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노는 검·경 전산망, 민원인만 골탕
따로노는 검·경 전산망, 민원인만 골탕
  • 편집국
  • 승인 2006.08.0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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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벌금냈지만 경찰서는 조회안돼 여권발급 지연..2009년 전산망 통합때까지 불편 계속
검찰과 경찰의 전산망이 연동되지 않아 구청에 여권 발급 신청을 한 많은 사람들이 신원조회를 위해 직접 경찰청과 검찰 청사를 오가는 불편을 겪고 있다.

검찰에 벌금 냈지만 경찰 신원조회하면 '미납'

회사원 김 모(43)씨는 3주전 영등포구청에 여권신청을 했다가 신원조회에 문제가 있으니 서울 지방경찰청에서 확인을 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며칠 뒤 김 씨는 직접 경찰을 방문했고 경찰은 벌금을 내지 않은 기록이 나타났다며 이번에는 검찰로 가 확인해 보라고 했다.

하지만 김 씨는 4년전 노조활동으로 벌금형을 선고 받은 뒤 사건이 종결된 2003년에 벌금을 납부한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김 씨는 검찰로 가서 증명원을 받아야 했고 그러는 사이 여권발급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당시 김씨와 같이 노조활동을 하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회사 동료들 상당수도 같은 경험을 했다.

모 정당에서 일하는 정 모(36)씨 역시 지난 2004년 5월 결혼식을 앞두고 반년 전 종결된 사건 때문에 여권이 발급되지 않아 경찰과 검찰은 오가다 신혼여행을 못갈 뻔 했다.

정씨는 "당시 신혼여행을 취소하는 문제로 집사람하고도 심하게 다투고 양가 어른들께도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어 상당히 힘들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벌금형 전력있으면 경찰, 검찰 오가는 불편 감수해야

민원인이 여권발급을 신청하면 자동으로 구청에서는 경찰에 신원조회를 의뢰한다. 그때 벌금미납자나 현행범, 수사대상인 경우에는 신원조회에서 걸러지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경찰에서는 검찰에서 담당하는 벌금납부 내역을 확인할 수 없고 다만 벌금형이 선고됐다는 사실만 확인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과거에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벌금을 냈더라도 신원조회에 걸려 해당 지방경찰청으로 가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을 방문해 벌금납부증명원을 받아 또 다시 경찰에 제출해야 하는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4/4분기에 벌금을 납부하고도 신원조회 문제가 발생해 서울 중앙지검을 찾은 민원인만 5백여명에 이른다.

전국적으로는 한해 5천여 명이 넘는 민원인이 벌금납부와 관련한 신원조회를 위해 구청과 경찰, 검찰을 오가고 그 기간만큼 여권발급이 지연되는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동안되는 검경 전산망이 불편 주범

경찰에서 벌금의 액수를 확인하는 것도 경찰의 신원조회시스템으로 조회하는게 아니라 검찰에서 보급해준 검찰 단말기를 통해 가능한다.

그런데 검찰 측에서 경찰에 검찰의 정보를 일부만 볼 수 있게 해놨기 때문에 경찰로서는 검찰단말기를 가지고 있더라도 벌금납부내역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십수년 전 검찰과 경찰이 각각의 전산망을 구축하면서 서로 연동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초기 전산망 구축 당시의 문제라 하더라도 인터넷 하나로 세계 곳곳의 정보를 볼 수 있는 마당에 벌금납부 내역같이 간단한 사항도 서로 확인할 수 없어 민원인이 각 기관을 왔다 갔다해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2009년에야 통합형사사법망 도입

오는 2009년 검찰과 경찰, 법원이 참여하는 통합형사사법망이 구축되면 이같은 민원인들의 불편은 어느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하지만 앞으로 2, 3년 동안은 민원인들이 이같은 불편을 계속 겪어야 된다는 말이다.

물론 사법, 수사기관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전산망 통합이 민감할 수 있지만 민원인들은 "똑같은 문제를 십수년이나 방치해온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법을 위반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점에서 1차적인 책임은 민원인에게 있지만 이에 합당한 처벌을 받은 뒤에도 과거의 잘못으로 또 다시 수사기관을 드나들어야 한다는 것은 민원인으로서는 큰 불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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