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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어느 작가는 ‘하루하루를 별일 없이 사는 것이 기적’이라고 설파했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다고 느껴질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리며 행복이 크고 극적인 것에 있는 게 아니라 사소한 일상 속에 있다고 스스로를 경계한다. 아무것도 아닌 일상에서 주는 행복이야말로 모래 속에서 사금(砂金)을 발견하는 일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반짝이는 한 알의 금가루로 인해 모래밭이 모두 가치 있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종종 우리는 인생을 긴 항해에 비유하곤 한다. 거친 비바람이 부는 날이 있는가 하면 또 때론 고요한 바다 한가운데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긴 여행 동안 나의 작은 돛단배를 말없이 지켜준 사람이 바로 아내가 아니던가. 하지만 늘 그랬던 건 아닌 것 같다.
아이들 낳아 키우고 교육하면서 부딪힌 적이 어디 한 두 번 일까? 수 십년을 같이 살면서 서운하고 미웠던 경우를 셀 수나 있을까? 똑같은
사람이라도 바라는 게 많을 땐 부족한 것만 눈에 보이기 마련이며, 처한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건 당연한 이치리라.
굽이치는
소용돌이를 함께 돌아온 지금에 와서야, 흔들림 없이 믿어주며 곁에서 함께 노 저어준 아내야말로 진정한 동반자라는 걸 이제는 알겠다. 그저 곁에
있다는 존재감만으로도 서로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말이다.
스물다섯, 내 인생의 봄은 갔다고 어느 시인은 읊었다. 이 계산법에 의한다면 나는 이제 수확의 계절, 가을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길어진 노년이라는 겨우살이는 현재를 살아가는 나 자신을 비롯한 우리 모두에게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평균수명을 80세로 볼 때 항해의 사분의 일에 해당하는 20년 이상의 기나긴 노후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노후, 평온한 인생의 마침표를 찍기까지 국민연금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연금지급시점부터 생존해 있는 동안 물가상승분을 반영하여 매월 꼬박꼬박 지급되는 국민연금. 우리 인생의 항해가 끝나는 날까지 국민연금은 언제나 곁에 있어주는 변함없는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어느새 노릇한 파전을 구워와 먹기를 권하는 아내처럼….
유재룡
국민연금관리공단 대전지역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