켜본다.

“어른들이 도왔다면 카페 여는 데 걸리는 시간도 더 짧았을 거예요. 최대한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끔 지켜보고 있어요. 생각보다 시간이 훨씬 길게 걸렸지만요. 아이들 눈과 어른들 눈은 다르다는 걸 깨달아 가고 있어요.”

24/7을 운영하는 네 명의 아이들은, 또래 아이들과 비교하면 많은 것을 경험한다. 우연히 24/7을 접한 아이들은 ‘정말 우리가 이렇게 할 수 있어?’ 하며 묻는다. 24/7을 운영하는 네 명의 아이들은 ‘물론이지.’ 하고 말한다.

24/7에 관심 있는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와서 함께 이야기 나누고 놀 수 있다.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무작정 24/7을 찾아가면 된다. 어떻게 더 많은 친구와 함께할 수 있을지 아이들은 답을 내렸다. 신의용 군은 “홍보를 더 해야 해요.”라고 말하고, 김수연 양은 “좀 더 따뜻한 분위기로 만들어 사람들이 겁먹지 않고 왔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이제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신정용 군의 마음은 남다르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24/7을 매번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특히 청소년들이 편하게 와서 놀다 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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