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사법'..비리 법조인 수사 급물살
'고개숙인 사법'..비리 법조인 수사 급물살
  • 편집국
  • 승인 2006.08.0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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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관행 前 부장판사 등 3명 구속 수감..영장발부 판사 "참담한 심정으로 처리했다"
전직 부장판사와 검사 등이 구속된 이번 법조비리는 법과 양심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사법부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법조브로커 김홍수씨 비리에 연루된 나머지 법조인들에 대한 수사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브로커로부터 사건청탁과 관련해 금품을 받은 전직 고등법원 판사와 검사, 경찰서장 등 3명이 8일 구속됐다.

개인비리 혐의로 차관급인 전직 부장판사가 구속된 것은 사법사상 처음이다. 영장이 발부돼 서울 성동구치소에 구속수감된 사람은 전직 부장판사인 조관행씨와 역시 사건이 불거지자 사표를 낸 김영광 전 검사, 민오기 총경 등이다.

구속된 조관행씨는 후배판사 앞에서 구속여부를 심리받았고 결국 자신이 실형을 선고한 피고인들과 감옥살이를 함께 할 처지에 놓였다.

구속영장에 따르면 조 전 판사는 구속된 피의자의 보석이나 영업 정지처분 해제, 골프장 사업권 소송 승소 등 민ㆍ형사, 행정소송을 통틀어 다양한 사건의 청탁과 함께 1억3천여만원에 이르는 금품을 받았다.

대표적 사례를 보면 조 전 판사는 지난 2002년 브로커 김홍수씨로부터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원에 자신의 회사 여직원 오빠가 `카드깡'으로 구속돼 있는데 보석으로 풀려나도록 담당 판사에게 힘써달라는 청탁을 받는다.

결국 해당 피의자는 보석으로 풀려났고 석달 뒤 조 전 판사는 김씨로부터 3천만원짜리 이란산 카펫 두장과 1천만원짜리 식탁, 쇼파 세트 등 7천만원어치의 고급 물품을 건네 받았다.

김영광 전 검사는 자신이 직접 담당한 사건과 관련해 뇌물을 받았는데 지난해 1월 변호사법 위반혐의를 받고 있던 김씨로부터 선처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검사실 운영비 명목으로 1천만원을 받았다.

민오기 총경은 지난해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을 하면서 브로커 김씨의 청탁으로 수사를 하고 종결하면서 3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 前 부장판사 "돈 받았지만 대가성 없다" 혐의 부인

조 전 부장판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의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때로는 혐의내용을 조목조목 따지며 검찰과 맞섰다.

조 전 판사는 검찰이 3천만원짜리 카펫을 선물받은 경위를 추궁하자 "모른다니까"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또 기소되면 자살할 생각을 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고 감정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 돈을 받기는 했지만 댓가성이 아니었다는게 조 판사와 변호인의 주장이었다.

한편 민오기 총경도 3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부인했고, 1천만원을 받은 김영광 전 검사만 순순히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발부 판사 "참담한 심정으로 처리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이상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참담한 심정으로 이 사건을 처리했다"며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민이 많았음을 털어놨다.

이판사는 "과연 김홍수씨의 진술을 믿을 수 있는지, 또 조 전 부장판사도 나름대로 억울한 면은 있다고 생각되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히 적용했다"고 말했다.

조 전 판사를 비롯해 구속된 3명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는 8일 오전 10시30분에 시작돼 무려 10시간이 넘도록 진행된 전례가 없는 마라톤 실질심사였다.

남의 죄의 유무와 경중을 따지는 판사를 구속한다는 것 자체가 사법의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게 됐지만 영장을 기각할 경우 겉잡을 수 없는 비판여론과 그로 인한 위상추락을 막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법원도 영장을 발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비리 연루 다른 법조인 수사 급물살 타나

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법조비리 사건의 핵심 피의자 3명이 구속됨에 따라 이 사건에 연루된 또 다른 법조인들에 대한 수사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핵심증인인 김홍수씨의 진술과 계좌추적결과 등 검찰의 수사내용이 법원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구속수감된 조 전 부장판사와 김영광 전 검사, 민오기 총경 등 3명 외에 현재 법조인 5,6명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일선 법원 근무 당시 브로커 김씨로부터 현금 1천만원 등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K씨와 2천여만원의 금품 수수 의혹이 있는 부장검사 출신 P모 변호사 등이 핵심 수사대상이다.

검찰은 영장이 발부된 3명의 피의자와 혐의가 입증된 또 다른 법조인 등에 대해서는 이달 말까지 수사를 마무리한 뒤 일괄 기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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