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책 없는 학교폭력
대응책 없는 학교폭력
  • 편집국
  • 승인 2006.10.2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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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기획] 잇따른 학교폭력…학교측, 가해 학생에 적절한 조치 없어
매년 10월 24일은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우리 사회의 화해문화를 이루기 위해 시민단체가 정한 이른바 '애플데이', 사과의 날이다.

하지만 폭력사건이 발생하면 학교는 일단 쉬쉬하면서 미봉하는데 급급하고 가해학생을 선도하려는 노력 등도 부족해 학교폭력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충북 A중학교에서 폭력서클 학생 30여명이 후배 11명을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다 교사에게 적발됐다.

피해 학생 가운데는 갈비뼈가 부러져 전치 10주의 진단을 받은 학생이 있을 만큼 심각한 폭력 사건이었다.

그러나 학교측은 가해자들에게 교내 봉사 1주일의 처벌을 내렸을 뿐 피해자 보호 조치나 가해자에 대한 재발 방지 교육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 피해 학부모들은 자녀를 다른 학교로 전학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대전의 B 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한 학생이 어깨를 부딪쳤다는 이유로 상대 학생에게 주먹을 휘둘러 전치 3주의 부상을 입혔지만, 학교 밖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로 학교측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피해 학부모들은 전학을 고려하고 있다.

이처럼 크고 작은 청소년 폭력이 학교 안팎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 3월부터 한달 보름 동안 실시한 학교폭력 자진신고 기간 동안 접수된 신고건수만 2천3백여건, 만3천7백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천9백여건, 만5천5백명이 신고 접수된 바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이 불거졌을 경우 학교측의 대응은 여전히 소극적이어서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모두에게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다보니 피해를 입은 학생이 신변의 위협을 느껴 학교를 옮기는 일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북 청소년폭력예방재단 홍경숙 사무국장은 "대부분 피해자들이 전학을 간다. 8-90%가 피해자들이 알아서 전학을 가죠. 피해자들이 쫓겨나고, 2차적인 피해를 보는 거죠. 왜냐하면 학교 내에서 소문이 나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가해학생에게도 적절한 조치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별다른 죄의식 없는 학생들에게 잘못을 일깨워주고 다시는 폭력을 저지르지 않도록 이끄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대부분 학교들은 절차에 따른 징계 조치만 취하고 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장맹배 사업국장은 "대부분 치료적 차원보다는 처벌적인 차원에서 사회봉사, 전학 등으로 접근한다. 전학으로 조치되는 것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폭력에 대한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처벌만 내릴 경우 오히려 폭력 행위를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만드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대책협의회 봉혜경 사무국장은 "결과적으로 폭력학생이 학교에서는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잘못에 대해서 이게 정말 잘못됐다는 것을 근본적으로 알도록 해줘야 해요. 그러고 난 다음에 처벌을 해야죠" 라고 말한다.

결국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전문적인 상담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다.

하지만 학교가 직접 상담교육을 진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서울의 한 중학교 폭력담당 교사는 "담임과 수업을 맡은 교사가 폭력문제까지 처리하려면 너무 힘들다. 학교도 힘든 것을 알기 때문에 학교 폭력 업무를 한 선생님한테 2년 이상 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때문에 학교 외부의 전문 상담기관이 필요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현원일 학생생활국장은 "2차 상담기관으로서 지역 상담기관이 무료로 해줘야 한다. 지자체나 국가가 지원을 하거나, 기업의 도움을 받아 기금을 마련하거나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고 말했다.

그러나 폭력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학교들은 현재 있는 일부 상담기관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 송연숙 사무국장은 "지역사회와 학교가 신뢰를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아직은 잘 안되는 것 같다. 학교자체가 아직까지는 상당히 폐쇄적이에요. 우리도 자료집 꽤 보낸다. 그러나 하나도 배포되지 않는다. 학교에 배포해도 활용하지 않는다” 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학교와 지역 전문 상담기관이 협력해 폭력 사건을 원만하게 합의로 이끈 사례가 있어 주목된다.

지난 4월 전북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쌍둥이 형제가 인터넷 게임 아바타 거래 문제로 친구를 흉기로 수차례 찔렀다.

사건이 발생하자 학교측은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모두의 심리 치료를 위해 즉각 지역 상담기관에 도움을 요청했고, 학부모들 간의 합의도 이끌어 내 어느 학생도 전학을 가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까지 치료와 수업을 받고 있다.

전북 청소년폭력예방재단 홍경숙 사무국장은 "언론을 통해 먼저 세상에 알려진 사건을 교장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적응프로그램, 위기프로그램을 적용해서 상담도 하고. 지금도 아이들과 전체 아이들의 예방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뿌리뽑기 위해서는 학교와 지역 전문 상담기관의 유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폭력에 연루된 학생의 상당수가 가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만큼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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