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저에게 책을 많이 읽어서 좋겠다고 합니다.
매일같이 신문은 보고, 잡지를 보고 또 취재와 관련된 책들을 보니 말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제 하루 일과는 신문을 보는 것으로 시작하지요. 그런데 타인에게 비춰지는 것처럼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합니다. 제 주위를 둘러싼 책들 중에서 한 30% 정도 읽었을까요?
‘시간 내서 읽어야지…’ 하고는 먼지가 쌓일 때까지 방치해 두기가 일쑤입니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서점에 갑니다. 신간
제목이나 요즘 베스트셀러가 무언지 정도는 알아두어야겠기에 서점에 진열된 책 제목들을 쭉 훑어봅니다. 책 제목만 봐서 뭐햐냐구요? 물론 내용을
읽는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게으른 탓에 독서를 제대로 할 수 없을 땐 책 제목들만 눈여겨봐도 ‘지적인 대화’에 빠지지 않는답니다.
고교시절 문학담당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책 제목들을 갖고도 한 권의 책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아니? 한 권의 책을
집필하고 그 내용을 축약해서 제목을 뽑은 것이니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겠어? 글을 쓸 때 정 힘들거든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본 책 제목들을 떠올려
봐…”
매번 글을 쓰는 저도 원고보다 제목 뽑는 일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되는게 사실이니 선생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가을이 깊어갑니다. 무더웠던 여름엔 언제 가을이 오나 했는데, 어느새 두꺼운 외투가 그리운 계절입니다. 책 읽기 정말 좋은 계절이지요. 긴 추석 연휴 덕에 (일할 시간이 적어) 이리뛰고, 저리뛰고 유난히 힘들게 준비한 11월호. 마감이 끝났으니 전 이제 독서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려 합니다. 마감 후 일주일 정도는 그래도 여유를 만끽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은 점심 식사 후 서점에 들러야 겠습니다.
시간 되시면, 서점에서 만나실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