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받은 대전시민들의 과제
복 받은 대전시민들의 과제
  • 홍세희 기자
  • 승인 2006.07.31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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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요? 먹을 물이 없어 고생하고 설거지도 못하는 판에 무슨 샤워를 합니까.”

얼마전 강원도 인제 수해 현장을 찾았던 모 방송사 취재기자는 수해현장 주민들의 건강이 걱정돼  ‘샤워는 하느냐’고 물었다가 되레 면박만 당했습니다. 비가 그치고 열흘 넘게 씻지 못해 피부병에 걸린 그 아주머니는 화장실이 물에 잠겨 사용할 수 없는 점이 가장 불편하다고 말합니다.

집이 떠내려갔다는 또다른 아주머니는 안방 벽 한쪽만 남겨진 집 터를 찾고는 울음을 터뜨립니다. 자식들 사진이라도 찾겠다며 흙더미를 손으로 파헤쳐 보지만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허벅지에 새까만 멍이 커다랗게 든 딸은 어머니가 물에 떠내려가 죽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자신은 커다란 바위에 부딪쳐 살 수 있었지만 나무를 붙잡고 있던 어머니는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하루아침에 생(生)과 사(死)를 넘나드는 사람들은 다름아닌 우리 이웃입니다. 어쩌면 피해자가 ‘나’와 ‘우리가족’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피해 지역과 주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룻밤 사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입니다.

거의 매년 수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가뭄과 홍수는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자연재해(自然災害)라지만 이번 수해는 인재(人災)라고들 합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하루 이틀씩 미뤄둔 제방 쌓기, 수리하지 않은 채 방치한 수문 등으로 농작물들이 침수된 일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수해 현장마다 공사현장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입니다만, 그렇더라도 이번엔 제대로 고쳐야겠습니다. 조금만 더 안전에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인다면 이번처럼 큰 피해는 입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이번 수해도 쉽게 잊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다시 수해가 나면 그때 또 과거의 아픈 기억들을 되새기겠지요. 이번 수해로 ‘대전이 복받은 지역’이라 많이들 생각하셨을 겁니다. 언제나 그렇듯 ‘자연재해도 비껴가는 살기좋은 대전’이라고 말입니다.

대전에 살고 있는 우리는, 복 받은 곳에 사는 대신 수해를 겪은 주민들에게 그 복을 조금씩 나눠주는 건 어떨까요. 이 자리에서의 만족보다는 ‘나눔’의 미덕이 필요한 때 이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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