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토마토] 대전 아트시네마 강민구 대표 인터뷰
[월간토마토] 대전 아트시네마 강민구 대표 인터뷰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5.10.14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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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 대한 추억 꺼내며 영화 본질적 힘 언급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 중 한 편을 선택한다. 시간에 맞춰 극장에 가고, 표를 끊고, 자리에 앉아 의자의 감촉을 느낀다. 새까만 영화관에서 커다란 화면으로 영화를 보고 듣는다. 손을 꼭 움켜쥐었다가 풀기도 하고, 쫄밋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았다가 쓸어내리기도 한다.

▲ 강민구 대표
때로는 담담히 시간을 보내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야 비로소 울컥 눈물이 나 한참 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하기도 한다. 두 시간 남짓,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 동안 영화가 우리에게 줄 수도 있는 경험이다.

영화관, 기억과 추억 사이

강민구 대표의 기억 속 극장은 모두 다른 모습이다. 대전극장, 고려극장, 동화극장, 평화극장, 아카데미극장, 그리고 지금 건물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신도극장까지 대동천과 대전천 주변에 많은 영화관이 있었다.

기억하는 옛날 영화관은 건물도, 내부 모습도, 관 수도, 모두 달랐다. 우리가 생각하는 영화를 상영하는 곳은 보통, 백화점과 같은 대형 상업시설 꼭대기 층에 있다. 그는 우리와는 조금 다른 ‘극장’에 관한 추억을 가지고 있었다.

“신도극장이 무너질 때 기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추억이에요. 예전에 거기에서 부모님과 송대관 쇼를 보던 기억이 있어요. 고려극장은 중학교 때 한참 다니던 곳이에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신도극장처럼 완전히 부수는 경우는 많이 없었어요. 대전극장도 아직 건물 자체는 남아 있잖아요. 소제교 근처에 있던 고려극장은 유통회사 창고로 쓰인대요.”

▲ 10주년 포스터

영화를 좋아하던 소년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자랐다. 영화를 공부하면서 시네마테크 운동을 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좋은 영화를 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품고 직접 극장을 만들었다.

2006년 4월 21일, 대전아트시네마가 문을 열었다. 햇수로 10년 동안 1,500여 편의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했다. 한 번 자리를 옮겼고, 두 번째 옮긴 곳이 대전 동구 중동의 지금 자리다. 강민구 대표가 2006년부터 지금까지 대전아트시네마를 운영한다.

영화로 하는 경험

“영화에 대한 원형적인 경험을 한다는 건 영화관에서만 가능한 일이에요. 영화는 공간감이거든요. 큰 스크린과 소리를 경험한다는 건 영화적 경험이라고 하잖아요. 물론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도 있지만,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영화에 나오는 장면의 공간을 느끼게 하는 게 영화예요. 모든 예술 장르를 총합해서 만드는 거죠. 거기에서 특별히 한 부분만 떼어내서 이야기한다는 건 말이 안 돼요. 집에서 영화를 본다는 건 줄거리만 본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죠.”

영화를 경험한다는 건 두 시간 남짓 영화 안으로 들어가 체험을 한다는 것이며, ‘영화관’에서 더 극적으로 다가온다. 10년, 대전아트시네마가 그곳에 드나들던 사람들에게 영화가 주는 경험을 선물한 시간이다. 대전아트시네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기억을 준다.

눅눅한 냄새와 낡은 의자의 감촉, 영화관 곳곳을 돌아다니는 고양이 린투, 어쩐지 쓸쓸한 분위기를 내뿜는 사람들을 본다. 언제 개봉했는지 알 수 없는 영화들, 덕지덕지 붙은 포스터, 오래된 영사기는 기억에 추억을 더한다.

“딱히 어떤 사명감이 있었다기보다는 좋아서 한 거예요. 작년부터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예술영화관 운영지원 사업에서 제외되면서 어려워지기는 했지만 조금씩 방법을 찾는 중이에요.”

지역에 몇 남지 않은 예술영화전용관은 모두 운영난을 겪는다. 대표적으로 대구 동성아트홀이 올 2월 폐관을 결정했다가 3월, 극적으로 재개관했다.

재개관은 대구에서 오랫동안 병원을 운영한 김주성 원장이 기존 예술영화관의 성격과 시설, 운영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조건으로 영화관을 인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구는 좋은 사례로 남았지만, 다른 지역 예술영화관들은 지원금이 없는 상태에서 여전히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2014년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이 끊기고 같은 해 9월 경남 거제아트시네마가 폐관했다. 강 대표 역시 대전아트시네마의 지속적인 운영을 고민했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기로 했다. 2015년 10월 10일부터 열흘 동안 10주년을 맞이해 영화제를 연다.

<극장전: Part 1 꽃의 왈츠>

대전아트시네마 10주년 기념 영화제에 맞춰 만들고 있는 <극장전: Part 1 꽃의 왈츠>는 강민구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여름의 시작인 6월, 대전아트시네마 게시판에서 제작 스태프와 출연 배우를 모았다. 한창 여름이 기승을 부리는 7~8월 영화를 찍었다.

가을의 초입인 9월 편집을 시작했다. 강 대표가 영화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동안 강 대표와 대전아트시네마를 응원하던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였다. 포장마차 신을 찍을 때는 SNS에서 소식을 보고 온 지인들이 출연을 핑계로 자리에 앉아 한바탕 회포를 푸는 바람에 어떻게 찍었는지 모르게 시간이 지나갔다.

“제가 영화를 찍는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나름대로 즐기는 분위기가 있더라고요. 포장마차가 바글바글했어요. 출연한다는 핑계로 모여서 축제 분위기로 즐겼어요. 나중엔 청소까지 깨끗이 하고 가서 주인이 아주 좋아했어요. 다음에 또 와서 찍으라고 하더라고요.”

<극장전: Part 1 꽃의 왈츠>는 10월 10일, 대전아트시네마 10주년 기념영화제 개막식 첫날에 공개된다. 극장 개봉을 목표로 만들고 있으며, 이후에는 다른 지역의 예술영화관도 하나의 콘텐츠로 다루고 싶다.

“요즘은 대부분 상업영화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독립영화를 만들어요. 그러다 보니까 지역을 고민하는 친구들은 더더군다나 없죠. 지역을 고민하는 영화도 만들어지지 않고요. 대전아트시네마는 이제 CGV 아트하우스에서는 하지 않는 고민을 할 때예요.

자본주의를 욕할 게 아니라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생각한다는 거죠. 그게 지역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어쨌든 우리가 발 딛고 선 곳이잖아요. 지역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서 영화 하고 싶은 사람들이 대전에서도 뭔가 할 수 있는 발판이 되도록 하는 거예요.

직접 만들고, 출연하는 그런 영화 말이에요. 영화가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많아요. 다른 곳에 지역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고, 지역 문제를 널리 퍼뜨려서 공론화할 수도 있고요. 영화를 만드는 건 대전아트시네마가 처한 현실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위기를 탈피할 방법으로 선택한 거예요.

생각보다 많은 분이 도와주셨어요. <극장전: Part 2>도 계획하고 있어요. 이것 역시 극장에 관한 추억으로 만들 생각이에요. 다른 지역 극장들에도 하나씩 추억이 있을 거예요. 지역 문화예술영화관은 그냥 영화관이 아니라 누군가의 추억이 있는 극장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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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10일부터 19일까지 대전아트시네마 10주년 기념 영화제 <시네마: 영화 혹은 영화관>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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