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동반자
내 인생의 동반자
  • 편집국
  • 승인 2006.09.0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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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오후, 널찍하게 신문지를 펴놓은 아내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냉장고 어느 한 귀퉁이에서 나왔을 법한 콩나물이며 끝이 무른 쪽파 따위들. 곁에 앉아 일주일간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쏟아내며 능숙한 솜씨로 솎아내는 아내의 손마디를 보다 한마디 얹으려던 잔소리를 내려 놓는다. 작년 12월부터 대전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주말부부도 벌써 9개월째인 셈이다. 아내에게 남편의 부재는 게으름을 ‘선사’한 모양이며, 식구들이 모이는 주말에야 비로소 바삐 찬거리를 준비하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리라. 행복한 일상이다.

일본의 어느 작가는 ‘하루하루를 별일 없이 사는 것이 기적’이라고 설파했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다고 느껴질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리며  행복이 크고 극적인 것에 있는 게 아니라 사소한 일상 속에 있다고 스스로를 경계한다. 아무것도 아닌 일상에서 주는 행복이야말로 모래 속에서 사금(砂金)을 발견하는 일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반짝이는 한 알의 금가루로 인해 모래밭이 모두 가치 있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종종 우리는 인생을 긴 항해에 비유하곤 한다. 거친 비바람이 부는 날이 있는가 하면 또 때론 고요한 바다 한가운데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긴 여행 동안 나의 작은 돛단배를 말없이 지켜준 사람이 바로 아내가 아니던가. 하지만 늘 그랬던 건 아닌 것 같다. 아이들 낳아 키우고 교육하면서 부딪힌 적이 어디 한 두 번 일까? 수 십년을 같이 살면서 서운하고 미웠던 경우를 셀 수나 있을까? 똑같은 사람이라도 바라는 게 많을 땐 부족한 것만 눈에 보이기 마련이며, 처한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건 당연한 이치리라.
굽이치는 소용돌이를 함께 돌아온 지금에 와서야, 흔들림 없이 믿어주며 곁에서 함께 노 저어준 아내야말로 진정한 동반자라는 걸 이제는 알겠다. 그저 곁에 있다는 존재감만으로도 서로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말이다.

스물다섯, 내 인생의 봄은 갔다고 어느 시인은 읊었다. 이 계산법에 의한다면 나는 이제 수확의 계절, 가을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길어진 노년이라는 겨우살이는 현재를 살아가는 나 자신을 비롯한 우리 모두에게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평균수명을 80세로 볼 때 항해의 사분의 일에 해당하는 20년 이상의 기나긴 노후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노후, 평온한 인생의 마침표를 찍기까지 국민연금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연금지급시점부터 생존해 있는 동안 물가상승분을 반영하여 매월 꼬박꼬박 지급되는 국민연금. 우리 인생의 항해가 끝나는 날까지 국민연금은 언제나 곁에 있어주는 변함없는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어느새 노릇한 파전을 구워와 먹기를 권하는 아내처럼….


유재룡 국민연금관리공단  대전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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