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과 무관한 증거자료 억지로 제공…"연말 실적올리려다 부풀려 발표했을 것" |
경찰이 조직폭력배 관련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실이 아닌 혐의 내용을 공개하고 사건과 관련
없는 증거자료를 제공하는 등 엉터리 수사발표를 한 사실이 CBS 취재결과 드러났다. 지난 2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모두 66억원 어치의 나이트클럽 지분과 철거공사권 등을 빼앗은 조직폭력배 ‘연합 수노아파’ 조직원 4명을 구속하고 42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19명의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쫓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 서울경찰청 '연합수노아파' 검거 증거자료 대부분 엉터리 = 하지만 CBS의 취재 결과 이는 엉터리 수사결과 발표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경찰은 2005년 2월 중반 수노아파 조직원 정모(35) 씨가 모 철거업체 대표를 협박해 공사포기각서를 받는 수법으로 수원시 매탄동의 28억원짜리 재건축 철거권을 빼앗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CBS가 입수한 철거공사 계약서 등에 따르면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철거업체 대표 J씨 측이 철거계약을 포기한 것은 3년 전인 2003년 12월이었다. 이미 포기한 철거권을 어떻게 15개월 뒤 또 다시 뺏길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또, 경찰이 현재까지 철거권을 빼앗겼다는 J씨 본인의 진술조서 조차 받지 못한 상황에서 무슨 근거로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확인도 되지 않은 혐의를 공개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경찰은 발표 당시 철거권을 뺏기 위해 동원된 조직폭력배들이라며 사진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3월에 재건축조합 주민들이 개최한 관리처분총회 사진으로 당시 동원된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성들은 조합을 구성한 주민들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이었다. 또, 이 사진은 철거권을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J씨 측이 찍어 경찰에 제공했으며 J씨 측 역시 3차례에 걸쳐 이 업체를 고용한 적이 있다. 용업업체 관계자는 "당시 정식 조합이 있었고 이를 반대하는 비대위 조합이 있어서 서로 충돌하고 있었다"며 "비대위 측에서 총회를 방해할 것 같으니까 우리를 고용했다"고 밝혔다. 결국 시기나 내용이 전혀 상관없는 사진을 조직폭력배들이 철거권을 빼앗기 위해 무력시위하는 증거라며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 피해자 주장만 듣고 반쪽 수사 = 경찰의 엉터리 수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수사결과 발표 당시 경찰은 인천의 모 나이트클럽 대표 이모 씨가 17억원어치의 나이트 지분을 조직폭력배에게 빼앗겼다고 밝혔다. 하지만 확인결과 경찰은 이 씨가 자신을 폭행하고 지분을 빼앗아 갔다고 밝힌 S씨는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경찰이 S씨와 고향 선후배 사이였던 이 씨 측의 주장만을 가지고 조직폭력배의 활동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 체포영장 남발= 또, 경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쫓고 있다던 조직원 19명 가운데 이모 씨와 박모 씨는 현재 버젓이 모 건설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특히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실을 안 이 씨와 박 씨가 지난달 말 자진해서 경찰에 조사를 받으러 왔지만 경찰은 이들을 체포하기는 커녕 담당 경찰관이 없다는 이유로 그냥 돌려보냈다. 범죄 혐의를 받고 있지만 도주할 우려가 있는 피의자에 한해서 발부받을 수 있는 체포영장을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그 자체가 명백한 법률 위반이다. 그밖에 경찰이 결과 발표 당시 구속했다고 밝힌 홍모 씨(28) 등 4명은 이미 지난 6월쯤 집행유예로 모두 풀려난 상태였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검찰 역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직폭력배 수사를 하며 중간발표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경찰이 발표한 내용 가운데 혐의가 입증된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왜 독단적으로 그런 발표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은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서두르다 보니 이 같은 실수가 발생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1년 넘게 제보자나 피해자의 진술은 확보해 왔지만 구체적인 증거확보는 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다보니 관련 사실들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사행성 게임업체 단속 등 쏟아지는 업무 속에 적은 인력으로 백여명에 달하는 조직폭력배를 수사하다보니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일선 서의 한 경찰관은 “연말이 다가오면 각종 실적을 보고해 괜찮은 사건은 홍보차원에서 언론에 공개하라는 등의 상부 지시가 내려오고 수사 당사자들도 진급 등을 이유로 이를 욕심내기 때문에 무리해서 실적을 부풀려 발표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날로 지능화, 기업화 되고 있는 조직폭력범죄. 이같은 엉터리 수사로 과연 조폭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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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조직폭력배 관련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실이 아닌 혐의 내용을 공개하고 사건과 관련
없는 증거자료를 제공하는 등 엉터리 수사발표를 한 사실이 CBS 취재결과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