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망치는 안티스파이웨어
컴퓨터 망치는 안티스파이웨어
  • 편집국
  • 승인 2006.09.0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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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스파이웨어 방지 프로그램으로 성능만 나빠져, 네티즌 불만 고조
컴퓨터에 깔린 악성 스파이웨어와 에드웨어를 잡아준다던 안티 스파이웨어 프로그램들이 무분별하게 사용자의 컴퓨터에 깔리면서 실제로는 악성프로그램 못지않은 피해를 주고 있다.

회사원 최모(25, 여) 씨의 컴퓨터에는 언제부턴가 ‘스파이킵’이라는 안티 스파이웨어 프로그램이 깔렸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 각종 사이트와 블로그 등에 들어갔을 뿐이었는데 동의도 없이 이 프로그램이 깔린 것.

그런데 최 씨는 이 프로그램 때문에 짜증나는 일이 한 둘이 아니다.

컴퓨터를 켜는 것과 동시에 시도 때도 없이 컴퓨터에 침투한 스파이웨어를 잡아준다는 팝업창이 뜬다. 또, 스파이웨어 삭제를 위해서는 결제를 해야 한다며 온라인 결제를 요구하는 팝업창 역시 수시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팝업창이 뜨고나면 컴퓨터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고 때로는 에러메시지가 뜨면서 인터넷이나 워드프로세서에서 작업하던 내용이 모두 날아가 버리기 일쑤라는 것.

게다가 다른 프로그램같이 컴퓨터 제어판의 ‘프로그램 추가/삭제’ 기능을 통해서도 이 프로그램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최 씨는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해 레지스트리 검색을 통해 일일이 스파이킵과 관련한 파일을 다 지우고 나서야 지긋지긋한 안티 스파이웨어 프로그램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최 씨는 ‘스파이킵’ 이야기가 나오자 “동의도 안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프로그램이 깔렸다. 삭제하기도 힘들고 컴퓨터 속도도 너무 느려져 업무에 차질이 많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최근 이 스파이킵과 백신코리아 등 각종 안티 스파이웨어 프로그램이 난립하면서 이들 업체에 대한 네티즌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실제로 각종 포탈사이트에는 이들 프로그램이 동의도 없이 깔렸다며 이에 대한 불만은 물론 삭제방법을 묻는 글들이 수 백 건씩 게재돼 있다.

그럼에도 해당업체들은 이에 대해 사용자가 보안수준을 낮게 설정해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일 뿐 보안수준만 적절히 돼 있다면 다 동의를 구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다른 인터넷 사이트나 카페 등에서 우리 프로그램을 홍보해 주기 위해 그 곳을 방문하면 깔리게 되는 것이고 정보통신부 규정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고 해명했다.

현재 정통부가 파악한 안티 스파이웨어 프로그램 업체만 해도 50여개.

정통부 관계자는 “이 가운데 훌륭한 프로그램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은 영세업체에서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스파이웨어와 구분이 되지 않는 프로그램도 많이 있다”며 “얼마전에는 이들 프로그램들끼리 서로 스파이웨어로 인식해 컴퓨터 내에서 상대 프로그램을 삭제해 소송이 걸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로서는 이들 안티 스파이웨어 프로그램은 물론 스파이웨어 자체에 대한 단속 법규가 없는 상태라는 것.

이에 따라 안티 스파이웨어 프로그램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소비자보호원과 정통부에 끊임없이 접수되고 있지만 이들 기관에서는 “컴퓨터 보안수준을 높이라”는 조언을 해 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현재로는 안티 스파이웨어 프로그램나 스파이웨어나 구분이 잘 안되는 상황”이라며 “이에 대한 규제 법규를 만드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안티 스파이웨어 프로그램들의 얄퍅한 상술로 인한 피해가 오히려 악성 스파이웨어로 인한 피해 못지않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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