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학계 "보수 세력의 사회적 양심 타락보는 것 같다" 비판 |
뉴라이트 진영인 '교과서포럼'이 5·16을 혁명으로 규정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를 공개하자 퇴행적
인식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등의 반론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CBS 단독 보도 후 논란 확산 = 교과서포럼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최종편집본이 공개되자역사학자는 물론 많은 학자들이 "문제가 있다"는 반론을 잇따라 제기하고 나섰다. 우선 역사학계의 반응은 "우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이번 교과서가 과연 정당한 학술적 검증을 거친 '역사'인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역사학계에서는 학술적으로 5.16을 혁명으로 표시할 연구성과가 뒷받침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즉 교과서포럼 측의 역사서술이 사실은 다양한 관점에서의 역사해석이 아니라 특정 정치 의도에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태균 서울대 한국학 교수는 "일부 세력들이 냉전체제의 왜곡된 역사인식으로 돌아가려 하기 때문에 이같은 교과서가 나왔다"고 해석했다. 박 교수는 "쿠데타에 대해 혁명으로 표시한 것에는 이것을 뒷받침할 연구성과가 없을 뿐 아니라 실제 정의에 맞지 않는 것을 붙임으로 역사 서술을 왜곡하고 있다. 정치적의도에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김세균 서울대 교수는 이같은 일이 "현재 한국 보수주의 세력의 역사적 의식과 사회적 양심의 타락을 보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김 교수는 "앞으로 이런 일에 대비해 현장 역사 교사들이 민주의식과 건전한 역사의식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다른 많은 교수들도 "이 책은 당시 군부집단의 입장에서 편향적으로 기술한 것"으로 "과거 주류였던 보수세력의 극단적인 위기감이 이런 교과서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러한 내용의 책이 학생들의 역사관을 형성하는 '역사 교과서'라는 형식으로 출간된 데 대해 우려가 높았다. ◇ 일선 교사 · 학생들도 혼란 = 일선 고등학교 교사들도 큰 우려를 나타냈다. 일선 교사들은 이같은 교재가 학교 현장에 나타나게 된다면 우선 교사들 자신들이 상당히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교과서가 기존의 역사인식과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 교과서를 검토한 윤은진(27) 교사는 "기존의 교과서와 역사인식이 판이하게 달라서 교사들도 굉장히 혼란스러울 것 같고학생들까지도 상당히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또 교과서포럼 측의 교과서가 그동안의 민주화 역사를 지어낸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민주적인 가치를 최우선으로 가르치고 있는데 교과서 포럼의 교과서는 박정희 정권이 저지른 과오가 큼에도 산업화 결과만을 과장해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적인 가치를 폄하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교사들은 이런 교과서가 나오기 전에는 우선 학술적인 논쟁을 거친 뒤 교과서로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사들은 다양한 인식의 문제도 역사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교과서는 무엇보다 학술적 검증을 거친 정확한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와 함께 역사를 통해 앞으로 사회를 이끌 청소년들에게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가르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사는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는 인권을 무시한 경제발전 논리보다는 더불어 살 수 있는 민주적 가치들이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 뉴라이트 교과서, 박정희 체제 미화 · 4.19는 평가절하 논란 = 뉴라이트 교과서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박정희 체제에 대한 평가다. 5 16의 경우 고등학생용 일반 역사 교과서에 '군사정변'이라고 기술돼 있지만 이 책에서는 '5·16 혁명' 또는 5월 혁명으로 돼 있다. 표기 뿐 아니라 의미에 대해서도 5.16을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인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주도할 새로운 대안적 통치 집단 등장의 계기가 된 사건"으로 평가했다. 또 당시 군사정변을 이끌었던 군부가 "통일 지상주의의 위험성과 근본주의적 민주주의관의 비현실성을 확신하고 있었다"며 당시 통치집단은 "국가발전의 종합적 토대로 경제발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특유의 추진력으로 그것을 성공적으로 주도하였다"고 쓰고 있다. 이 뿐 아니라 현행 교과서에는 독재체제로 평가받는 유신체제에 대한 평가도 남다르다. 유신은 "종신집권을 보장하는 체제이지만 행정적 차원에서는국가적 과제 달성을 위한 국가의 자원동원과 집행능력을 크게 제고하는 체재"라고 설명했다. 반면 역사학계와 현행 교과서에서 민주의식의 분출로 보고 있는 4.19혁명은 '419학생운동'으로 쓰면서 "4.19 학생운동에 대해 과격진압으로 지탄을 받았던 경찰은 통제력을 상실했고, 공권력의 무력화로 사회적 불안정은 가속화되었으며 4.19 이후 경제적 어려움도 가속화되었다"고 쓰고 있다. ◇ 뉴라이트 교과서 포럼측 "근현대사에 대한 긍정적 접근" 주장 = 박정희 체제에 대한 평가만이 아니라 역사서술 전반에 있어서 '교과서포럼'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는 현재 통용되는 학계의 상식이나 교과서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흔히 기나긴 독재정권 이후의 민주화를 위한 시민들의 요구로 보는 1980년 서울의 봄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다. 이 책은 1980년 '서울의 봄'은 "시계 제로의 안개정국이 대학가에 대규모 시위를 야기해 결과적으로 강경파 군부 개입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봤다. 또 "정국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킨 또 하나의 요인은 민주화 세력의 분열이며 유신체제의 불안정을 증폭시킨 주요요인"이었다고 표현했다. 이에 따라 "신군부의 정치적 돌출을 억제할 수 있는 주요한 힘의 축이 상실됐다"고 봤다. 이외에도 87년 6·29선언은 "민주개혁 없이는 더 이상 효과적인 통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집권세력이 대통령 직선제 수용 등 일련의 개혁 단행을 약속한 것"이라고 서술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386운동권을 대변하는 소수정치세력에 속했던 노무현씨가 대통령으로 뽑혔다"고 썼다. 이와 같은 내용을 교과서를 집필한데 대해 교과서포럼 공동대표 서울대 박효종 교수는 "근현대사에 대한 긍정적 접근"이라고 서술의 의미를 풀이했다. 교과서포럼은 내년 3월에 이같은 내용의 교과서를 출간하고향후 고등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정식 교과서로 채택되도록 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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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진영인 '교과서포럼'이 5·16을 혁명으로 규정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를 공개하자 퇴행적
인식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등의 반론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